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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은 1975년 11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면적은 327.904㎢입니다. 해발 1,563m의 비로봉을 주봉으로 동대산(1,434m), 두로봉(1,422m), 상왕봉(1,491m), 호령봉(1,561m) 등 다섯 봉우리가 병풍처럼 늘어서 있으며 동쪽으로 따로 이어진 노인봉(1,338m)과 그 아래 계곡에는 천하의 절경 소금강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서쪽으로는 설경이 아름다운 계방산(1,577m)이 위치하고 있으며 구룡령이 있으며 그 남쪽으로 방아다리약수가 있습니다. 오대산은 우리나라 문수신앙의 성지이자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였던 오대산 사고가 있던 역사적 장소이며 한강의 시원인 우통수가 있다. 한반도의 영산 백두산에서 이어져 내린 백두대간의 한축으로 생태적으로 가치가 높은 산입니다.
월정사 경내에 있는 8각 9층석탑을 바라보고 있는 석조보살좌상이 있습니다. 정중한 모습으로 오른쪽 무릎을 꿇고 왼다리는 세워 탑을 공양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장엄한 공양을 느끼게 합니다. 현재 진품은 월정사 내에 있는 성보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으며 현재좌상은 가품이라 합니다. 금년 불사를 일으키면서 기존의 석재 울타리를 철거하고 낮은 석재 울타리를 해 놓았습니다.
월정사를 품은 오대산은 불가에 이야기를 빌려 적어보면 문수보살의 聖山입니다. 산 전체가 불교성지가 되는 곳은 오대산이 유일합니다. 오대산 동서남북으로 오대(五臺)가 있는대 동대(東臺)에는 관음암과 육수암이, 서대(西臺) 에는 수정암, 남대(南臺) 에는 지장암, 북대(北臺)에는 미륵암이 있으며 동서남북 중앙에는 중대(中臺) 사자암이 있으며 비로봉 가는 길에 적멸보궁이 있으며 남서에 오대산사고, 북대 주위에 나옹대, 문수동자화상, 일주문을 기준으로 월정사와 부도탑이 있고 상원사는 적멸보궁을 오르는 길에 있어 산 전체가 성지를 이루고 있는 명산입니다. 아주 오랜 시절부터 월정사와 상원사를 스님들이 오고 가던 길이 오대천을 따라 길이 있었는데 그 길을 불가에서는 선재동자의 이름으로 짓고 깨달음의 길로 열어 놓은 것입니다. 선재길이라 알려지기 전부터 오대산을 찾으면 신작로길을 피해 그 길을 걸어 옛적에 있던 오대산 산장을 즐겨 찾아 야영을 즐기던 곳이 바로 오대산이었습니다.
선재동자 (善財童子)는 화엄경의 입법 계품(入法界品)에 나오는 젊은 구도자의 이름으로서 깨달음을 얻기 위하여 53명의 선지식을 차례로 찾아가 마지막으로 보현보살을 만나 진리의 세계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두 곳의 절을 잇는 (월정사와 상원사) 순례길인 선재길은 오대산의 정기를 고스란히 닮아 빼어난 풍광을 보여줍니다. 산 길과 함께 굽이쳐 흐르는 오대 천 물줄기는 자연의 풍광을 고스란히 반영시켜 찾은 이들의 마음을 훤하게 이끌어 줍니다. 마음이 훤해지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습니다. 아홉 킬로의 선재길 첫발을 딛고 홀연하게 걸으며 전나무 숲길 끝자락을 밟고 섰을 때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숙여 자신을 내려다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사랑으로 충만된 사실에 감동하며 자신을 통해 사랑을 전달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생각이 같은 사람들과 서로서로 홀연하게 각자의 길을 만들어 물과 바람에 스치듯 다녀왔습니다. 모임과 해산 때만 함께하고 그 외의 시간은 홀로 걷고 사색하며 명상의 시간을 갖은 후 정해 진 시간에 약속된 장소에 모이는 것으로 한 것입니다.
