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최근 내린 파기환송 결정은 겉으로 보기엔 절차적 정당성을 지킨 신중한 판단처럼 보인다. 그러나 곱씹어 보면, 이는 형식 논리 뒤에 숨은 책임 회피이자, 사법부의 존재 목적을 망각한 비겁한 리더십의 장면이기도 하다.
법에는 전례가 있고, 절차가 있으며, 그 틀을 따르는 것이 일반적인 원칙이다. 하지만 때로는 전례가 없더라도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하고, 절차를 넘어야만 정의에 도달할 수 있는 순간이 있다. 지금이 바로 그런 순간이었다.
대법원이 파기자판을 선택했더라면, 법적 논란은 단칼에 정리되고, 사회적 혼란도 빠르게 진정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파격이다.
파격은 무모함이 아니라, 더 나은 가치를 위한 결단이다.
파격은 개인의 돌출행동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를 향한 책임이자 용기다.
법의 형식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법의 본령, 곧 '정의의 실현'을 위해선 그 형식을 깨야 할 때가 있다.
그 순간에 침묵하거나 물러서는 이들은 평범한 관리자일 수는 있으나, 결코 시대의 리더가 될 수 없다.
그런데 조희대 대법원장은 그 길을 가지 않았다.
그는 최악의 선택은 피했지만, 최선의 선택도 하지 않았다.
그의 파기환송 결정은 결과적으로 하급심에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가 되었고, 국민은 다시 혼란과 소송의 소용돌이 속으로 내던져지게 된 것이다.
나는 이를 두고 **‘불 끄다 말고 화재현장을 떠난 소방관’**이라 말하고 싶다.
겉으론 불이 꺼진 듯 보이나, 속에는 여전히 타오를 불씨가 남아 있다.
그 불씨가 다시 거센 불길이 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는 현장을 떠났다.
국민의 신뢰와 사회 정의라는 큰불을 끄지 못하고, 절차적 정당성이라는 형식 뒤에 숨어버린 것이다.
결단의 순간, 그는 칼을 내리칠 용기가 없었던 것이다.
나는 얼마 전 “길 아닌 길”이라는 제목의 글을 쓴 적이 있다.
그 글의 주제는 이랬다.
“전례가 없다고 길이 아닌 줄 아는 이는, 끝내 새로운 길을 만들지 못한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오늘, 그 전형적인 예가 되고 말았다.
역사는 가끔 결단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 결단의 순간은 흔치 않다.
이번이 그 기회였건만, 그가 용기부족으로 그 길을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 참으로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