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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심 어구의 위치
대부분의 시조는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 의식이 종장에 위치한다. 그래서 백수 정완영 시인도 이를 두고 “우리 시조는 흐름(流)이 있고, 굽이(曲)가 있고, 마디(節)가 있고, 풀림(解)이 있는 가형(歌形)으로 옛날 밤을 새워가면서 잣던 할머니의 물레질, 한 번 뽑고(초장), 두 번 뽑고(중장), 세 번째는 어깨너머로 휘끈 실을 뽑아 넘겨 두루룩 꼬투마리(가락)에 힘껏 감아주던(종장)것, 이것이 바로 다름 아닌 초·중·종장의 3장으로 된 우리 시조의 내재율”이라고 하여 작품의 핵심을 종장에 두고 있음을 내비치고 있다. 우리의 고시조와 현대시조를 막론하고 종장에 시적 주제가 나타나는 것이 시조의 일반적인 표현 모형이다. 그런데 때에 따라서는 이것이 중장에 위치하여 초장의 열림과 종장의 풀림을 다독여 안는 경우가 있고, 초장에 위치하여 중장에서 의미를 열고 이를 종장에서 풀어서 거꾸로 초장에 마무리하여 시조의 의미를 담아내는 것들이 있다.
1 주제구가 초장에 위치
현대시조 가운데 이 초장에 중심구를 배치하여 표현하는 시조가 늘어나고 있다. 어찌 보면 시조의 전통 형태를 완전히 뒤집은 모습이다. 두괄식 시조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보이는 시조는 먼저 의미를 가락에 감아 맺고(초장), 다음으로 정서를 연 다음(중장), 마지막으로 이를 풀어내 보충해 주는 모습이다.
낯익은 얼굴들이다. 어디선가 본 듯 본 듯한
내놓고 떠벌릴 만한 번듯한 본새는 아니어도
볼수록 가슴 애젓한 아들 같은 딸 같은
-김승규, 풀꽃(현대시조 2019 가을호141호)
넘치는 그릇보다 빈 그릇이 아름다워
바람도 담아보고 달빛도 담아보고
청정한 저 하늘까지도 담아볼 수 있기에
-김옥중, 빈 그릇
등 굽은 저 사내의 가위질이 능숙하다.
작은 창에 어른대는 바람 한 필 잘라 와서
엇나간 각을 자르고 짧은 생각 덧붙인다.
-백점례, 구두수선공
어지간한 일로는 등 돌리고 살지 말라.
세상을 한 바퀴 온전히 돌아야만
비로소 그의 얼굴을 마주볼 수 있으니.
-신양난, 세상 살면서
2 주제구가 중장에 위치
현대시조에 넘어오면서 시조의 형태도 한결같은 장별 배행시조 뿐 아니라 구별, 음보별 배행시조가 나타나고 있으며 표현 기법도 다양해져 주제구가 종장이 아닌 중장에도 나타나는 작품이 심심찮게 보이고 있다. 여기에 보이는 시조는 먼저 의미를 뽑고(초장), 가운데에서 가락에 두루룩 힘껏 감아 맺고(중장), 마지막으로 이를 풀어내 펼쳐 보여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러터진 홍시들은 맨 뒷줄로 밀려나고
침(沈)담근 땡감들이 앞줄로 나와 있다.
때깔이 화려할수록 몸값 또한 비싸니까.
-김흥렬, 감 가게에서
혼곤한 꿈을 열고 파도소리 들어와서
어지러운 꿈을 깨워 새 하루를 열어놓네.
고요 속 누웠던 열기 술렁술렁 일렁이고
-엄기창, 방포의 새벽
무슨 말로 채울까 망설이다 한 해 두 해
어머니는 유언 대신 빈 칸 하나 두고 갔다.
