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초장
탁경자
달이 섬진강
은어 떼를 몰고 오면
강가에서
시의 추를 던지며
별을 낚는다
그 별 손바닥에 올려
心자를 심으면
만장의 문장들이
서정의 잎새로 그늘 쳐 오고
민초들의 노래가 돌고 돌아
뻐꾹새 피울음으로
능선을 타고 넘어오는
지필묵 잃은 어초장
언제쯤 벗어 놓고 갔나
섬돌 위 밑창 닳은 신발 위로
솔바람 타고 온 새들이
한 그림자를 스치며 간다
어초장
정홍순
잘그랑잘그랑 감꽃 떨어지는 마당에 누워 별을 봐라 별을 봐라 너무 깊고 조용하니 잠이 다 안 온다 사월 푸른 하늘 헤집고 가슴에 돌멩이 하나 눌러 잠들은 평전* 내 건너면 구례 강 건너면 하동 집필실 어초장(漁樵莊)**
풀은 풀대로 나무는 나무대로 주인 없는 빈방 침대 하나 덩그러니 달을 밀던 흔적뿐이다 여울 소리 아침 불러내 돌밭 갈아 만들던 세석평전(細石平田) 뻐꾹새가 피 토하며 지리산 아리랑 달궁아리랑 뿌리고 노고할미에게 떠난다 했을까
인간의 죽음은 옷 바꿔 입는 것 염창시가 어초장에서 아홉 번 이상 구운 소금시라는 것을 누가 알까 소금이 녹을까 우물 파지 못한 염창마을 눈물 파지 않은 뜻을 누가 알까 소금 절은 두루마기 입으라던 어초장 주인 없는 집 잘그랑잘그랑 흔드는 풍경 소리, 앞마당에 퍼질러놓고 돌아왔다
*평전: 송수권 시인의 호로 세석평전에서 따옴.
**어초장: 송수권 시인이 집필실로 쓰던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