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다라의 교리와 수행론
1)태장계만다라의 일체지사상
만다라는 밀교경전의 불‧보살 등의 제존을 도상으로 표현해 모아 놓은 것이며 각 제존은 진언이나, 수인, 실담(悉曇)이나 삼매야형을 통해 제존의 성격을 담아 표현해 놓고 있다. 만다라의 본래 뜻은 본질을 의미하는 '만다(曼茶)'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일경』에 설해진 태장계만다라의 경우 '태장(胎藏)'의 의미는 중생의 마음에 감추어져 있는 법신의 자성을 뜻하는 것이 되며, 태장계만다라는 자성으로서 중생의 심성이 상징화된 것이다. 『대일경소』에는 태장계만다라에 대해 다음과 같이 주석하였다.
다음에 진언행의 대비태장생대만다라왕(大悲胎藏生大曼茶羅王)을 수행하는 것을 해설한다. 여기서 태장의 비유를 간략히 말하면 진언행자가 처음 일체지(一切智, 성불)의 마음을 내었을 때 마치 부모의 인연이 만난 것과 같이 식의 종자가 처음 탁태하여 점점 자라 행과 업의 풍(風)에 의해 점차 성장하여 이후 태어나 걸러 모든 근과 백 가지 몸이 구족하게 되는 것이 부모의 종성(種性)에서 태어나 시작되는 것과 같다. 마치 진언문에 의지하여 대비만행(大悲萬行)과 깨끗한 마음이 드러나는 것과 같이 이 어린아이도 점차 인법을 갖추어 모든 기예를 익히고 기예에 통달한 후 사업을 시행하는 것과 같이 깨끗한 마음에도 방편을 일으켜 자신의 지위를 수행하고 인연에 따라 만물을 이롭게 하고, 중생을 제도하기 때문에 이름하여 대비태장생이라 한다. 또한 처음에 보리심문(菩提心門)에 들어 밝은 법의 도리를 보고 수정된 식종자와 같이 앞의 7지 이래로 대비의 만행의 자양을 쌓음이 태장과 같으니 아무 공용이 없었지만 점차 여래의 방편을 수학하는 것이 마치 어린아이가 태어나 모든 기예를 익히는 것과 같이 여래의 일체지지에 이른다. 마치 기예를 익힌 후 계획에 따라 부릴 수 있기 때문에 대비태장생이라 이름한다.
이처럼 만다라는 한 밀교경전의 교리나 사상을 가장 단축된 형태로 보여주는 것이며, 태장계만다라의 경우 중생의 마음에 감추어진 법신의 세계를 일목요연하게 담은 것으로 만다라의 목적은 수행자가 만다라에 담긴 상징세계를 관함으로서 제존의 세계를 자신의 세계에 일치시키려는 것에 있다.
『대일경』의 경우 「주심품」에 나타난 비로자나여래의 일체지지(一切智智)사상과 삼구법문의 취지는 만다라에 고스란히 상징화되어 있다. 삼구법문은 대일여래의 신변을 묻는 금강수의 질문에 대해 대일여래가 답한 것으로 경전에는 다음과 같이 설해져 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은 지혜는 무엇을 인(因)으로 하고, 무엇이 근(根)이며, 무엇이 구경(究竟)입니까? 이처럼 설하자 비로자나불은 지금강 비밀주에게 말했다. 선재로다, 집금강이여! 선재로다 금강수여! 그대가 나에게 이 뜻을 물었으니 그대는 마땅히 듣고 잘 생각하라. 내가 설하리라. 금강수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즐겨듣겠습니다. 붓다께서 말씀하셨다. '보리심이 인이 되고, 자비가 근이 되며 방편이 구경이 된다'
위의 내용은 경전의 교주인 비로자나여래가 자신의 신변의 근저가 되는 수행과 목표를 설했다는 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여기에서 '깨달은 마음'과 중생구호의 자비심과 더불어 궁극적인 일체지지의 목표는 중생을 구제하기 위한 방편인 실천적 능력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삼구의 법문도 붓다의 깨달음이 자비심에 의해 불변의 실체로서 현상계에 나투어 질 수 있다는 내용이 만다라로 상징화된 것이다.
태장계만다라는 여러 구획으로 나뉘어져 있고, 각 구획마다 주존이 있으며, 주존의 주변에 협시보살과 더불어 여러 권속들의 배열을 통해 구획이 상징하려는 의미를 표현하고 있다. 태장계만다라에 존재하는 각 구획의 종류와 상징내용은 다음과 같다.
(i)중대팔엽원(中臺八葉院): 중앙의 중대팔엽원은 보리심을 상징하는 것으로 중앙의 4불이 보리심이 표출되는 진리의 세계를 상징하는 것인데 반해 4보살은 진리를 깨달으려는 수행자의 모습을 상징하고 있다.
(ⅱ)지명원(持明院): 공(空)의 지혜를 실현하는 것으로서 반야의 무아성의 실현을 상징한다.
