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 김포신문 220825)
모감주나무/박상봉
그가 사랑한 여자는
직업과 가족을 버리고 산으로 도망가
모감주나무가 되었다고 한다
사랑을 잃은 사내는 주말마다 산을 오른다
산은 다가갈수록 멀어지고
나무는 숲속에서 자주 길을 잃는다
사랑은 다 그런 것일까
오래 가야 일 년 삼 개월
눅눅한 땀만 손에 쥐어놓고 도망간 여자를 찾아
산을 헤매며 길을 잃게 만드는 것일까
비 오는 날 사내는 산을 오른다
깊은 골짝 바위틈에서 나는 물 냄새
쑥 댓잎 흔드는 바람 소리 휘젓고 다니다가
비겁한 지식에 기대어 삶을 망쳤다고
여자마저 놓쳐버렸다고 투덜대며
젖은 발걸음 돌려세우는데
절집 마당 가에 웅크린 모감주나무
긴 회초리가 뒷등을 후려친다
(시 감상)
사랑하는 여자의 실종을 찾아 주말마다 산을 올랐다는 시인, 우여곡절 끝에 어느 절에서 머리 깎은 그녀를 만나 듣게 된 말, (너무 늦었어요). 모감주나무는 다른 말로 염주나무라고 한다. 사랑의 궁극적 정답은 무엇일까? 사랑하기 때문에 이별한다는 말이 어느 때는 공감되다 어느 때는 최고의 거짓말 같은 생각이 드는 아이러니. 그저 갈 사람은 가고, 남은 사람은 남는 것이라는 섭리만 하나 손에 꼭 쥐고 혀로 모감주나무, 모감주나무, 나를 공글려본다. 정답은 그녀가 알겠지. 그나저나 저기 저쯤 가을이 오네. 그리움이 단풍처럼 불타겠네. (글/김부회 시인, 평론가)
(프로필)
경북 청도, 시 창작 지도 강사, 국시, 시공간 동인, 시집(카페 물땡땡)(불탄 나무의 속삭임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