이따금 낮달이 와서 눈물 적셔 닦는 창
-민병도, 빈 칸
소슬한 늦가을을 황홀하게 물들이고
장엄하게 지는 해가 화엄경을 펴는구나
아직껏 눈 밖의 일이었다. 오늘 새삼 고은 노을
-김석철, 노을에 앚아
3 주제구가 종장에 위치
고 시조나 근대시조, 현대시조의 일반적 표현 모형이다. 처음 초장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제재를 끌어들이고 이를 중장에서 풀어서 펼치고, 종장에 중심 이미지를 배체하여 표현하고자하는 바를 말하고 있다. 여기에 속하는 시조는 전형적으로 백수가 말한 한 번 뽑고(초장), 두 번 뽑고(중장), 세 번째는 어깨너머로 휘끈 실을 뽑아 넘겨 두루룩 가락에 힘껏 감아준(종장) 모습이다.
짚방석 내지 마라 낙엽엔들 못 앉으랴
솔불 혀지 마라 어제 진 달 돋아 온다
아희야 박주산챌망정 없다말고 내어라
-한석봉,
가난도 때오르면 부귀(富貴)보다 사치롭고
한 고개 넘어서면 극락같이 열린 하늘
그 하늘 별 뜨는 가난 맨발로 우러러 서리
-박재두, 어떤 가난
소리를 짊어지고 누가 영을 넘는가.
이쯤 해 혼을 축일 주막집도 있을 법한데
목이 쉰 눈보라소리가 산 같은 한을 녹인다.
-이상범, 남도창
시조에서 종장은 각 작품의 핵으로 모든 시적 의미를 일발필중(一發必中)으로 표현한 부분이다. 이렇게 시조에서는 전통적으로 종장에 그 시적 의미를 모아 표현의도를 집약하여 보여준다.
★ 압운 [押韻]
압운이란 시의 행이나 연의 일정한 위치에서 같거나 비슷한 음이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것을 말한다. 여기엔 두운, 요운, 각운이 있다.
1 두운의 예
불의 뫼 억새밭에 불잽이 손 뻗쳤다
불기둥 구름기둥 하늘높이 솟아라
불타는 저 우렛소리 이 강산 고함소리.
⎯김상은의 <화왕산> 첫째 수
* 이 작품은 첫 음보(이 경우는 첫 행으로 봐도 된다)의 첫 음절이 모두 같은 음(소리)을 내는 두운이요, 동시에 음소인 초성이 ‘ㅂ'으로서, 그리고 종성이 모두 ‘ㄹ'로 된 자음 운으로서의 두운이다.
머리는 감고 나니 탕 속이 시꺼멓다
마음은 도려내어 장대에 매달거나
망아지 엉덩이에 뿔났다, 언제 고분고분 부리나
-조정제, 심우도
* 이 작품은 첫 음소‘ㅁ’으로 된 자음 운을 가지고 있는 시조이다.
2. 요운의 예
내 초년 무쇠 종은 새벽 깨워 천당, 천당
내 중년 스피커 종은 세상 깨워 구원, 구원
내 말년 벙어리 종은 내 영(靈) 깨워 사랑, 사랑.
⎯김상은의 <벙어리 종> 전문
* 이 작품은 각 행에‘내’란 말이 첫 음보 첫 음절로 나와 두운이고, ‘종은’이라는 두 음절이 각 행의 허리 부분에서 규칙적 반복을 이루고 있으므로 요운에 속한다.
3 각운의 예
추강(秋江)에 밤이 드니 물결이 ᄎᆞ노라
낚시 드리치니 고기 아니 무노라.
무심(無心)ᄒᆞᆫ 달빗만 싯고 뷘 저어 오노라.
-월산대군(성종의 형)
* 각구의 끝이 모두‘∼노라’로 일정한 리듬을 형성한 각운이다.
그 꽃은 작은 싸리 꽃 아 산들한 가을이었다.
봄여름 가리지 않고 언제나 가을이었다.
