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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해’는 정상적인 횡단보도 신호에 따라 횡단보도를 건너던 도중 ‘나방심’이 운전하는 승용차에 치어 허리뼈가 골절되는 큰 부상을 입었다. 이에 대학병원에 긴급 이송되어 전신마취 하에 수술을 받던 도중 사망하였다.
참고 : ‘나방심’은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며, ‘억울해’는 평상시 간에 이상이 있었으므로 전신마취를 하는 경우에는 내과전문의의 자문을 구한 후에 하여야 하는데 이를 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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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오늘은 교통사고를 당한 것도 억울한데, 그것도 모자라 의료사고로 인하여 사망하였다고 하니 너무 억울한데요? 이럴 경우 피해자는 누구에게 보상을 받아야 하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A. 교통사고 이후 의료과실로 인하여 상태가 더 악화되었을 경우 그 손해배상의 범위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이 사례를 들고 나왔습니다.
이 사례 또한 대법원 판례에 있는 내용을 약간 각색했는데요, 실제 사례의 내용은 산재사고였습니다. 이를 교통사고로 사고내용만 바꾸어 보았습니다.
지금까지의 사례에서는 피해자가 얼만큼 보상받는가에 주안점을 두었는데, 만일 이런 유형의 사고가 발생한다면 가해자는 어디까지 손해배상을 해주어야 하는가에 대하여 초점을 맞추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Q. 가해자 입장에서는 피해자가 다친 것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해줘야 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의료과실로 인하여 더욱 상태가 악화된 것까지 배상해줘야 한다면 그것은 좀 억울할 것 같은데, 가해자는 어디까지 손해를 배상해줘야 하나요?
A. 네 실제사건에서는 유가족측이 가해자와 의사를 상대로 연대하여 모든 손해를 배상해줄 것을 주장했었는데, 우리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이 가한 손해에 대하여만 각자 배상해줄 것을 명하였습니다.
즉 교통사고 가해자에게는 만일 의료과실이 없었더라면 피해자가 살아있었을 것이므로 이에 대한 손해만 배상하라고 판결하였으며, 가해 의사에게는 사망에 이르게 된 손해에 대하여만 배상하라고 판결하였습니다.
Q. 그러면 피해자측 유가족 입장에선 둘 모두를 상대로 각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밖에 없네요?
A. 네 그렇습니다.
일반적으로 공동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사고가 발생하였을 경우엔 어느 한사람에게 청구하면 그 손해를 전부 배상해 줘야 할 의무가 있는데, 이 사건은 교통사고와 의료과실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보고 각자 피해자측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해줄 것을 명하였습니다.
Q. 오늘 사고는 교통사고로 인하여 부상을 입었는데, 의료과실로 인하여 더욱 악화되었을 경우에는 교통사고 가해자와 의료과실을 한 의료인측은 각자 자신이 기여한 손해만 배상해주면 된다는 점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 사례에서 교통사고 가해자와 의사가 물어주어야 할 손해배상의 범위는 어떻게 되나요?
A. 네 손해배상의 범위와 관련하여 주의하실 점이 있습니다.
손해배상의 기본원칙은 피해자가 입은 실손해 이상으로 손해배상을 해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자칫 잘못 생각하면 2군데서 손해배상을 받으니 손해배상금을 더 많이 받으실 것이라 생각하시면 안된다는 점입니다.
Q. 손해배상에 있어서 실손해 이상으로 손해를 배상해주지 않는다는 점 기억해 두셔야 할 것 같네요?
여기에서 궁금한 점이 있는데, 지금 교통사고 피해자는 사망하였잖아요?
만일 의료과실이 없었더라면 피해자는 현재 살아있을 텐데, 제가 알기로는 사망할 경우에 손해배상금이 적게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다면 피해자측 입장에선 너무 억울하지 않나요?
A. 네 정말 좋은 지적이십니다.
그렇게 되면 너무 억울하죠?
이런 경우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경우에는 가정을 하게 됩니다.
만일 의사의 과실이 없었다면 피해자는 죽지 않았을 것입니다.
즉, 죽지 않은 경우를 가정하여 교통사고 가해자가 배상해 주어야 할 손해액을 정하고, 의사가 배상해 주어야 할 손해액에 대하여는 부상을 입은 피해자가 사망할 경우 발생하는 추가적인 손해에 대하여만 손해배상액을 정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만일 교통사고로 피해자가 노동능력이 100% 상실된 상태에서 의료과실로 사망하였다고 가정한다면 추가적인 손해는 본인 및 유족이 입은 정신적 손해만이 해당됩니다.
이 부분이 의사가 물어주어야 할 손해액이 됩니다.
