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2주 지났는데, 아직 반환점에 못왔다. 반환점은 둔황(돈황)이다.
서안에서 5박을 한 까닭이다.
오늘 란주 거쳐서 밤기차로 내일 아침에 둔황에 떨어진다.
란주는 돌아올 때에 한번 더 들린다.
란주 근교에 있는 병령사 석굴은 돌아올 때 들릴 예정이다.
오늘 란주에 들리는 것은 순전히 여행 스케줄을 맞추기 위한 것이다.
즉, 천수에서 바로 둔황까지 가려면 17시간을 기차를 타야 하는데,
그게 너무 무리가 된다고 생각했고,
기차편도 많지 않아서 시간도 맞지 않으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잘 생각한 건지는 모르겠다.
여행을 나와보면 비교하기가 어려운 경우도 종종 있다.
여행이 길어지면 일정을 딱딱 맞추기가 어려워 지고,
그러면 좋고 나쁘다는 판단이 잘 안되고, 비교도 잘 안된다.
그건 뭐 당연한 현상인데,
그런 일에 힘들어 하거나 불만스러어 할 필요는 없다.
그러니까, 슬슬 "김삿갓 모드"로 들어가는 것이다.
나는야 방랑시인. . . .
방랑시인이, 어디서 뭘 먹고 잔들 뭐 어떻겠냐는 거다.
시간이 지나도 그만, 어려움이 있어도 그만,
허송세월을 해도 그만. . . .
인생 허덕허덕 살 것도 없고,
꼭 봐야할 것도 없고, 어디 뭐 못 가 보았다고 해서 애달캐달 할 것도 없고,
꼭 피해갈 것도 없고, 배도 골아보고, 포만도 해 보고,
길바닥에서도 자 보고, 고대궁궐에서 자더라도 애착을 갖지 말고,
거지들하고 어울려 자더라도 싫어하지 말고. . . .
그러고 보면 방랑 시인이야말로
바로 '구도자' 체질 아닌가.
나는 이번 여행에서 방랑시인이 되어보지는 못했지만.
'여행에서 길어지면 천상 방랑시인이 되어야겠구나' 그런 생각은 들었다.
그래서오늘 지나가는 란주는 그냥 지나가는 것이고,
란주 구경은 돌아오는 길에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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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주는 감숙성의 성도이다.
감숙성은 아시다시피, 실크로드 출발하는 시작 구간이고, 서북쪽으로 길게 뻣어 있다.
이른바 하서회랑에 해당하는 곳이다.
그 출발점의 중심지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중국에서 란주가 서부지역 개발의 전진기지가 되어서
공업, 교통, 자원의 중심지가 되었다.
그전에 가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실제로 란주는 황량한 벌판을 지나고 지나서 있는 도시 치고는 상당히 큰 도시였다.
그리고, 란주 자체는 스스로 황하의 발원지에서 시작되는 가장 큰 도시라는 것을
자랑으로 삼는다.
황하 강변에 "어머니의 강 황하" 라는 뜻으로,
젓먹이는 어머니 상을 크게 만들어 놓았다는 데, 사진을 찍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란주는 교통이 정말 terrible해서, 길바닥에서 시간을 다 까먹는다. 멀지 않은 거리인데도, 한참을 기다려도 버스가 안 오고, 버스를 타도 일단 한시간 이상은 걸린다. 버스도 무지 덥다. 그렇다고 걸어갈 수도 없고, 택시를 탄다고 해서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 . .)
란주는 비추이다. 별로 오래 있기를 권하지 않는다.
란주는 한자로, 蘭州, 자기들 말음으로 Lanzhou 란저우다.
삭막한 사막에 란초 란자라도 써서 삭막함을 덜어보자는 건지,
란초 란(蘭) 자는 우리 어머니 이름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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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주는 천수에서 특쾌로 4시간 거리이다.
서안에서 천수로도 특쾌로 왔다.
그러니까 서안-란주는 7시간 거리이다.
그러므로, 어차피, 서안 -돈황은 밤기차로 두번 가야하는 거리이다.
물론, 20대 청년이라면 24시간 꼬박 가는 기차를 타고,
서안에서 바로 돈황까지 갈 수도 있겠다.
내가 뭐 그럴 필요도 없고. . . .
돈황에 비행장도 있다. 국내선도 있다.
지금은 성수기라서 비싸다. 기차값의 세배쯤?