어제보다 날이 차다는 일기예보를 확인 후 여벌옷 중에 패딩을 빼고 요즈음 입기 적당한 우모복으로 변경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전철을 타기 위하여 약 5분간 걷는 것을 빼고는 역에 도착할 때까지 지하에 머물기 때문에 보온용 옷은 생략하고 바람막이 옷을 겉옷으로 선택하고 지하철에 올랐습니다. 이른 새벽이라 한가한 전철 안, 환승 후 시간이 흐르자 ktx 역으로 가는 지하철 승객들이 많아지기 시작하였습니다. 도착한 ktx 대기실에 들러 시간을 확인하자 약속시간보다 40분 먼저 온 것입니다. 늘 타던 곳이라 익숙하지만 그래도 동선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승강장을 다녀오기로 하였습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르면 이곳에서 승차하는 곳까지 150m를 더 걸어가야 합니다. 오랜 여행생활을 통해 여행의 시작과 끝은 집이라는 고정관념을 지니고 살고 있지만 실질적인 여행의 감정을 오롯이 느끼게 되는 곳은 아무래도 공항터미널, 연안 여객선 선착장, 그리고 열차역 승강장 아닌가 합니다. 각자 타야 할 객차 번호와 승강장 위치를 천천히 점검한 후 여러 갈래의 평행선으로 이어진 철로를 바라보며 종착지까지 달려 나가는 고속절도차량을 떠올리고 있었습니다. 무한궤도라는 단어도 있지만 그것은 상상에 지나지 않는 단어라 생각하며 미소를 지며 오늘 나의 목적지인 진부. 오대산역을 기억해 내고 있었습니다. 국가적 큰 행사인 동계올림픽을 치른 평창. 진부는 마을, 도시, 도로 등 많은 발전을 하였고 ktx 운행이 시작된 후 폭발적인 관광객들의 방문으로 생활여건에도 많은 변화가 생긴 곳입니다. 다시 150m를 걸어 되돌아와 문을 열고 있는 편의점에 들러 목캔디 외 1개의 물품을 구매 후 대기실로 돌아와 잠시 기다리며 일행을 기다렸습니다. 전부 도착한 사실을 파악 후 표를 나누고 일정에 대하여 다시 설명한 후 일정표를 나누어주며 중요한 부분은 다시 환기시키고 일정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1시간 23 소요 후 도착한 진부역, 그리고 버스로 환승 다시 , 약 8km의 거리를 5개의 버스 정류장을 거쳐 도착한 상원사 입구 종점, 잔뜩 흐린 날씨에 안개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생각한 것처럼 상당히 쌀쌀했습니다. 그리고 눈이 내리기도 하였습니다. 적설은 아니고 한 두 송이 내리는 모습을 본 것입니다. 비로봉 부근 정상은 눈이 제법 내렸을 것이라는 판단이 섰습니다. 준비하고 온 오버트러스 상의를 입을까 하다 망설이다 보온용으로 입은 쟈켓 위에 윈드쟈겟을 껴입는 것으로 대체하기로 하였습니다.
긴 점박이 올빼미는 오대산 국립공원 깃대종입니다. 긴 점박이 올빼미는(Stris uralensis Pallas)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국제적 위기종입니다. 깃대종이라 하는 것은 환경보전의 정도를 나타내거나 복원의 증거가 되는 한 지역의 생태계를 대표하는 상징 동식물종을 말합니다. 깃대종은 1993년 국제연합환경계획(UNEP)이 발표한 '생물다양성 국가연구에 관한 가이드라인'에서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방안으로 제시된 개념입니다. 오대산 국립공원 식물 깃대종으로는 노랑붓꽃이 있습니다.