Q. 아 그러면 피해자측 입장에선 받을 손해배상액이 줄어드는 일이 발생하지는 않게 되네요! 하지만 교통사고와 의료사고가 경합할 경우 누구에게 책임소재가 있는지 따지기는 실무상 상당히 어려울 것 같은데, 어떤가요?
A. 맞습니다.
실제로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우리나라 현실에선 아마 소송을 가지 않고서는 다투기 어려울 것입니다. 책임소재를 다투려면 인과관계의 문제부터 따져봐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죠! 더군다나 의료과실의 경우에는 더더욱 따지기가 쉽지 않죠!
Q. 어쨌든 이런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인과관계라든지 의료과실의 문제는 모든 분들이 궁금해 하실텐데, 어떻게 다투는지 알려주시겠습니까?
A. 네 우선 사고와 그로 인한 결과간의 인과관계를 어떻게 정하는가의 문제부터 설명드리겠습니다.
원인과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를 정하는 이론에 대하여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우리나라 법원에서는 그 중 상당인과관계설을 취하고 있습니다.
상당인과관계설이란 원인과 결과사이에 일반인의 경험칙에 비추어 상당성이 인정되면 인과관계가 인정되어 책임을 진다는 것인데, 쉬운 말로 풀이하면 우리 상식에 비추어 보아 이러한 일이 있으면 결과도 예외가 없는 한 이러한 결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사례를 보면 ‘교통사고로 다쳤을 경우 수술을 하게 되면 무조건 죽는다’ 이런 공식은 전혀 성립하지 않죠? 즉, 상식적으로 판단하여 죽지 않을 사람이 죽었다고 판단되면 선행사고인 교통사고와 사망한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는 없다고 보게 됩니다.
Q. 하지만 현실에선 의료과실에 대하여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가요?
A. 맞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의료과실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Q. 왜 그런가요?
A. 의료과실을 입증하는 방식에는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가해자가 입증하는 방식과 피해자가 입증하는 방식이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피해자가 입증해야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Q. 의료사고는 고도로 전문적인 분야라 피해자가 전혀 알 수 없는 영역 같은데, 무슨 이유로 피해자가 입증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인가요?
A. 만일 가해자인 의료진이 입증하는 방식을 취한다면 아마 의사는 매결과마다 결과에 대한 입증책임을 부담하므로 소신 있는 의료행위를 하기 힘들 것입니다. 즉, 의료행위가 상당히 위축되겠죠? 반대로 피해자가 입증하는 방식만 고집한다면 아마 의료진의 과실을 입증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Q. 그러면 어떠한 대책이 있나요?
A. 네 이러한 이유로 의료행위 등 특수전문분야에 있어서는 입증방식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합니다. 입증책임을 가해자인 의사에게 전환하자는 논리, 아니면 입증책임을 가해자인 의사에게 전환하지는 않더라도 완화하자는 이론 등 여러 가지가 나오는데요, 그 중에서 의료행위에 대하여는 일반적으로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이론이 등장합니다.
Q. 어떤 내용인가요?
A. 의료행위의 전문성, 배타성 때문에 3가지 요건이 충족되면 의료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반대로 의료진 자신이 과실이 없다는 것을 반증해야 하는데요, 3가지 요건에 대하여 살펴보면, 첫째, 정상적인 상태라면(즉 누군가의 과실이 없이는) 발생할 수 없는 유형의 사고일 것, 둘째, 사고를 야기한상황이 가해자의 배타적인 지배하에 있을 것, 셋째, 피해자는 어떠한 형태로든 사고에 과오가 없을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사례내용을 살펴보면 일반인들이 척추수술을 한다고 하여 사망하지는 않습니다. 즉, 정상적이지 못한 결과가 일어났죠? 그리고 수술실에는 일반인들의 출입이 금지됩니다. 즉, 의사의 배타적인 지배하에 있다고 볼 수 있죠! 끝으로 환자는 마취상태에 있으므로 아무런 행동을 취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떠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아울러 실제 사건에서 이 사건이 결정적으로 의료과실이 인정되게 된 이유는 수술을 할 경우에는 의사는 환자 및 그 가족에게 수술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한 후 동의를 받게 되어 있는데, 간에 이상이 있는 환자가 전신마취를 하였을 경우에는 잘못하면 부작용으로 사망할 수 있다는 설명을 하지 않은 과실이 있었습니다. 즉, 설명의무를 다 하지 않은 상태에서 환자 및 가족의 동의를 받은 것이죠!
Q. 결론적으로 의료진이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에는 의료과실이 인정될 경우가 많겠네요?
A. 물론 아주 긴급한 상황을 제외한다면 그렇습니다.
Q. 오늘은 교통사고로 다쳤는데, 의료과실로 인하여 더욱 손해가 증가하였을 경우에는 교통사고 가해자와 의료진은 각자 자신이 기여한 손해만 배상해 주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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