액수는 기억이 안 나는데, 아마도 천 위안이 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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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도 한창 더위와 전쟁 중. . .
하지만. 천수는 그렇게 덥지 않아요. . .
아칩을 먹으러 국수나 먹겠다고 국수집에 갔는데,
갔더니, 지금 그런 국수는 없고, 무슨무슨 면이 있는데, 괜찮겠나고 해서,
괜찮겠지 하고, "비슷한 거지요? 같은 거지요? 이양마(一樣麽)? "했더니 그렇다고 하고. . .
그런데, 아, 마카로니 같은 거라고 해서,
난 그걸 스파게티하고 혼동하고, 좋다고 했더니,
이게 뭐야. . . .!!
그러고보니, 이게 마카로니는 맞긴 맞네. . . .
(스파게티 국수가 아니고)
옛날에도 나는 마카로니 웨스턴 서부영화는 별로였는데. . . .
I don't like it.
다시 메뉴판을 찬찬히 보니, 이놈 이름이,
묘이면이라 (猫耳面, 마오-얼-몐). . .고양이 귀 국수라. . . .그것참. . . .
대충 젓갈로 휘휘 저어서 건져 먹고. . .
기차역 가야지. . . .
이놈은 상해에서 서녕 까지 가는 기차면, 서녕이라면 서쪽끝 칭하이(靑海)성의 성도인데. . .
바로 티베트 가는 칭짱열차가 출발하는 곳인데. . .중국대륙 동쪽 끝에서 서쪽끝가지 가는 기차로구나. . . .48시간도 더 걸리겠네. . . . .중국 정말 커요. . . .
내가 탈 기차는 항주에서부터 온것, 란주까지 가는 것. 상해나 항주나 거기가 거기. 란주나 서녕이나 거기가 거기. . . .이것도 48시간은 왔겠네. . . .
서쪽으로 갈 수록 경치는 더욱 황량해 집니다.
굴도 많이 뚫어놓고, 다리도 많이 만들어 놓고. . . .
중국인들은 이걸 개발이라고 하고, 성장이라고 하고, 한참 자랑하고,
자기들 국력의 신장이라고 들떠 있습니다.
무지하게 많이 기차길 만들고, 고속철도 길 만들고, 고속도로 만들고,
삼협(三峽)댐 같은 것 만들고 있습니다. 국책사업이지요.
그리고 국민들은 그것을 국력의 신장이라고 뿌듯하게 생각하고,
이대로 가면 미국놈들도 따라잡을 수 있다고
개발과 성장에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무지하게 지구가 파괴되고,
전 지구가 쓰레기가 되는 것도 중국의 개발과 성장 탓이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도 지금도 중국 교실에서는
"경제가 성장할려면 소비가 미덕이다" 라고 가르치고 있겠지요. . .
우리나라 30년전에 그랬던 것처럼. . . .
사막화도 문제고,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것도 가장 큰 역할 을 하는 것이 이제는 중국이라고 합니다. 티베트를 강제 병합한 것도 문제지만,
그리고 티베트 사람들을 돈으로 오염시킨 것도 문제지만.
티베트 지역을 개발하기 위해서 고속도로를 놓고, 이제 다시 철도까지 놓았습니다.
그 주 목적은 티베트의 자원을 실어나르기 위한 것.
그 개발 과정에서 티베트의 자연은 파괴되고,
초원이 모두 사막이 되어서, 더워서 더이상 인간이 살 수 없는 곳이 되고,
기온이 올라가서 곤륜산과 히말라야 산의 빙하가 녹아 내려서 수증기가 대기권 위로 올라가서
(고도가 4000미터 이상 되기 때문에- 비행기보다도 더 높은 곳입니다)
수증기가 바로 오존과 같은 온실효과를 낸답니다.
전인류의 생존이 중국의 무분별한 개발로 위협받고 있는데,
중국 국민은 이른바 개발과 경제성장에 도취되어서 "경사났다"고 난리입니다.
젊은이들은 모두 돈에 세뇌되어 있고. . . .
큰일이져. . . . .
이제 란져우 역에 도착했습니다..
저녁에 돈황 가는 기차는 오후 5시 19분에 있으니까, 그동안 박물관이나 가 보자.
버스를 타고 가 보았더니, 월요일에는 정기 휴관. . . 4일후에 돌아올 때 가 보지. . .
