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는 호떡
# 토익점수 920점
회사업무 때문에 모 공사公社를 출입했을 때 일이다.
어느 날, 담당부서 직원들과 함께 식사를 했다.
부서 팀장은 담당 여직원을 소개하면서 토익점수 920점의 재원이라며 칭찬한다.
“토익 920점???”
920점은 노력과 어학재능 등 두 가지 요소를 갖추었을 때만 가능(?)하다.
“업무에 많이 활용하세요?” 라고 물었다.
“아직 업무에 활용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고 멋적게 답한다.
그녀의 놀라운 토익점수는 공사公社 입사 필기시험에 딱 한 번 써먹었을 뿐이다.
더 놀라운 일은 최근 신입사원들 중에는 토익 900점대가 부지기수라고 한다.
영어에 올인하여 입사한 신입사원들의 눈물겨운 노력과 재능이 안타깝다.
# 영어로 호떡을 사다
몽양 여운형 선생 이야기다.
1920년대 상해上海 임시정부 요인들이 겪은 어려움은 이루 말 할 수가 없었다.
임시정부를 만들기는 했으나 투쟁활동은 고사하고, 먹는 것 조차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었다.
당시 임시정부를 이끌던 이동녕 선생을 비롯하여 조소앙, 안창호,
아직 청년이던 김구 선생 등은 속된 말로 ‘굶기를 밥 먹듯’ 했다.
이때 끼니를 해결해 주던 이가 몽양 여운형 선생이었다.
몽양은 다수의 외국어를 구사 하는 말 잘하기로 유명한 분이다.
이 능력 덕분에 몽양은 상해上海 전차電車회사에 취직할 수 있었다.
상해는 국제도시라서 전차의 경유 역 안내방송도 영어 불어 중국어 등
여러 외국어로 해야 했는데 그 일에 몽양만 한 적임자가 없었다.
안내방송 일자리를 얻은 몽양이 하루 일당을 받아 그 것으로 호떡을 사 가지고 돌아오면
비로소 십 수명의 임정 요인들이 둘러앉아 끼니를 때울 수 있었다.
얼마 전, 친일파 논쟁으로 떠들썩할 때, 이 눈물겨운 이야기를 떠올리면 성질머리가 '욱'한다.
# 영어로 호구지책을 삼다
고교시절, 길거리 혹은 버스 안에서도 영어 단어장 들고 큰 소리 내며 공부하던 친구 넘이 있다.
군 복무를 마치고 고졸학력으로 독일계 섬유회사에 취직하였고, 수 년간 무역업무 경력을 쌓았다.
독립해서 20여 년간 전자제품 수입회사를 운영하여 제법 돈도 벌었다.
작년에 트렌드를 읽지 못하고, 경기불황 등 여러가지 요인으로 부도가 났다.
빈털털이 친구 넘-
집은 사위사랑 장모님이 회사 사무실은 착한 처제가 얻어 주었다.
조그만 무역회사를 시작으로 와신싱담臥薪嘗膽 중이다.
요즘 회사업무보다는 서울시내 서 너 군데의 경찰서와 검찰지청에서 통역 일이 주업무다.
최근 우리나라에 외국인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범죄인 수사를 하기 위해서는 통역요원이 필요한데 절대 부족한 실정이다.
가끔 형사들과 함께 잠복근무도 한다.
통역수당은 당연히 곱절로 늘어나기 마련, 제법 통역수입이 짭잘하단다.
가정경제에 큰 도움이 되고 있으며, ‘아주 이 길로 들어설까?’ 하는 생각도 한단다.
이 넘은 영어로 호구지책은 물론 애국자의 길을 걷는다.
# 속물영어의 천국
통역 일을 하면서 지금까지 못 봤던 딴 세상도 보고 있단다.
우리나라 여대생들이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 외국인 범죄자들과 사귀는 것은 다반사란다.
물론 이 넘들이 범죄자라는 것을 모르고 만나겠지만 년.넘들 행태는 정말 가관이라고 한다.
이 넘들에게 코리아는 천국 중의 천국이란다.
영어 배우겠다고 줄 서서 달려드는 우리나라 여대생들-
마약범, 사기범, 엉터리 영어강사들에게 몸 주고, 맘 주고, 돈도 준단다.
외국인 범죄수사가 진행되면 참고인 조사를 하는 데, 이 때 관련된 여대생들이 줄줄이 불려온단다.
거기엔 명문 여자대학 영문학과 학생을 보고 “우리나라 망쪼들었다” 며 노발대발하였단다.
사실 이런 현상은 오래 전 듣고 있었던 일인데, 그 실상을 직접 목격하니 분노가 치미는 모양이다.
우리나라가 여대생들이 우리나라를 외국인 천국으로 국위선양(?)을 했지만 반가운 일은 아니다.
# 영어는 생명이다
신神이 내린 직장도 영어 때문에 입사한다.
상해 임정요인들도 영어 때문에 끼니를 해결하였다.
부도 난 친구 넘도 영어 때문에 먹고 산다.
우리에게 영어는 ‘호떡’이자 '생명'이다.
그러나,
이 생명을 '억척녀 근성' 보다도 손쉽게 '속물녀 근성'으로 얻으려는 일부 여대생들 때문에 문제다.
*인용:'한국인에게 무엇이 있는가', 홍일식, 정신세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