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6년 12월의 어느 날 26세의 쇼팽은 리스트와 함께 방문한 아구 백작 집에서 한여인을 만났다. 당시 유명한 여류 소설가였던 조르쥬 상드라는 미모의 여자였다. 둘 사이는 갑자기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무렵 쇼팽이 앓고 있던 폐병이 차츰 악화되어, 의사로부터 파리를 떠나 조용한 시골의 맑은 공기 속에서 정양을 하라는 권고를 받는다. 마침 상드의 아들 모리스도 급성 류마티스로 고통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추운 한 겨울 동안 따듯한 지중해의 마죠르카 섬으로 옮겨 가 살자고 합의한다. 쇼팽은 여비를 마련하기 위해 출판사에 작품 28의 전주곡을 작곡해 주기로 약속하고 2,000프랑을 미리 받고 또 은행에서도 더 돈을 빌려서 상드와 함께 마죠르카 섬의 팔마에 도착했다.
그곳은 마죠르카 섬에서도 가장 큰 거리였지만 호텔이 하나도 없어 간신히 얻어낸 거처가 고메츠라는 사람의 자그만 농가였다. 변두리의 골짜기에 있는 이 집 창문으로 팔마 거리의 즐비한 지붕과 옛 사원의 탑이 내다보였다. 그러나 ‘바람의 집’이라고 별명을 붙일 정도로 이 집은 바람맞이가 거세어서 쇼팽의 몸에는 좋지 않았다. 피아노도 없고 도시와의 우편 사정도 좋지 않은데다 가구까지 형편없어서 도시 생활에만 익숙했던 이들에게는 여간 고생이 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