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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전방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시인 김경주가 매월 공연 예술인을 만나 여러분께 소개해드립니다. 매달 12일 연재. |
연극 <아일랜드>가 서지혜 연출작으로 오는 5월 25일까지 명동 삼일로창고극장에서 공연된다. 아톨푸가드의 원작 <아일랜드>는 故 넬슨만델라가 종신형을 받고 실제 복역했던 로벤섬감옥이 배경이다. 1974년 아톨푸가드, 존카니, 윈스턴앵초나 3인이 로멘섬감옥의 실제 경험들을 토대로 남아프리카의 비인간적 인종차별 문제를 고발한 작품. 단순히 흑백인종 문제를 넘어 인간 대 정치권력, 국가와 개인적 삶의 갈등을 신랄하게 드러내면서도 인간의 동경, 좌절, 고통과 슬픔을 서정적으로 그렸다. 2인극으로 펼쳐지는 서지혜 연출의 <아일랜드>는 최무인, 남동진 배우가 각각 ‘존’와 ‘윈스톤’으로 분했다.
<아일랜드> 낯설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김경주 : <아일랜드> 작품을 간단하게 소개해 주세요.
서지혜 : 조금 특별하게 희곡을 고르게 됐어요. 남동진 배우님께서 40대 초반이신데, 어느 날 ‘뜨겁게 남자 배우들끼리 연기할 수 있는 작품이 없을까?’라면서, <아일랜드>를 생각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씀을 듣고 작품을 읽어봤는데 처음에는 너무 어려웠어요. ‘남자 연출가가 해야 될 것 같은데 저랑 성향이 조금 안 맞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씀드렸는데, ‘아니야, 넌 남자야. 다시 읽어봐. 맞을 거야’라고 하셨어요(웃음). 그래서 다시 한 번 읽었어요. 새벽에 두 번 읽었던 것 같은데, 읽으면서 너무 많이 울었어요. 남아프리카 흑인들의 인종 차별, 불평등, 권력에 대한 저항의 이야기여서 솔직히 조금 낯설었어요. 제가 살면서 그런 걸 맞닥뜨릴 기회는 없잖아요. 하지만 인간의 보편적인 내용이고 인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까 두 번 정도 읽었을 때는 공감이 되더라고요. 우리가 이걸 잊고 살고 있구나, 벌써 이게 낯설어졌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서 이 희곡을 선택하게 됐어요.
김경주: 아일랜드는 전부터 꾸준히 연극화 되어온 작품이지만 여성연출가의 손에 의해 다시 태어난 건, 보기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남자의 이야기지만 남성적인 작품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는데요. 인물들의 인간성 안의 어떤 점이 연출의 매력을 끌었는지도 궁금하네요.
서지혜: 작품을 선택한 뒤에 <아일랜드>가 남자 2인극이기 때문에 한 분의 배우를 더 섭외해야 되는 상황이 왔어요. 희곡을 읽으면서 느꼈던 건 ‘이건 너무 잘하는 사람 두 사람이 필요한 게 아니라 정말 호흡이 잘 맞고 둘의 신뢰가 정말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인극이기도 하고 두 사람의 관계가 워낙 끈끈하니까요. 그러던 중, 남동진 배우님이 최무인 배우님을 추천하셨어요. 두 분은 10여 년 전부터 대학로에서 서로 연기를 봐왔던 사이셨던 거예요. 다행히 최무인 배우님이 저의 학교 선배님이시거든요. 남동진 배우님이 상대역이라는 이야기를 들으시고 기존의 공연을 취소하고 <아일랜드>를 하겠다고 하셔서, 세 명이 한 팀을 이뤄서 시작하게 됐던 것 같아요. 첫 만남을 포장마차에서 했던 게 기억이 나네요(웃음).
김경주 : 그 때가 언제였죠?
서지혜 : 2011년 11월이었나요? 만나서 ‘이런 작품이다, 함께 해 보시겠느냐’고 여쭤봤는데, 처음에는 최무인 배우님이 <아일랜드>에 대해서 30년 전의 기억을 갖고 계시다 보니까 ‘너무 올드하지 않냐, 뒤떨어지는 것 아니냐’고 얘기하셨는데, 한 번 희곡을 읽고 ‘같이 하고 싶다’고 하셔서 포장마차에서 술 몇 번 마시고 저한테 낚이시면서(웃음). 본격적으로 연습에 들어가게 됐던 것 같아요.
김경주 : 작품을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또 기존의 <아일랜드>라는 작품을 연출의 시선으로 새롭게 재해석하고 싶었던 극성 같은 게 있었을 것 같습니다.
서지혜 : 재공연을 계속하면서 발전은 하고 싶었는데, 사실 해석적인 부분에서 재공연을 하면서 새로운 것들을 많이 찾지는 못했어요. 초연이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였고 그 다음에 ‘밀양연극제’ ‘정보소극장’ ‘대학로 게릴라극장’ ‘삼일로창고극장’, 이렇게 다섯 번째입니다.
김경주 : 정말 끈끈하게 살아 왔네요(웃음). 지금 대학로의 연극적 실정 속에서 한 작품으로 5회 이상의 레퍼토리적인 성격을 갖고 생명성을 가져오기가 쉽지 않잖아요. 나름의 내구력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고, 배우 분들의 에너지도 있었을 거란 생각도 들고, 또 연출님만의 독특한 해석이 닿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바라보는 <아일랜드>에 있어서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랄까? 그런 지점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서지혜 : 제가 어쩌면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비관적일지도 모르겠어요. 앞으로의 세상은 더 나빠졌으면 나빠졌지 좋아지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있어요. 점점 사람들이 개인화 되어가고 있고 인간에 대한, 타인에 대한 책임성이 결여되면서 생겨나는 어떤 이기적인 것들이 사회에 팽배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굉장히 자극적인 것도 많아지고 있지만. 동정심이라거나 인내심을 가지고 희생을 수반하는 감정들은 많이 사라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거기에서 파생되는 문제들이 예를 들면 모든 것들을 타자화 시키려 한다는 거예요. 내가 아니라 나랑 조금이라도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들을 타자화 시키면서, 사람들은 시야가 좁아지고 있고 그런 편견에 쌓이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어요.
김경주: 예를 들면요?
서지혜: 이주노동자가 될 수도 있고 얼굴색이 다른 사람이 될 수도 있고, 혹은 더 가난한 사람일 수도 있고, 조금 독특한 장애를 갖고 있는 분일 수도 있고, 나와 다름에 대해서 이해 차원이 아니라 타자화 시키고 나쁘게 얘기하자면 어떤 단체의 결속을 위해서 한 사람을 희생자로 만드는 분위기가 계속해서 더 많이 형성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작품을 하면서 그런 고민들을 좀 했어요. 제가 갖고 있는 이런 막연하고 복잡한 생각들을 어떻게 보여줄까 생각했을 때, 사실 <아일랜드>는 다분히 정치적이고 권력에 대한 이야기지만 무엇보다 당시의 시대상이 있기 때문에, 굉장히 용감하게 정치권력에 대한 부정적인 면들을 직접적으로 얘기하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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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서지혜 연출가 “소수자 이야기, 아직 끝나지 않았다”|작성자 예스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