말라서 바스러져도 향기 남은 가을이었다.
⎯김상옥, 싸리꽃
*‘가을이었다.’라는 음절이 각 연의 셋째 행의 말미에 위치하여 규칙적 반복을 하므로 이는 각운에 해당한다.
조그만 쪽 편지 오래오래 접은 손
그 편지 다 닳도록 차마 건너지 못한 손
가만히 호주머니 속에서 깃털처럼 파닥인 손
그 여자 손이 작아 그 사랑 잡지 못했네.
그 여자 손이 작아 그 상처 다 못 가리네.
그 여자 손이 너무 작아서 그 눈물 다 못 닦네.
-서숙희, 손이 작은 그 여자
복사꽃 이울어도 한 잎씩 이울 테지
산빛이 짙어가도 하루씩 짙어가고
등 너머 뻐꾸기 소리도 한 굽이씩 여물 테지
꽃 이운 그 자리도 한 나절쯤 어두울 테지
어린 초목 산그늘도 한 발짝씩 내려앉고
가문 날 왜가리 외로움도 한 모금씩 타들 테지.
-박명숙, 복사꽃 이울어도
* 위 작품은‘손’과‘네’란 음절이 각행 말미에 위치하여 반복되고 있고. 또 아래 작품은‘테지’란 말이 초, 종장 말미에 위치하고 있다. 각운에 해당한다. 첫 작품 둘째 수 ‘손이’는 요운이다.
햇빛 아래 서 있는 누구라도 투명하다.
아빠를 부르는 아기 눈망울도 투명하다.
조막손 잡고서 웃는 아빠도 투명하다.
-하수미, 피지 풍경
* 위 작품은 ‘투명하다’가 초,중,종장 끝에 반복 배치하여 각운을 이루고 있다.
★ 종장 마지막 구 음보 처리 방식
현대시조에 나타난 종장의 처리 모습을 보면 열림형과 닫힘형으로 대별되고 열림형에는 상상형(想像形) 연결형(連結形), 닫힘형에는 종지형(終止形)과 단절형(斷絶形)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1 상상형은 한 수의 작품의 끝맺음을 여백미를 두어 읽는 이가 생략된 부분을 상상하게 하는 고급 수법이다.
귀갓길 풀숲에서 훅 가을 냄새가 난다.
아, 가마솥 여름이 이렇게도 짧은 것을!
덩달아 귀뚜리 울음, 인생은 더 짧은데…
-오영빈, 귀가[현대시조 2019 가을호, 141호]
저 너른 대우주(大宇宙)가 한 눈에 다 보이네.
저 많은 별 떨기가 한 눈에 다 보이네.
이런 줄 내가 모르고 내가 미처 모르고.
-허일, 만다라* [현대시조 2018 봄호, 통권135]
저 봐라 좀 있으면 꽃잎 활짝 열리겠네.
그래도 씨 값 하제 끝끝내는 피고 말제
늦으면 대수라더냐 하늘 아래 젤 고운데
-김영애, 어머니의 시[2019 여성시조 제22호]
2 연결형은 연시조에서 첫수에서 맺음을 하지 않고 다음 수에 연결시켜 정서를 이어나가는 수법으로 전통 시조 시적 기법과는 거리가 있는 기법이다. ∼며, ∼면, ∼다가, ∼지만, ∼ㄴ데 등의 어미로 끝맺음하면 시조는 한 수 한 수 독립적이 되어야 하는데 다음 수에 연결되는 꼴이 되어 맺음이 되지 않고 다음 수에 예속(隸屬)되는 모양새가 된다. 이런 기법은 현대시에서나 볼 수 있는 것으로 시조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산당화 꽃잎 몇 장 흩어놓은 서녘 하늘
시새워 지는 해를 이어 피는 꽃구름은
가을 산 고운 단풍을 그렸다가 지웠다가
한나절 품은 연정 그리움을 토해놓고
이별할 적 가슴 속에 생채기로 남은 흔적
지난 날 추억 한 조각 풍경 걸린 단청 빛
-○ ○○, 저녁놀
입 밖으로 잘 내지 않는 불안과 희망들을
세세하게 끄집어내 내 것이 되게 하는
감정을 심은 솜씨에 보험 하나 들었는데
마음은 보험이 안 돼 깨우친 게 하나 있지
정을 내며 사는 것이 마음 보험 드는 거라고
사람이 사람에 치어 눈물 나고 사무쳐도
-○ ○○, 보험, 둘째, 셋째 수
위 작품은 첫 수가 둘째 수에 이어져 시적 의미를 만들어가고 있다. 첫 수로는 시조의 표현 의미가 미완성된 모습이다. 둘째 수가 있음으로 하여 시가 완성되는 모습이다. 독립된 시조가 하나의 시적 제재 밑에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첫수에 대한 보완 관계로 둘째 수가 존재한다.
