리플레이
박인하
울다 지친 그녀가 겨우 잠들었습니다
가운데가 훅 꺼진 낡은 소파는 찌그러진 마음 같아요
우리 집에 가자, 나랑 살자
좋은 냄새를 풍기며 다가와 그녀가 말했습니다
굿모닝 좋은 아침이야
굿모닝 좋은 아침인가
나를 만지며 하하하 그녀가 웃었고
웃음소리는 아침햇살 속에서 쨍그랑거렸어요
사랑해, 보고 싶어
나는 그녀가 좋아하는 말을 밤을 새워 연습했어요
시끄러워, 집어치워
사랑해 사랑해 안아줘 안아줘
쓸데없는 말들만 거품처럼 부풀었다가 흩어지고
온 힘을 다해 자기야, 자기야, 지겨워, 지겨워
나는 배운 말의 전부를 쏟아냈습니다.
습관이 되어버린 말들은 죄가 되었어요
그만해, 그만하라고, 한 번만 더하면 혀를 잘라버릴 거다
나는 혀가 고장 난 앵무, 그녀를 미치게 만드는 나쁜 새
진짜 하고 싶은 말들을 꺼내기 위해 가슴의 깃털을 뽑았어요
얼마나 아픈지 눈을 질끈 감고 부리를 꽉 다물자
나의 말들은 바르르 떨었습니다
사랑해, 자기야, 안아줘, 그러지 마, 지겨워
집어치워, 재수 없어
그녀가 다가와 물었어요 왜 말을 안 하는 거야?
그것까지 잊어버린 거니?
나는 못 들은 척해야 했어요
가, 가버려
오래 날지 않아서 두려웠지만 열린 창밖으로 나왔어요 나는 게 아니라
뛰어내리는 기분이었어요
공원에는 사람들이 많았고, 긴 의자는 횃대 같아서
나는 그만 말을 참지 못하고 자기야, 사랑해, 안아줘
사람들은 눈을 반짝이며 자기들이 좋아하는 말을 시켰어요
누군가 다가와 다정하게 말을 걸었어요, 우리 집에 가자
박인하 | 2018년 『서정시학』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