박물관 앞길인데, 왼편에는 이슬람 사원이 있고, 오른 편에는 공원이 있습니다.
그럼 공원에나 들어가 봐야지. . . . .
공원 이름은 소서호(小西湖) 공원. . .항주에 서호 가 유명한데, 아마도 거기서 이름을 따 온 듯.
이슬람 사원의 둥근 첨탑.
공원 앞에서는 역시 동네 노인들이 모여서 음악 연주를 즐기고 있습니다.
장미꽃이지요? 모란꽃 아닙니다.
자, 이제 다시 시간이 되어 역전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녁 5시 19분 기차. . . .15시간을 가야 합니다.
대개 밤기차를 타면 (1박 하니까) 준비를 합니다 .
우선 물하고, 컵라면하고,
그리고 밤에 잠이 계속 오지 않을 것에 대비해서 저는 이과두주 같은 것을 하나 삽니다.
그전에는 감기약 콘택600을 먹으면 잠이 쏟아졌는데,
요즘은 그 성분이 없어졌는지 콘택은 별로 효과가 없어요. . .
아마도 약처방 없이 팔수있게 하기 위해서 (이른바 OTC) 성분을 많이 뺏나봐요. . .
그리고 비타민 보충을 위해서 미니트메이드 오렌지 쥬스.
그리고 컵라면. . .
컵라면은 중국말로 방편면(方便面 )이라고 하지요.
뜨거운 물은 기차에 늘 준비됩니다. 뜨거운 물 따르는 곳이 있어요.
자, 보통 터콰이(특쾌)나, 콰이(쾌속) 의 밤기차, 침대차 (잉워)는 한편이
3층의 침대로 되어 있는데,
저는 중간 것을 권합니다. (표 살때 上 中 下로 되어 있어요)
아래로 갈수록 조금씩 비쌉니다.
일단 上은 높아서 불편하구요. 오르내리기. 또 천정도 낮습니다.또 밖도 안보이구요. 비추.
그런데, 下는 편리하기는 해도, 자꾸 중국사람들이 침대에 걸터 앉습니다.
중국 사람들하고 계속 상대를 해야해요. 대면을 하면서.
우리는 말이 안 통하니까, 그게 힘듭니다.
또,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말도 모르고 물정도 모르니까 얕잡아보일 수도 있구요)
그래서 저는 아예 중간에 타고, 중국 사람들하고는 대개 말을 안 틉니다.
이게 중국 컵라면이지요. . .
일찌감치 컵라면을 뜨거운 물을 받아서 먹었습니다.
그런데, 밥 장수가 밥을 팔러 왔습니다.
아차, 저 밥을 사먹어야 하는건데. . . . .
중국 열차에서 파는 밥은 무조건 사 먹어야 합니다.
20 위안(3500원)인데, 맛 있어요. 중국에서 한국식 밥 먹기 힘든데, 거의 한국식입니다.
그런데, 저녁 일곱시쯤 딱 한번 지나가요.
그 때를 놓치지 말고 사먹어야 해요.
그런데 라면도 먹었고, 어어. . 하는데 그냥 지나갔어요.
컵라면 먹었는데 또 법 먹기도 뭐하고. . .
내일 아침에는 꼭 밥 사먹자. . . .
그래도 컵 라면은 하나 사가지고 타셔야 합니다.
밥 먹는다는 보장도 없고,
또 컵라면을 기차에서 팔기는 파는데,
없다고 할 때도 있어요. . . .그러면 쫄쫄 굶어야 하니까. . . .
아니면 과자나 사과나, 콜라나 맥주나 그런 것만 먹든가. . . .
차장이 와서 표를 걷어갑니다.
다음날 아침 내릴때 되면 친절하게도 차장님이 찾아와서
표를 다시 내 줍니다.
인도처럼 자다가 내릴 역을 지나칠 염려는 전혀 없습니다.
밤 열시 되면 불도 꺼 줍니다 .
인도처럼 그렇게 무지막지하지는 않아요. . . .
자자, 자자. . . . .
첫댓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다음편이 기대됩니다.
ㅎㅎ 추억이 새롭습니다.
몇년전 실크로드 학술답사로 갔었지요.
돈황 등 석굴 그리고 벽화 대단한 그림이고 석굴이었지요.
글 재밌습니다.
샘 순례기에는 현장감이 살아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