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이민 1기 8. 부끄럼 타는 남편
2011.10.14
내가 전혀 영어와 담을 쌓았었던 오랜 세월 동안에도 남편은 늘 공부를 계속해왔다. 굿모닝팝스를 즐겨 들었고 영자 신문을 읽었으며 언제나 영어책을 가까이 했다.
그러기에 나는 해외에 나오면 그가 내 대신 말을 다 해주고 들어줄 줄 알았다. 그런데 남편은 문자로 된 것은 모두 이해를 잘 하면서도 입은 벙긋도 하지 않는다.
제인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가 몰라서 끙끙거리니까 남편이 나서서 그 말을 대신 해 주었다. 제인이 무척 반가워하며 남편을 향해 큰소리로 외친다.
"You are too shy!" 그녀는 남편이 전혀 영어를 못하는 줄 알다가 무척 반가운 모양이다.
"말은 언제나 입 밖으로 해야지 머릿속으로 하는 건 아무 소용이 없어요. 부끄러워 하지 말고 입밖으로 큰 소리로 말하세요."
마치 제가 선생인 양 신이 났다. 개구리 입 떨어진다더니 이제부터는 정말로 숨지 않고 도전하려나?
자기보다 짧은 영어실력인 나를 앞에 세워놓고 정말 이게 무슨 짓이란 말인가!
주인 여자 가르시아가 얼씬만 하면 남편은 어느새 이층으로 올라가 버렸다. 처음엔 영문도 모른 채 나 혼자서 그녀를 맞았는데 가만히 보니까 매번 그러는 것 같다. 늘 여유있고 느린 남편이 그럴 땐 어찌나 동작이 빠른지 항상 엉겁결에 나 혼자 그녀와 마주앉게 된다.
게다가 나는 그녀만 보면 제레 겁부터 나고 반도 못 알아들으면서도 다 아는 척을 하고 만다. 그녀는 유난히도 악센트가 강하다.
그래도 친절하고 상냥하니까 그나마 다행이다.
가르시아 앞에서는 긴장이 돼서 아무 말도 못하지만 그대신 나는 매일 제인을 앞에 앉혀놓고 아무 말이나 지껄여댄다. 틀려도 괜찮으니 얼마나 편한가?
제인이 내 이야기를 들으며 깔깔 웃거나 진지하게 반응을 해 주니까 용기가 난다. 그녀와 나는 아주 잘 통한다. 그리고 점점 더 재미있고 자신감이 생긴다. 남편은 여전히 영어책만 탐독한다. 그것도 무척 재미있어 하면서...
그렇게 덥다가도 해가 지고 나면 아주 선선하고 상쾌해진다. 하늘엔 제법 별도 많이 보인다. 서울의 하늘에선 늘 숨어서 보이지 않던 별들이 여기선 참 많이 반짝거린다.
첫댓글 잘 몰라서 입 밖으로 내보내지 못하고
겁이나서 선뜻 내보내지 못하고......................................
외국어 회화에 대한 소견….
1. 외국어를 못하는 것을 부끄럽거나 더욱이
죄인 처럼 절대로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가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잘 못하거나 전혀 못하는 것을 탓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외국인들이 자기 나라 말을 잘 할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2. 도둑질도 해봐야 잘 하는 것 처럼
외국인들과 아는 단어를 다 동원하고 손짓 발짓 허다보면 의사가 통하게 된다.
그러니까 외국인들과 접촉이 많아야 한다 .
3. 생활용어는 500-1 000개 정도의 단어들로 원숭이 처럼 원주민들이 하는대로
흉내 내면 된다. 전문직 용어는 좀 다르고 어렵지만 …
4. 열심히 TV, Radio를 보고 듣고 신문도 사전들고 /요새는 인터넽 판에는 전자사전이 붙어 있어
즉석에서 사전의 뜻을 알수 있다. 열심히 신문, 잡지를 재미있게 읽어야 하고 …함튼 세상사를 외국어로 이해하고
배우기를 좋아 해야 하지라.
5. 말재주는 타고 나지만 …외국어 습득은 싫어 하지 않고 계속 번복해 가며 암기하며 매알 매알 쓰는 수 밖에 없읍니다.
두뇌가 비상한 사람들도 있지만 언어는 보통 두뇌로 노력하면 모두 습득할수 있는 분야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