이 깃대종 조형물이 서있는 곳에서 월정사 일주문까지 선재길 거리는 약 9km입니다. 상원사를 둘러보고 내려오는 사람은 조형물이 있는 왕복 2.5km 합산하면 도상거리 11.5km가 됩니다. 각자의 선택으로 결정토록 하였으나 대부분 사람들은 상원사를 순환하여 선재길을 걷는 것으로 결정하였습니다. 또한 한강의 시원인 우통수를 탐방하거나 중대의 아름다운 산사를 탐방하거나 기타 산방을 찾은 후 선재길을 걷고 월정사와 조선사고를 찾아보더라도 늦어도 오후 4시 정각까지 월정사 주차장 관광안내소까지 집합해야 하는 것입니다. 시간은 어디를 가나 충분한 시간입니다. 4시 집합 후 16시 25분 차편을 이용하여 진부로 이동 늦은 점심을 매식 후 18시 30분에 역으로 이동 19:00 귀경열차에 올라야 합니다. 단 늦어지는 인원 발생 시 대처하기 위하여 20:00시 발권을 하였으나 일정상 계획으로는 19:00시로 변경가능하도록 조치는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2인 1조로 편성되어 걷는 것은 가장 이상적인 동행의 기준입니다. 어느새 시야에서 사라진 사람들로 하여금 나의 시선의 중심은 흩어져 버렸습니다. 어느 목적을 갖고 바라보는 것은 긴장하거니 집중력을 가져야 그 목적을 성취해 나갈 수 있거나 성취하게 됩니다. 그러나 목적으로 수반되는 성취는 대부분 다 틈에서 이겨야 비로소 자신에 것이 되지만 무엇이든 함께 하겠다는 마음으로 바라보면 곧 네가 되고 네가 내가 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 틈이 없는 마음을 얻는 것이 오늘 일정입니다.
어제 짐을 꾸려 방 모퉁이에 기대어 놓고 반려견을 데리고 집을 나서 작은 동산 숲으로 갔습니다. 초겨울 답지 않게 포근하였습니다. 매일 걷는 길을 순환하며 시간을 채우자 시계에 저장된 센서가 작동하여 계획이 완성되었다는 시그널을 보내왔습니다. 동작을 전환해야 할 시간이 온 것이지요. 숲 사이에 설치된 근력운동기구를 찾아 회전력으로 어깨근육을 풀어주는 운동을 한 후 팔 굽혀 펴기와 복근을 정리해 주는 기구를 찾아 정한 횟수를 해나가던 중 우측 허리에 통증을 느꼈습니다. 개인적으로 예민한 부위입니다. 참 오랜 세월 허리와 다투면 살다 보니 어떤 요인 인가 하는 감이 정확하게 다가옵니다. 칼로 베이는 것 같은 느낌이라 염증이 생긴 것 같은 판단이 앞섰습니다. 즉시 동작을 중지하고 귀가 후 세신을 서둘러 마치고 근육이완제와 소염진통제를 찾아 섭취하고 편히 쉬었습니다. 쉬는 시간 내내 오늘 일정에 대한 우려에 참 많이 불편하였습니다. 우려(憂慮)라는 단어를 빌려 사용하게 되면 자신은 꼭 호랑이 등에 매달려 달리는 기분이 듭니다.
최악의 경우에 참석을 못할 경우를 생각해 두어야 하기 때문에 생긴 우려입니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지만 노년의 시기는 알 수 없는 노릇이기도 한 것이라는 생각에 우려는 점 점 깊어져갔습니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 대비책으로 보호밴드 등 비상책으로 사용할 여러 가지 약과 압박붕대 등을 준비하여 배낭에 설치된 비상주머니에 넣어 두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다음날 새벽 아침 일어나기 전 스트레칭으로 허리와 하반신 근육을 풀어준 다음 일어서서 종아리 근육강화 운동을 하며 조심스럽게 허리를 살폈습니다. 통증이 수반되지 않아 안심하고 집을 나설 수 있었습니다.
적막이 흐르는 숲과 산산이 부서져 내리는 물이 공존하는 산 길을 걷기 위하여 이동하는 순간 커다란 단풍나무 가지에 지지 않고 홀로 남은 단풍잎 하나를 발견하고 다가갔습니다. 미지막 잎새를 통해 금년 여름절기와 가을절기가 제 자리를 잃고 다툰 흔적을 발견하는 것 같아 아련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어느 문록(文錄)에서 읽은 일엽낙지천하추(一葉落知天下秋)라는 글이 떠 올랐습니다.
한 잎 떨어지는 것을 보고 천하가 가을임을 알겠구나!