3 종지형은 ‘〜다, 〜네’‘〜까, 〜냐, 〜구나, 〜어라’등 한 문장의 종결어미를 서술형, 의문형, 감탄형 등을 사용하여 작품을 맺는 방법이다.
민낯에 콕콕 찍어 꽃분 발라 꽃핀 소녀
한낮엔 오므리고 마음 다져 뒤척이다
밤에만 살짜기 피는 부끄럼이 더 고와라.
-이광녕, 분꽃, 첫수 [현대시조대표작(연시조) 2018]
이승과 저승 사이 맨발로 디디고서
어디로 가야할지 망설이는 눈 큰 사내
게으른 발가락 틈에 구절초만 자란다.
-박헌오, 장승의 발가락[시조문학 통권211호]
4 단절형은 명사나 명사형으로 의미를 한정하는 방법으로 특히 단시조에서 많이 사용되는 형태이다.
오늘도 또 보내고
빈손으로 틀어 앉아
썰려나간 갯벌 같은
가슴팍을 매만지면
흥건히 고이는 애모
뚝뚝 지는 낙엽소리
-장석주, 연가
하늘 잡고 휜 가지 그 끝에 찍은 낙관
환한 가을 보내는 적선의 화폭이다.
정성도 손 시린 계절 곱게 편 따순 풍경
-강인순, 가을 적선[강인순 시집, 그랬었지]
위 네 가지 형태 중 어느 것이 가장 바람직한가는 논할 것이 못 되고 시적 전개에 따라 이를 적용할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연결형은 피하고 쓰지 말아야 할 것이 다. 요즘 대부분의 시조는 나머지 세 형태가 쓰이고 있어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 시조에서의 심상(心象)- 이미지(image)
1 뜻
시조를 읽을 때, 언어로 그려내는 마음 속 상상의 그림으로, 사물의 감각적인 영상, 또는 느낌을 말한다. 이는 체험을 바탕으로 감각 기관을 통하여 형성된다. 그래서 시조를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한다. 여기서 “상상력이란 자연이 결합시켜 놓은 것을 분리하고, 자연이 분리해 놓은 것을 결합시키는 인간의 힘”이라고 휠 라이트(wheelwright)는 말하고 있다.
2 심상의 시조적 기능
① 구체성 : '그 여인은 더없이 아름답고 우아하다.'라는 서술보다는 '그 여인은 이슬 먹은 한 송이 백합꽃.'이란 표현이 훨씬 생생하고 구체적이다.
② 함축성 : 미묘한 느낌이나 생각을 각종 심상을 활용하여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조오현의 '비슬산 가는 길'에서 ‘절은 또 먹물 입고 눈을 감고 앉았을까’에서 ‘먹물’이란 시어가 있는데 이는 불성을 함축하고 있다
③ 감각의 직접성 : 이미지는 대개 감각적 경험과 구체적 사물을 나타내는 언어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뚜렷하고 직접적인 인상을 준다.
