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중등리그 왕중왕전 하이라이트] 포항 U-15팀vs원삼중, 결승전급 8강전 [ 2011-10-25 ]

[살라이거(수현파)]

[중등리그 왕중왕전 하이라이트] 포항 U-15팀vs원삼중, 결승전급 8강전  [ 2011-10-25 ]

선수들을 위로하고 있는 원삼중 이태엽 감독 ⓒ남경완

‘피할 수 없는 승부’라는 이런 경우를 두고 쓰는 말이다. 포항 U-15팀(포철중) 김동영, 원삼중 이태엽 양 팀 감독은 8강전을 우승의 최대 고비로 보고 있었다.

포항 U-15팀은 10번 황희찬, 8번 이상기, 15번 서정현을 축으로 한 빠른 역습이 위협적이었고, 원삼중은 볼을 중심에 놓고 움직이는 수비 조직력과 크로스에 이은 제공권에 승부를 걸었다.

전반 27분. 포항 U-15팀 황희찬의 기습적인 중거리슛이 원삼중 골네트를 갈랐다. 수비를 앞에 두고 날린 슛이 골키퍼의 시야를 가렸고, 정확히 우측상단 구석을 찔렀다.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한 골 만회를 위한 이태엽 감독의 용병술이었다.

골을 터뜨리고 기뻐하는 포항 U-15팀의 황희찬 ⓒ남경완

하프타임 이태엽 감독은 선수들을 점잖게 꾸짖었다. 경기에서 이기기 위한 감독의 질책이 아니라 축구선배로서 제자를 향한 조언이었다.

“어디서 짜증을 부리고 있어. 고등학교 가면 그런 거부터 고쳐. 냉정하게 찰 수 있어야지. 너 비위 맞춰서 찰 거야? 네가 짜증내는 것은 동료들을 욕하는 거잖아. 지금 잘 안 풀리는 게 누구 하나 잘못한 게 아니고, 우리 모두가 잘못하는 거잖아. 이럴수록 차분하게 냉정하라고. 찬스는 반드시 온다."

"포철하고 원삼 쉽게 승부 나지 않아. 여러분 잘 하고 있어. 그런데 기다려야 돼. 냉정하게. 오늘(중학교 시절)이 마지막 게임이 될 수도 있으니까 최선을 다해야 돼. 멋있게...절대 짜증내지 마. 찬스 온다. 포항 U-15팀 골키퍼 로빙볼에 약하고 볼을 잡았다가 놓치는 경우가 많으니까 코너킥, 프리킥 조금 높게...”

이어서 이 감독은 선수별 역할을 재확인했다

“익진이 중거리 슛 때리고”
“호진이 더 집중하고”
“성우야 집중하고 인상펴고 코너킥, 프리킥 찬스 오니까 헤딩력 살려서 냉정하게”
“진욱아(7번) 슈팅 더 때리고”
“(교체 투입되는 )경빈이는 들어가서 포철 8번 체크하고”
“원희 들어가서 남은 힘 다 쓰고”

그리고 나서 선수들의 자긍심을 일깨웠다.

“너희들 올해 정말 잘했잖아. 2관왕인데 이것까지 멋있게. 승부차기까지 가야 돼. 한 골 따라붙을 수 있어.”

동점골을 터뜨린 박성우를 얼싸안은 이태엽 감독 ⓒ남경완

이태엽 감독은 한골에 대한 집중력을 강조했다. 중거리 슈팅 주문과 코너킥, 프리킥 찬스에서의 높이를 이용한 경합을 주문했다. 또한 미드필드 라인을 이끄는 포항 U-15팀 8번 이상기 마크를 통해 공격을 맥을 끊는 전략이었다.

후반전 5분이 흐르자 이태엽 감독은 공격의 강도를 높였다. 18번 조수빈을 투입해 포항 U-15팀 진영으로 깊숙이 박힐 것을 주문했고, 20분이 경과하자 마지막 교체카드 송진욱을 투입해 중거리 슈팅을 주문했다.

“진욱아. 선생님 이야기 잘 들어. 중거리 슈팅. 들어가서 그거 하나야. 슈팅 한 번 멋지게 때리는 거야. 볼만 보고 정확하게 맞히기만 하면 돼.”

후반 30분 원삼중은 공격에 집중하다 두 차례 치명적 역습을 허용했으나 , 골키퍼 박재형의 슈퍼세이브로 위기를 모면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선수들은 초조해 했고, 심판에게 항의가 잦아졌다. 이태엽 감독이 선수들에게 주의를 줬다

“말하지 마. 침착하게 찬스를 기다려라!!”

흐르는 눈물을 멈추지 못하는 원삼중 선수들 ⓒ남경완

그리고 후반 39분, 프리킥 찬스. 문전 혼전 중에 5번 박성우가 골대로 밀어 넣었다. 기어이 한 골을 만회하며 이태엽 감독의 용병술이 빛을 발했다. 그러나 그 빛은 너무나 짧았다. 후반 30분, 포항 U-15팀의 15번 서정현이 역전골을 터뜨렸다.

이태엽 감독이 박성우와 기쁨의 포옹을 나누고 뒤돌아서서 자리에 앉아 물 한 모금 넘기는 사이 골이 들어가 버렸다. 경기는 그대로 마무리되었다. 30초 만에 터진 역전골이었다. 종료 휘슬이 울리고 원삼중 선수들은 그대로 그라운드에 주저앉았다. 다시 이태엽 감독이 선수들을 추슬렀다.

“다 이리로 와. 부모님들께 인사하고. 일 년 동안 응원해주시느라 수고해주신 부모님께 인사드려. 선생님 졌다고 고개 숙이고 다니는 거 제일 싫어하지. 다 잊어버려. 경기장 떠나는 순간. 선생님은 울고 다니는 사람 싫어하지. 올해 3학년 최고로 잘했어. 선생님 더 가르칠 게 없어. 빨리 가자 선생님이 맛있는 거 사줄게.”


글=남경완(KFA리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