오늘 2인 1조에 파트너이신 오랜 지인이십니다. 일반등산과 암벽등반, 테니스도 함께하며 긴 세월을 공유하며 지내 온 사이입니다. 요즈음도 1주일에 한 번은 산책을 하고 점심을 나누는 사이는 변함이 없습니다. 무엇이든지 깊은 속은 요동이 없습니다. 깊은 바닷속은 고요하지만 표면은 늘 일렁거려 단 하루도 고요할 적이 없습니다. 우리들의 본연의 마음도 마음먹기에 따라 부동으로 묶을 수 있는 것은 진심이 아닌가 합니다. 상대의 진심 어린 마음 영향으로 지속되는 우정이라 믿고 있습니다. 늘 감사하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진부 지역을 상, 하 진부로 나누는 것처럼 선재길을 , 상과 하로 나누며 걷습니다. 상원사 경내를 살핀 후 가래터골을 돌아 나와 상원사 탐방 안내소 좌측 옆 선재길로 들어서 서대골, 동피골 경유하여 오대산산장까지를 상 선재길, 오대산 산장에서 출발하여 월정사 일주문까지의 길을 하 선재길이라 구분하여 걷는 것입니다. 어느 때는 전구간을 왕복으로 걸음 여행을 즐기는 경우도 있고 또는 하 선재길만 왕복하거나 일주문에서 상원사까지 편도로 걸은 후 상원사 정류장에서 버스를 이용하여 역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차도와 나란히 직선으로 뻗은 선재 길, 옅은 안개와 함께 숲울 지키고 있는 것은 고요함이었습니다. 이것은 꼭 심미적으로 찾아든 아름다운 몽환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좌측으로 꺾어 다리를 건너 오대천을 가로질러 기분 좋게. 숲 기슭에 안긴 것과 동시에 시선을 비롯하여 전신은 자연친화적으로 변하면서 스스로 자연의 한 종(種)으로 변하고자 문명으로 길들여진 오만을 내려놓았습니다. 유유히 흐르는 오대천 물길 따라 나란히 이어지는 짙은 흑갈색 오솔길 따라 걸어 나가자 마음에 드는 자연 화폭이 다가왔습니다. 오랜 세월 그 자리를 지키며 겹겹 하게 그려 놓은 이끼는 세월에 익어 물감이 되어 바위의 바탕색을 만들었고 철쭉은 꽃을 피우고 지며 씨앗을 만들어 바람과 물의 도움으로 바위틈에 어린나무를 심어놓았습니다. 여름을 이겨낸 소목은 추색으로 가을을 그려 놓았습니다. 손에 들고 있는 카메라의 화인더를 이용하여 구도를 잡고 조리개를 열고 셧터를 눌렀습니다. 기계음도 이 순간만큼은 정화가 되었는지 단순해졌습니다.
그리고 잠시 서서 또 한 해가 기울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시기인 11월과 12월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회개하는 시간입니다. 반면에 새해를 맞이할 때는 새로운 다짐이 필요합니다. 회개가 뒤 따르지 않는 다짐은 아무 소용없다는 생각을 하며 지금 자리에서 물러섰습니다. 회개와 다짐에 대한 사유를 정리할 무렵 허기가 몰려왔습니다. 가던 길을 멈추고 전나무와 낙엽송이 서로 기대고 있고 그 주변에 자작나무가 있는 빈터에 설치된 테이블로 다가갔습니다. 단풍 든 나뭇잎이 상 위에 너부러져 있는 모습이 참 정감이 갑니다. 푸른빛이 청정하게 물든 생기 있는 나뭇잎은 생동감과 함께 생명의 가치를 떠올려 준다면 단풍 든 잎사귀는 환생의 의미와 함께 화려한 유종의 미를 연상시켜 주는 것 같습니다. 모닥불이 푸른빛이 감돌며 활활 타오르며 보여주는 화염에서 깊은 인상을 받는 것처럼 단풍에서도 그러한 감정이 제 자신에게 침잠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식탁에 놓인 화병을 연상하며 단풍잎이 있는 곳을 살짝 피해 준비해 온 먹거리로 식탁을 차렸습니다. 지인은 버터 마늘 빵과, 두유, 사과, 단감을 챙겨 왔습니다. 저는 김밥, 방울토마토, 견과류, 내린 아메리카노커피, 육포, 에너지바, 초코파이를 준비하였습니다. 서로 나누며 늦은 아침을 챙겼습니다. 이슬비가 내리지만 불편을 전혀 느끼지 못하였습니다. 간혹 눈이 내리다 상원사를 깃점으로 등고선이 낮아짐에 따라 기온과 지형에 차이에 따라 변하는 것이 여러 가지입니다. 눈이 비로 바뀌고 물소리도 아래로 내려갈수록 커지고, 단풍의 밀도도 아래로 내려 갈수록 높아집니다. 아침식사를 마친 후 다시 길을 열어 나갔습니다. 신선한 공기 속에서 호흡은 참 청정함을 가슴에 담아서 그런지 혼탁한 공기에 길들여진 폐부를 씻어내듯 뻥 뚫렸다는 기분이 상쾌함을 몰고 왔습니다. 검은 흙빛 흙은 적당하게 젖어 있어 평소 같으면 아지랑이 같은 먼지가 등산화 콧등에 쌓였을 덴데 오늘은 말장 합니다. 상당시간 걸어 컨디션도 최상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길은 어느새 오대산 산장부근까지 열었습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이야기를 실천하듯 벌써 반을 걸어 내려온 것입니다.