(ⅲ)편지원(遍知院): 공(空)의 세계가 진실지(眞實智)의 활동으로 불모로서 형상화된 것이다. 팔엽연화의 꽃잎 사이에는 8개의 금강저는 8지(八智)를 상징하고, 대지, 대비의 세계를 다시 구체화한 것이 금강수원과 관음원이다.
(ⅳ)금강수원(金剛手院): 대지(大智)의 활동을 나타내는 금강살타가 주존으로 이를 둘러싼 보살들은 지혜의 활동을 구체화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ⅴ)관음원(觀音院): 무한한 자비의 활동을 상징하는 관자재보살이 주존이다. 나머지 보살들은 청정한 마음을 성취하여 중생을 구호하는 과정을 상징한다.
(ⅵ)석가원(釋迦院): 석존의 깨달음의 세계이며. 이것이 중대팔엽원과 편지원, 지명원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석가원은 인간의 몸으로 진리를 체득하고, 중생을 가르친 인격인 대비의 체현자(體現者)로 상징화된 것이다.
(ⅶ)문수원(文殊院): 분별희론(分別戱論)이 없는 진리의 세계에 대한 지혜를 문수보살로 상징한 것이다.
(ⅷ)제개장원(除蓋障院): 마음의 번뇌인 분노, 증오, 불안 등을 제거한 것이다.
(ⅸ)지장원(地藏院): 무차별평등의 자비로 윤회의 고통을 극복하는 지장보살의 세계를 상징한다.
(ⅹ)허공장원(虛空藏院): 천수천안관자재보살은 대비구제에 노력하는 대비의 세계의 완성을 상징한다. 백팔비금강장왕보살은 대비의 실현을 위해 일체의 번뇌를 타파하는 지혜의 활동을 의미한다.
(ⅺ)소실지원(蘇悉地院): 태장계만다라의 현실적 실현을 상징한다.
(ⅻ)최외원(最外院): 태장계의 외금강부는 밀교의 세계를 보호하는 팔방천과 사천왕을 각각의 방위에 배당시키고 불국토를 보호한다. 여기에는 민간에 신앙되고 있는 제천인 9집(九執), 12궁, 28숙 등의 천체의 신과 8부중 등의 선신(善神)이 그려져 있다.
이상 12원으로 구성된 태장계만다라는 각 구획의 조합에 의해 4중의 구성을 이루는데. 배대된 구성원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태장계만다라의 4중구성]
제1중: 중대팔엽원‧편지원‧관음원‧금강수원‧지명원
제2중: 석가원‧지장원‧허공장원‧제개장원
제3중: 문수원‧소실지원
제4중: 최외원
여기서 4중이 상징하는 의미는 제1중이 자성법신. 제2중이 수용법신, 제3중이 변화법신, 제4중이 등류법신이 상징화된 것이다. 대일여래의 법신이 상징화된 것외에 제 1중은 '보리심위인(菩提心爲因)', 제2중은 '비심위근(悲心爲根)', 제3중은 '방편위구경(方便爲究竟)'의 삼구법문이 상징화된 복합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다음으로 12원을 3부의 조직으로 구성하면 아래와 같다.
[태장계만다라의 3부 구성]
불 부: 중대팔엽원‧편지원‧지명원‧문수원‧석가원‧허공장원‧ 소실지원
금강부: 금강수원‧제개장원
연화부: 관음원‧지장원
여기서 삼부의 조직은 5지(五智)의 불지(佛智)로 해석되는 것으로 여기서 불부는 대원경지와 평등성지의 발현을 상징하고, 연화부는 묘관찰지를, 그리고 금강부는 성소작지의 발현을 상징한다. 이것은 태장계만다라는 마음에 잠재되어 있는 아뢰야식의 불지가 외부세계로 드러나는 것을 상징한 것이 된다.
다음으로 중앙의 중대팔엽원은 12개의 방으로 이루어진 태장계만다라 전체의 중심에 놓여 있으며. 8엽(八葉)과 9존(九尊)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대일여래는 방편을 상징화한 것이고 보당불과 개부화왕불, 무향수불과 천회음왕불은 순서적으로 보현보살과 문수보살, 관자재보살, 미륵보살이 인위(因位)의 수행이 되어 각각의 불과를 실현하는 것을 상징화한 것이다. 이것은 대비태장의 의미대로 중생의 심식이 인위의 수행을 통해 불지라는 과위를 증득하고, 다시 중생구호를 위해 방편을 실천하는 일체지지의 모태가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대일경』의 태장계만다라는 경전에서 설해진 대일여래 법신의 세계를 정교하고 복잡한 도상을 통해 상징화한 것이며, 이러한 상징은 진언문의 수행자가 제존의 형상을 관하고, 각 제존에 설해진 진언을 염송하고 수인을 결하면서 궁극적으로 불과(佛果)인 일체지지를 실현하는데 그 상징화된 목적이 담겨있다.
<인도밀교의 성립 배경 연구/ 배관성 동국대학교 대학원 불교학과박사학위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