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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1/유홍준/창비
◈ 책소개
1990년대 초중반 전국적인 답사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인문서 최초의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즌 2. 1993년 5월 출간된 이래 "우리나라는 전국토가 박물관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 같은 시대적 유행어를 탄생시킨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 2, 3권과 <나의 북한 문화유산답사기> 상, 하권이 각각 4, 5권으로 꾸며져 전면 개정되었다. 새로 출간된 개정판 세트에서는 1,000컷에 달하는 수록사진을 전면 컬러로 바꾸어 시원하고 아름다운 본문 디자인을 선보인다. 또한 출간 당시의 원문을 다듬으면서 새로운 유물이 발견된 부분은 서술을 추가하고 오류가 있는 부분은 바로잡았다. 권말부록에 실린 1박2일 코스의 답사 일정표는 독자들이 실제 답사여행을 하는 데 매우 유용한 가이드를 제공해준다. 답사기 제1권 '남도답사 일번지'는 출간 당시 남한땅 답사의 첫번째 답사처로 유배의 땅 강진, 해남 일대를 꼽은 것으로 화제를 모았다. 한 많은 땅 전라도, 그중에서도 끝에 해당하는 강진과 해남에서 남도 특유의 태양과 선명한 붉은색을 묘사한 부분은 두고두고 인구에 회자될 정도로 유명한 글이다. 개정판 '남도답사 일번지'에서는 사진자료를 컬러로 복원하면서, 본문에서 묘사하는 색감과 질감 등을 생생하게 구현하고 본문의 설명과 사진자료가 일치하도록 촬영 위치까지 고려하여 수차례에 걸쳐 자료를 엄선하였다. 강진, 해남 일대와 예산 수덕사, 경주 일대, 담양 소쇄원, 고창 선운사 등을 수록한 제1권은 풍성한 내용과 저자 특유의 미적 감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들로 넘쳐난다.
◈ 저자 : 유홍준 1949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과 석사학위, 성균관대 대학원 동양철학과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으로 등단한 뒤 미술평론가로 활동하며 민족미술협의회 공동 대표와 제1회 광주비엔날레 커미셔너, 영남대 교수 및 박물관장, 명지대 문화예술대학원장, 문화재청장, 제주세계델픽대회 조직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고, 현재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이응노 생가기념관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저작상(1998), 제18회 만해문학상(2003)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1~6권), 평론집 《80년대 미술의 현장과 작가들》, 《다시 현실과 전통의 지평에서》, 미술사 저술 《조선시대 화론 연구》, 《화인열전》(1~2권), 《완당평전》(1~3권),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등이 있다.
◈ 책 속으로 - p12 미술사를 전공으로 삼은 이후 내가 주위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어떻게 하면 미술에 대한 안목을 갖출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 막연한 물음에 대 하여 내가 대답할 수 있는 최선의 묘책은 “인간은 아는 만큼 느낄 뿐이며, 느낀 만 큼 보인다”는 것이었다. 예술을 비롯한 문화미란 아무런 노력 없이 획득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것을 아는 비결은 따로 없을까? 이에 대하여 나는 조선시대 한 문인의 글 을 원용하여 훌륭한 모범답안을 구해둔 것이 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 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그러한 사랑의 감정으로 문화유산을 답사하면서 나는 감히 국토박물관의 길눈이가 되어 나와 동시대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국토의 역사와 미학을 일상 속 에 끌어안으며 살아가는 행복을 나누어 갖고 싶었다. 그것이 이 글을 쓰게 된 계기 다.
p24 인간은 자신이 경험한 만큼만 느끼는 법이다. 그 경험의 폭은 반드시 지적인 것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시각적 경험, 삶의 체험 모두를 말한다. 지금 말한 그 졸업생은 이제 들판의 이미지에 새로운 사각적 경험을 얻게 된 것이다. 남도의 들판을 시각적으로 경험해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산과 들 그 자체뿐만 아니라 풍경화나 산수화를 보는 사각에서도 정서반응의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답사와 여행이 중요하고 매력적인 것이 되는 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p223 본래 조화란 서로 상반된 것이 어우러질 때 생기는 것이다. 비슷한 것끼리는 조화가 성립되지 않는다. 이 상반된 미감을 어우려 이루어낸 복합미는 어쩌면 통일신라 문화의 전성기가 보여준 고대국가 이상미의 구체적 내용인지도 모른다. 감은사탑, 석가탑 등 삼층석탑이 상승감과 안정감이라는 두 개의 미감을 충족시켜준 것이고, 안압지의 조경이 직선과 곡선, 인공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의 절묘한 조화인 것도 그렇듯이, 에밀레종은 소리에서 장중함과 맑음이, 그리고 그 모양에서는 정중하면서도 유려한 형태미를 동시에 보여준다.
p348 소쇄원의 입구는 울창한 대밭으로 시작한다. 여기는 담양땅, 우리나라 죽림의 종가터가 아니던가. 하늘을 찌를 듯이 뻗어오른 수죽의 안쪽은 언제나 어둠에 덮여 그 깊이를 좀처럼 알 수 없다. 한여름 아무리 무더운 남도의 땡볕이라도 소쇄원 들어가는 길의 대밭에서는 청신한 그늘이 더위를 씻어준다. 어쩌다 소슬바람이 물어 댓잎끼리 스치는 소리라도 가볍게 들리면 그것은 영락없이 대청마루에 올라서는 여인의 치마 끄는 소리와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