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골프장 캐디 같은 특수고용직도 사업주에게 직장 내 괴롭힘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판단

[정종승]

대법원 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2024년 5월 건국대가 운영하는 골프장에서 일하던 캐디 A씨 사망사건에서 건국대 법인이 낸 상고를 기각했다.

2019년 7월부터 파주시 KU 골프장에서 캐디로 일하던 A씨(당시 27세)는 캐디를 통솔･관리하는 ‘캡틴’ B씨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하다 2020년 9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심 재판부는 2023년 2월 A씨 유족이 가해자 B씨와 건국대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들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반드시 근로자여야 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즉 근로기준법 상 노동자가 아니라 해도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해자의 책임은 물론 건국대 법인이 가해자 B씨 사무 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그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1심 재판부는 건국대 법인이 산업안전보건법 상 의무를 이행했는지는 직접적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건국대 법인의 산안법 상 의무를 이행했는지를 판단했다. 재판부는 건국대 법인이 A씨를 보호할 의무가 있었고 가해자 불법행위를 알 수 있었음에도 사망에 이르기까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산안법 제5조는 특수고용직 노동자로부터 노무제공을 받는 사업주는 ‘근로자의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줄일 수 있는 쾌적한 작업환경의 조성 및 근로조건 개선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77조는 사업주가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산재예방을 위한 안전보건 조치를 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 판결로 근로기준법 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근로기준법에 정한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을 적용 받지 못한 특수고용직 노동자가 산안법을 통해 보호받을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