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몸치의 댄스일기28 (왈츠, 그 환각의 세계)
(2003. 9. 14)
불과 몇 개월 경력으로 기초를 익히기 위한 초급 루틴에서도 현재까지 내가 겪어본 왈츠의 묘미는 각 스텝과 동작에서 여러 가지 특이한 맛을 보여줬다.
이 느낌과 감정은 순전히 나의 주관적인 입장이다. 앞으로 경력이 쌓이고 호흡이 맞는 파트너와 왈츠를 한다면, 또 얼마나 더 오묘하고 깊은 세계가 펼쳐질지 지금으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왈츠라는 그 단어만 언급되어도 내 몸 안의 피는 뜨거워지고 야릇한 흥분과 전율을 느낀다. 강습이나 개인 연습시간에 왈츠를 하는 시간은 매우 즐겁고 기대가 되는 이유는 많았다.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기분 좋은 느낌은 처음 스타트 자세를 취할 때다.
왼팔을 펴서 앞으로 내밀고 파트너를 맞이할 때의 그 기분!
목을 쭉 뽑아내고 가슴을 활짝 펴고서 가장 거만한 자세! 이는 사부님이 가장 강조하고 깊이 심어준 자세이기도 하다.
이때가 아니면 언제 이런 거만하고 잘 난 폼을 잡아볼 기회가 있겠는가.
사뿐사뿐 파트너가 접근해서 바디 컨택이 이루어지고 내 오른손이 파트너의 등 뒤에 살며시 닿는 순간부터 내 영혼은 이미 현실을 벗어나 새로운 세계로 접어든다.
첫 내추럴턴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예감은 순풍에 돛단배 같아지고...
파트너와 함께 부드러운 스웨이가 확인되면 기분은 들뜨기 시작한다.
내추럴스핀턴에서는 구름 위를 뚫고 치솟아 올라가는 듯한 짜릿한 황홀감!
이어지는 각 리버스턴에서의 묘미가 일품이다.
파트너가 밀고 들어올 때의 그 기분 좋은 텐션감을 맛보며 나의 후진 다운에서 느끼는 감각이 이토록 감미로울 줄이야.
내 전진으로 파트너를 파고들어 쭉 뻗어 나갈 때의 상대방도 함께 보폭을 맞추어 주면 그 시원하고 상큼한 느낌.
나의 전진 휘스크 동작이 이렇게 또 미묘하고 기분 좋은 맛이 숨어 있는 줄도 알았다. 파트너의 몸을 파고 들 것처럼 밀어 넣다가 옆으로 뻗으면서 살짝 비틀 때의 그 포만감과 욕구 충족감.
헤지테이션 동작에서 고개와 오른쪽 옆구리를 마음껏 뽑아 늘리고 사슴이 먼 산을 바라보듯. 그럴 때의 기분은 높은 산의 정상에 올라서서 아래 풍경을 내려다보는 듯한 정복감마저 느낀다.
그런데 생각보다 여성들이 이 헤지테이션 동작에서 많이 약함도 알게 되었다. 여성이 자기 자세나 동작이 약간만 흐트러져도 그런 멋진 쾌감을 맛 볼 수 없었다.
아웃사이드체인지 오픈텔레마크 오픈임피터스와 같은 P.P(프롬너드 포지션) 동작 직전의 맛 또한 일품이었다. 여성의 헤드턴이 이루어지는 잠시의 템포 조절과 함께 호흡을 맞춰서 [쓰리] 카운터에서 발을 동시에 벌려 놓는 순간의 그 밀착감의 짜릿한 느낌.
기분이 붕 뜨는 듯한 그 느낌은 구름 위를 산책하는 기분이 이럴까?
막상 감정의 절정을 이루는 순간은 어느 동작 어떤 스텝인지 구분하기조차 애매모호 하다.
딱딱한 듯하면서 탄력 있는 상대방의 신체 일부분 마치 톱니바퀴가 내 몸을 휘감고 돌아가듯, 감아 돌면서 라이징 되는 그 순간은 호흡이 멈춰지는 듯 하고 자꾸만 더 상승하고픈 본능적인 욕구가 치솟는다.
발끝은 올릴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서고 싶고 온 몸은 잡아당겨 늘릴 수 있는 만큼 늘려도 더 높이 솟구치고 싶은 그 욕망을 충족 못 시켜서 호흡은 가슴이 터질 듯이 들이켜도 만족스럽지 못해서 숨이 멎을 것 같고.
이럴 때의 황홀감 환희 만족감 도취감은 정말 대단했다. 나도 모르게 알지 못할 희열의 미소가 번진다. 입은 헤 벌어지고 눈의 동공은 풀어져서 초점을 잃고 마치 마약성 약물에 중독된 듯한 환각 증세 같기도 했다.
난, 이런 느낌을 사부님의 학원 자체 파티 때, 나의 사부님 김정현 원장님과 시범 왈츠를 출 때 제대로 한 번 맛 본 것 같다. 아직까지는 그것이 최초이며 그런 감정을 언제 또 맛볼지 예측할 수 없을 것 같다.
그 이외의 동작에서도 여러 가지 기분 좋은 느낌을 많이 받았지만 픽쳐라인에서는 내가 직접 느낀 감정보다 상대방 여성 쪽의 황홀감이 더 깊은 듯한 인상을 받았다.
미묘하고 기분 좋은 이런 느낌은 대부분 초급 루틴을 공부하면서 솔로 연습 시에도 어떤 동작에서는 느끼고 나 혼자 가끔 도취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전 코스 많은 동작에서 느끼는 건 나의 사부님과 강습시간에 이루어지는 게 대부분이다.
동호회의 단체강습 시간에도 경력이 오래된 숙녀분과는 몇 개의 동작에서 몇 번씩 이런 감정을 느낄 때도 있었다.
앞으로 아직 내가 격어보지 못한 황홀하고 미묘한 느낌들이 왈츠의 세계에 얼마나 더 숨어 있는지 기대가 되기도 하지만 막연한 두려움마저 든다.
점점 그 묘미를 겪고 터득될 때마다 그런 감정을 함께 나눌 상대가 과연 얼마나 나와 마주칠 수 있을지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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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 2. 12 다음카페 [사즐모]에 “예전글”이란 제목으로 재탕으로 올렸던 댓글.
댓글
눈동자2 07.02.12 23:08 첫댓글
에~효.. 난 언제나 이런 미묘하고 황홀한 느낌에 도취 되어 보나...ㅉㅉㅉ&&&& 청노루님의 왈츠 이야기에 푹 빠져 봅니다. 좋은 글 한참을 머물다 갑니다. 행복한 즐댄 하세여*^&^*
이별없는세상 07.02.13 01:16
그 환각을 한 번도 제데로 못 느끼고 말것만 같습니다...청노루님 그런 감정을 느낄 상대가 자주 나타나길요...
앙마07.02.13 09:25
글만 읽어도 이케 행복해 지는 것을.....
정욱 07.02.13 09:34
조금 과장 된거도 있고 맞는 것도 같기는 한데.... 몇 년을 같이 한 파트너도 잘 않맞아서 티격 거린다는데
겨울나그네 07.02.13 09:48
왈츠 입문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언제나 구름을 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ㅎㅎ
캔 디07.02.13 20:04
왈츠 입문한지 얼마 안 되어 어렵지만 어려워서 더욱 매력 있고 하면 할수록 절대로 포기할 수 없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