오대산 산장에 다다를 즈음 숲 속의 빈터 중앙에 목불(木佛)이 가부좌하시고 계셨습니다. 목불을 만든 작가의 변(作家의 辯)은 훼손되어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으나 현재남아 있는 글로서만 조합해 보았을 때 쓰러진 나무를 모아 윤회의 과정을 거쳐 생명을 불어넣어 목불로 환생시켰다는 해석으로 윤곽만 잡을 수 있었습니다. 잡돌로 연화대를 만들고 그 위에 몸통과 머리를 다듬어 세운 후 어깨 부분을 통나무를 원형으로 뚫어 목에 걸어 맞추고 양팔을 이어 손을 만들었으며 몸통하단에 양다리를 맞춰 가부좌를 틀었습니다. 목불을 보며 부처께서 가르치신 사의법(四依法)을 떠 올렸습니다. 1.(依法不依人) 사람에게 의지하지 말고 자신에게 의지하라. 2.(依了義經不依不了義經) 방편에 의지하지 말고 진실된 정법에 의지하라 3.(依義不依語) 뜻에 의지하지 말고 말에 의지하지 말며. 4.(依智不依識) 알음알이에 의지하지 말고 지혜에 의지하라 하였습니다. 석가의 수많은 가르침 속에 나를 따르라는 이야기는 없습니다. 절대자가 아닌 스승의 역할만 하시며 너 스스로 부처가 되어라 하신 것입니다. 모름지기 종교란 삶의 가치를 올바르게 세우는 기준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고 남은 지혜의 길을 걸어 나갔습니다.
옛적 오대산장은 산장을 중심으로 켐프 사이드였습니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오대산 전 지역에서 자라는 온실괴 식물정원이 자리 잡고 있고 차를 팔던 가옥은 폐업을 하여 문이 굳게 잠겼고 주차장과 화장실은 사용 중에 있습니다. 이곳을 지나며 중학생 때 군용 A텐트를 갖고 와 추운 겨울 휘발유버너를 켜 놓고 군용 닭털 슬릭핑 백에 들어가 버티며 밤을 새웠던 추억을 소환하며 그 자리를 찾아보고 있었지만 쉽게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지형이 많이 바뀐 탓도 있겠지만, 그러나 마음에 생긴 장애 탓이라는 생각이 별안간 들었습니다. 늙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쇠퇴라는 범부에 속하는 것들이 이것저것투성입니다.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매일 시시각각 스스로 경험해야 하는 일이기에 잊을 수도 없습니다. 그나마 스스로를 들여다보며 적응할 것은 하고 수정할 것은 하고 현재 놓인 처지를 지혜롭게 대처하긴 하지만....
선재 길에 새로운 조형물이 생겼습니다.