3 심상의 종류
① 시각적 심상 : 색체, 명암, 모양, 움직임 등을 나타내는 시각적인 시어나 시구에 떠오르는 상, 또는 느낌
검은 박쥐 떼같이 밤은 날개를 펴고
(이은상, 밤)
정령 할 말/ 그렇더냐./추적추적추적추적
(정운엽, 비)
네 얼굴 눈에 밟혀/ 주춤주춤 하는 사이
(김종영, 과속방지턱)
② 청각적 심상 : 구체적인 소리를 나타내는 시어나 시구에서 떠오르는 상
진달래 사태 진 골에/ 돌돌돌흐르는 물소리
(이호우, 산길에서)
하하 호호 히히 헤헤귀로 듣는 그 향기
(김여근, 웃음꽃)
쟁, 쟁, 쟁/ 장죽을 떨던/ 조부님 먹빛 환청
(김영기, 오죽)
③ 미각적 심상 : 맛을 나타내는 시어나 시구에서 떠오르는 상, 또는 느낌
내 고향 하늘빛은 열무김치 서러운 맛
(정완영, 고향 생각)
한 숟갈 비린 바다가 게워 올라온 어머니
(김윤숙, 섬의 기억)
들녘은 누렇게 누른/ 누룽지 맛나고요
(이승현, 백로)
소금 한 포를 샀다. 그 짭조름한 사랑을
(김은숙, 소금의 맛)
창시는 다 녹아버리고 코끝 얼큰한첫사랑
(구영애, 애랑)
④후각적 심상 : 냄새를 나타내는 시어나 시구에서 떠오르는 상, 또는 느낌
꽃처럼 향기롭고별 같이 빛난 것이
(이희승, 선(善))
잘 익은 죽음으로 향하는/ 생이/ 온통/ 향기롭다
(정수자, 생이 향기롭다)
새우젓 풍겨드는 콧등 시린 살 냄새
(김명호, 새우젓)
가슬가슬한 이마 위에 낙엽 타는 냄새가 난다.
(김영철, 붉은 감기)
꽃 창살 고풍 서리에 홍매향이 벙글다.
(정정조, 춘매 단수)
실명은 밝히지 않고 구린내만 풍기기에
(차경섭, 아리랑 2)
⑤ 촉각적 심상 : 촉감을 나타내는 시어나 시구에서 떠오르는 상, 또는 느낌
둘 서로 손잡아 줄 때/ 살갗에 닿는 이 두근두근
(김수엽, 사랑은)
어쩌자고 저를 벤 낫을 향기로 감싸는지
(민병도, 들풀)
갓난애 토실한 고운 속살 생각난다.
(유준호, 햇감자)
파도가 어루만지며 괜찮다, 이젠 괜찮다
(이동륜, 파도)
정갈한 댓돌 위에 여린 햇살이 따습다.
(신군자, 가을 산사에서)
⑥ 공감각적 심상 : 함께 어우러져 쓰인 둘 이상의 감각적인 표현에서 떠오르는 상, 또는 느낌. 감각의 전이 현상이다.
날 세워 창살을 베는 서슬 푸른 넋이 있다.
(김상옥, 한란)
돌 돌 돌 어둠을 씻는다. 새가 와서 지저귄다.
(류제하, 반지)
목청이 푸른 장끼 게워내는 울음이랴
(오승철, 누이)
그런 밤 쏟아진 별빛은 시리도록 파랗다.
(조순호, 진달래)
사월의 꽃 은희란 때 묻히고 싶지 않은 숭고한 꽃무더기 지상에 쏟아지는 황홀한 음모들 저토록 고운 자유를 다투어 누리나니 | 비오는 날 은희란 빗소리 가냘프니 마음도 귀 얇다 가느다란 풀꽃에 젖어드는 눈망울 한 종일 머뭇거리다 돌아서는 아쉬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