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레옥잠에 꿀벌이 오는 이유
다시 새벽에 길을 떠난다
박노해
제 몸을 때려 울리는 종은
스스로 소리를 듣고자 귀를 만들지 않는다
평생 나무와 함께 살아온 목수는
자기가 살기 위해 집을 짓지 않는다.
잠든 아이의 머리 맡에서 기도하는 어머니는
자기 자신을 위한 기도를 드리지 않는다
우리들, 한번은 다 바치고 돌아와
새근새근 숨쉬는 상처를 품고
지금 시린 눈빛으로 말없이 앞을 뚫어 보지만
우리는 과거를 내세워 오늘을 살지 않는다
우리는 긴 호흡으로 흙과 뿌리를 보살피지만(우리는 힘들여 아이를 보살피지만)
스스로 꽃이 되고 과실이 되고자 하지 않는다.(스스로 영예를 얻으려는 것이 아니다)
내일이면 모두가 웃으며 오실 길을 (내일이면 우리 아이가 밝은 삶을 살기를)
지금 우리 젖은 얼굴로 걸어갈 뿐이다.
(지금 우리 부모들은 피곤을 숨긴 얼굴로
오늘도 대진초를 찾아와 연수를 받고자 앉아있을 뿐이다.)
오늘
다시 새벽에 길을 떠난다.(다시 내 아이를 위해 허리를 편다)
참 좋은 날이다.
2014년 5월 13일
학교 아이들이 학교 우체통을 통해 편지주고 받기를 하고 있는데 교장한테도 4-6반 이재은,1-5반 강민경, 4-1반 이목은이가 편지를 써보냈다. 일일이 답장을 써서 우체통에 넣었다.
4학년 6반 이재은 공주님에게
공주님, 교장에게 편지를 주어 고마워요.
우리는 누구나 완전한 사람이 없어요.
내가 한 가지를 잘하면 내 친구도 한 가지를 잘 하고
내가 부끄러운 것이 있다면 친구도 분명 부끄러운 것이 있어요.
그리고 조금 느린 오빠가 있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에요.그리고 친구들도 우리 오빠를 보고 놀릴 일은 아니지요.
오히려 도와줄 일이 없나 살펴볼 일이지요.
우리 오빠가 조금 어눌하다고 놀리는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가 정말 정신 발달이 느린 발달 장애 친구에요.
놀리는 친구들이 같은 반에 있나요. 다른 반에 있나요?
앞으로 놀리는 친구가 있으면
교장선생님이 써준 이 편지를 보여주세요.
그리고 교장실에 와서 그 친구 이름을 이야기해주세요.
그러면 교장선생님이 그 친구랑 이야기해서
그 친구가 좋은 친구가 되도록 도와줄 게요.
걱정하지 말고 교장실에 자주 들러 이야기 나누어요.
2014년 5월 13일
대구대진초등학교장 박 경 선
2014년 6월 13일
사랑하는 효준이에게 효준아, 박경선 교장선생님이야, 안녕? 스승의 날 편지 보내주어 고마웠어. 특히 모든 병 다 낫게 하는 약 100g을 그려 보내주어 너무 고마워. 아플 때 바르거나 드시라고 보내주었으니 이제 내가 아파도 걱정이 없어. 효준이 정성이 가득 담긴 약만 먹으면 거뜬하게 나을 테니까. 죽을 때까지 효준이가 보내준 편지랑 모든 병 다 낫게하는 약 그림 소중하게 잘 간직할게. 효준이도 아프지 말고 건강하고 즐겁게 생활해주기 바란다. 어쩌면 대성학교에 놀러갈 때 효준이를 보러 갈지도 몰라. 그러니 너도 아프면 안 돼. 알았지? 책도 많이 읽고 건강하게 살자. 화이팅! 대진초 교장 박경선 |
사랑하는 민규에게 민규야, 박경선 교장선생님이야, 안녕? 스승의 날 편지 보내주어 고마웠어. 교장선생님이 대성에 있을 때 아이들한테 생일 축하 선물로 동화책 선물도 많이 주었지만 민규처럼 고맙다고 편지를 보내준 친구는 별로 없었어. 민규는 작은 일도 기억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어린이인걸 보면 나중에 훌륭한 사람이 될 거야. 책도 많이 읽고 운동도 즐겁게 하고 친구도 많이 사귀고 씩씩하게 놀기 바란다. 경주 자동차 그림 그려 준 거랑 민규가 보내준 편지 소중하게 간직하고 민규 보고 싶을 때 이 자동차 타고 대성학교에 놀러갈지도 몰라. 민규도 대구수목원 오는 걸음 있으면 수목원 앞에 있는 대구대진초등학교 교장실로 꼭 놀러와. 보고싶어. 건강하게 살자. 화이팅! 대진초 교장 박경선 |
기다림의 미학과 먼 소식을 받고 김상봉, 김명주, 김연정님 안녕하세요? 대구대진초등학교 교장 박경선입니다. 대구아동문학회 회원이신 김몽선 선생님의 갑작스런 소식을 뒤늦게 들어 문상도 못 갔어요. 제가 1965년도 초등학교 6학년일 때 김몽선 선생님은 우리 옆 반을 담임하셨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너무 일찍 하늘로 가셨으니...... 이번 스승의 날 전임지 학교 학생이 편지지에 모든 병 다 낫게하는 약 그림을 그려보내주었어요. 이 그림 속 약을 드셨으면 병이 말끔하게 나으셨을까? 얼굴에 병도, 근심도, 찬 점 어둠도 없이 늘 밝고 단아하고 젊으시던 선생님이셨는데...... 유고집을 내어 나누어주시는 자제분들 마음에 감사드립니다. 복 받으시고 김몽선 선생님이 못다 누린 건강과 영광을 길이 누리시길 빕니다. 2014년 6월 13일. 박경선 올립니다. 대구시 수성구 수성로 412. 109동 415호, 수성보성아파트 김상봉, 명주, 연정 님께 |
2014년 6월 23일
부레옥잠에 꿀벌이 오는 이유
학교 교정 수중 식물 화분에 꽃창포, 부들, 물칸나, 노랑어리연꽃, 물양귀비, 붕어마름, 검정말, 생이가래, 부들, 물칸나 등을 심어두었다. 그런데 유독 부레옥잠에만 꿀벌들이 모여들었다. 말벌도 모여들었다. 이러다간 아이들이 벌에 쏘이면 큰일나겠다 싶어 차라리 부레옥잠의 물을 쏟아 버리고 없애버리는 게 낫겠다고 했다. 그런데 과학보조선생님이 다음 날 부레옥잠 화분 위에 그물망을 올려둔 걸 보았다. 그 다음날 아침 비가 왔다. 부레옥잠 화분으로 가봤더니 벌이 오지 않았다. 비가 와서 벌이 활동하지 않아서일까? 그런데 과학보조 선생님이 설명을 한다. “부레옥잠 통의 물맛을 봤더니 단 맛이 나서요. 물을 모두 붓고 바닥을 살펴보았더니 거기에 누가 막대 사탕을 넣었든지 막대 사탕 막대가 나왔어요.. 그래서 인터넷을 찾아보니 물에 사탕 같은 단 냄새가 나면 벌이 날아든다고 나와 있어서 물을 모두 버리고 새물로 갈아두었어요.” 한다. “원인 규명을 확실하게 과학적으로 하셨네요.” 과학적인 생각이 부족한 내가 부끄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