선재 길 구간을 다섯 개의 구간으로 나눈 후 길 이름을 정해 놓은 것입니다. 두꺼운 철판에 코스 지도와 주제와 관련된 내용을 적어 놓았습니다. 상원사 인근 길 이름은 왕의 길로 명명되어 있습니다. 왕권을 거머쥐기 위하여 많은 피를 흘리게 하였던 세조는 평생 피부병으로 엄청 고생하였습니다. 치유의 목적으로 찾았던 상원사에는 그 왕과 인연이 많은 곳입니다. 그리고 왕궁으로 귀환 길에 두물머리 강심에서 종소리를 듣게 됩니다. 그 소리를 찾아보아라 하자 근위병들이 나서서 찾아낸 절이 운길산 절터 이후 수종사가 새워졌다는 이야기가 오대산 산중에서 발원되어 한강으로 이어지는 물 길로 이어져 있습니다.
화전민이 살던 터! 사람의 체취나 삶의 근거인 생활상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돌담과 함께 기억으로 흔적을 얻으려 합니다. 그러나 곧 부질없는 짓임을 깨닫습니다. 현재 보고 듣는 지금이 나의 중심인 것을 ~~~~
山是山, 水是水 佛在何處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인데 부처게서는 어디에 계신가? 이 말은 중국 송나라 때 야보 宗鏡스님의 글입니다. 문득 선재길을 걸으며 오대천 곳곳에서 끝없이 흐르는 물소리를 듣고 늦가을 정취가 산 그늘을 휘감으며 멋진 가을 풍경을 만드는 것을 보고 들으면서 문득 종경스님의 글이 떠오른 것입니다. 끝없이 흐르는 물과 달리 세월은 소리도 없이 가을 끝자락과 겨울의 앞자락이 공존하는 지금까지 달려왔습니다.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며 자신에게 묻습니다. 너는 도대체 어디에 서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늘 대답이 궁색한 이유는 진리와 이성을 통하여 자신을 맑게 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잠시 쉬어가기 위하여 단풍이 곱게 남은 덤불사이에 앉았습니다. 이른 아침보다 많이 누그러진 날씨 영향인지 기척도 없던 새들이 이 나무 저 나무 사이를 오가며 저저귀는 소리가 영롱합니다. 숲은 참 좋은 환경이라는 사실에 환희심을 느끼며 앉아 있는 사이 바람이 불어와 사시나무가지에 걸려 있는 나뭇잎을 사르르 흔들고 지나가더니 우수수 털어놓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속에 존재하는 것 중 많은 고통이 사람들을 괴롭히지만 즐거운 일도 있습니다. 그러나 비율면에서 판단해 보면 행복한 일보다 고통스러운 일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고통스러운 일을 마주하게 되면 우린 매화나무를 빗대어 스스로를 위로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차디찬 엄동을 이겨내야 매화나무 향기도 짙게 뿜어낼 수 있는 것이다 하고 기도를 하듯 자신에게 전하곤 합니다. 계곡을 거슬러 오르며 불다 숲으로 사라지는 바람과 꺾이지 않고 하염없이 흐르는 물을 보고 생각하면서 우리의 삶도 부딪치고 갈등하면서도 꺾이지 않고 살아야 본래의 삶의 의미를 잃지 않으며 진정한 의미의 삶을 완성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풍경을 세우니 협곡이 깊어지고 물 살도 빠르게 다가왔습니다.
풍경을 눕히니 숨 고르기가 가능해졌습니다. 灘(탄)이라는 글이 있습니다. 물이 여울목을 지나며 부딪치는 암석의 영향으로 물과 함께 수면 위로 뜬 달이나 산수화도 산산이 부서져 버립니다. 그러나 월탄(月灘)이나 산수탄(山水灘)도 여울목만 지나면 본래의 자리로 돌아옵니다.
잠시 걷던 길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습니다. 눈을 감고 차분한 마음으로 깊이 생각할 목적으로 자리를 찾아 앉았습니다. 기척이 느껴져 다시 눈을 떠 보니 잡았던 손을 놓은 나뭇잎 하나가 허공을 떠 다니다 바람을 만났는지 빙그르 돌더니 돌출된 뿌리 근처로 내려앉습니다. 가을을 드러내고 지킨 아름다움 보다 회향(回向)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뿌리를 떠난 것들은 기둥이 되고 가지가 되어 잎사귀를 달지만 가을이 되면 전부 떨어져 겨울 내내 눈에 젖고 동파에 얼고 햇살에 녹기를 반복하며 뿌리로 돌아가는 것이 잎의 순환입니다. 이런 회향의 진리를 사색하다, 다시 자리를 틀어 바꾸고 앉아 눈을 감고 숨을 고르며 명상에 잠겼습니다.
노인의 하루~~ 미래가 있을까? 하다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회개하고 고쳐나가는 순간이 밝은 미래로 가는 길임을 얻은 것입니다. 섶다리에 서서 허물울 벗어 물 위에 띄웠습니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면 되돌아 올 수 없는 것처럼 우리들의 삶의 시간도 되돌릴 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수변(水邊)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왠지 모르게 근심이 어려있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하염없이 흘러가는 물을 보고 있노라며 정처가 없다는 생각에 그랬던 것 같습니다. 대신 산이나 숲은 늘 그 자리에 있으며 사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신뢰가 컸던 것 같습니다.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순환의 고리였습니다. 사계라는 질서가 순환하면서 시작하고 성숙하고 결실하고 또 한 해의 삶을 위하여 긴 휴식의 시간을 갖으며 궁리 끝에 실학을 세워 보다 향상된 삶의 지혜를 만들어 온 것도 긍정적이지만 자연의 이치에서 배우게 되는 삶의 철학적 요소에 매료된 것 같습니다. 특히 화려함은 고작 열흘이라는 엄중한 자연의 섭리가 깊은 뜻을 전해 주었고 입춘 추위의 의미와 폭염의 진정성과 가을의 결실을 통하여 이 한 사람의 개체도 덩달아 성숙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길고 긴 엄동의 시간은 내일을 위한 축복의 시간이라는 설득력도 긍정합니다.
어느새 걸음은 회사거리를 지나치고 있었습니다. 곧이어 월정사에 다다를 것입니다.
사찰에서 비용을 마련하여 어떤 일을 행하는 것을 불사(佛事)라고 합니다. 불사에는 폐허가 된 사찰을 다시 세우는 ‘중창불사’, 지붕에 기와를 다시 입히는 ‘기와불사’, 범종을 주조하는 ‘범종불사’, 불상에 금색을 다시 칠하는 ‘개금불사’, 가사를 만들어 승려들에게 보시하는 ‘가사불사’ 등이 있습니다만, 오대산 월정사는 불사를 일으켜 정문을 비롯하여 샘과 범종각 이전과 대웅전 앞마당 정리 등을 꾸준히 해 왔습니다. 불사가 곧 정리가 끝나면 산사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텅 빈 충만의 도량으로 거듭날 것 같습니다. 절 안으로 진입하며 옛 동선은 불사로 막혀
우회하여 대웅전 8각 9층 석탑 앞에 서자 흐렸던 날이 파란 하늘도 바뀌며 햇살이 퍼져 들었습니다. 나무마다 작은 색등이 촘촘하게 걸려 있고 붉은 단풍이 산사의 만추를 알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산사를 찾은 사람들이 곳곳에 서서 가을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월정사 올 적마다 느끼지만 참 청정한 환경의 산사입니다. 월정사 하면 전나무 숲길과 산천어가 숨 쉬는 금강연과 산사를 둘러싸고 있는 조밀한 숲의 밀도가 좋아 그런지 공기가 차고 늘 시원합니다. 그야말로 청정도량입니다. 절 탐방을 정리한 후 일주문으로 그리고 다시 금강교를 건너가며 금강연 양 옆으로 펼쳐진 단풍숲을 보며 다시 회향의 뜻을 추스르고 산사를 떠나 진부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2인 1조씩 상을 받아 늦은 점심을 나누었습니다. 다들 얼굴을 보니 행복한 느낌이 가득하였습니다. 산이 좋고 산을 아우르는 숲이 좋은 이유는 너와 나 할 것 없이 함께 공생하기 때문입니다.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서슴없이 나누는 배려가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잠시 눈을 감았습니다. 그 순간 너르고 깊게 선을 긋고 저에게 주신 사랑을 기억하며 감사드리고 저를 통해 또 나르겠습니다. 한 후 스스로 따른 감로주 한 잔으로 여독을 풀었습니다. 어느새 마음은 허물없는 여백으로 가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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