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계속 비다.
한여름에도 내리지 않던 많은 비가 금요일 저녁부터 시작해 주말 내내 온다.
뉴스에서는 가을장마란다.
특히 대음집이 있는 구례 산동은 지리산 자락이라 비가 더 많이 온다.
하여 이번 주는 대음집을 찾지 않고 남원집에서 안전하게 지내기로 하였다.
비가 많이 오거나 바람이 많이 불면 주택보다는 아파트가 안전하니깐.
이번 비는 전국적인가 보다.
정말 금토일 3일간 계속 비가 온다.
앗~ 지난번에 가족들과 놀고 수영장 잘 말리라고 널어놓고 왔는데 비에 다 젖겠다.
그게 왜 이제야 생각난 건지.
뭐 어쩌랴.
비 그치고 해 나면 또 마르겠지 뭐...
집에만 있는 게 좀이 쑤셨는지 아내가 목욕탕엘 가잔다.
우리는 항상 구례 산동에 있는 지리산 가족호텔(더K호텔)로 목욕을 다닌다.
교원공제회에서(나는 교원공제회 회원이다.) 운영하는 깨끗하고 물 좋은 온천으로 소문이 나기도 하고, 대음집이 있는 구례 산동 초입에 위치해 있고, 남원집에서도 그리 멀지 않아(20분 거리) 남원에 있던, 대음집에 있던, 우리가 찾는 목욕 명소이다.
온천에 대한 설명을 조금 부연하자면.
첫인상은 별로다.
비싸다.
무려 17,000원.
하지만 걱정 마시라.
할인이 가능하다.
회원 혹은 지역주민 할인을 하면 10,000원이다.
물로 그래도 동네 목욕탕보다는 비싸긴 하다.
하지만 물(수질)이 좋고 시설이 좋아 나는 가격에 만족한다.
할인받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키오스크에 회원 혹은 지역주민을 그냥 누르면 된다.
쿠폰 번호나 회원 정보를 넣으라고 하는데 그냥 ‘다음’ 하면 자연스럽게 결제창으로 넘어가며 할인된 가격으로 결제된다.
간혹 그냥 결재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럴 때면 내가 먼저 가서 할인 방법을 알려준다.
굳이 회원이 아니어도 이곳을 방문하였으니 오늘 하루 지역주민인 걸로 하자.
안에는 작은 냉탕, 중탕, 열탕, 대형 온탕 그리고 밖에 노천탕이 2개 있다.
하나는 폭포가 떨어지는 온 폭포탕이고, 하나는 그냥 온탕이다.
사우나는 건식과 습식 2개가 있다.
내부는 상당히 넓고 쾌적하다.
그리고 매일 물을 갈고 청소를 하여 청결 상태가 굉장히 좋다.
내가 그동안 다녀본 목욕탕 중에서 가장 깨끗하다고 평가한다.
보통 우리 가족은 2시간 정도의 목욕 시간을 가진다.
그 시간에 아들과 나는 할 거 다 한다.
때를 밀고 탕에 걸터앉아 잠도 자고 씻고 나와 음료수까지.
들어가자마자 중탕으로 들어가 몸을 녹인다.
처음 들어갈 때가 제일 좋다.
그 순간의 찰나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이를 기가 막히게 표현한 어떤 책의 글귀이다.
탕에 들어가기 직전,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한다.
야심한 밤, 꼬들꼬들한 라면을 젓가락으로 막 집어 들 때와 견줄 만한 순간.
발가락이 물에 닿으며 짜르르한 기분을 느끼는 건 겨우 1초다.
행복은 그렇게 왔다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 목욕탕에 관한 책 ‘아무튼 목욕탕’에서...
그리 뜨거운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는 중탕으로 충분하다.
온탕과 열탕 그리고 사우나는 감히 꿈도 못 꾼다.
하지만 정말 추운 겨울날이면 가끔 중탕을 넘어 온탕과 사우나에 잠시 들어가기도 한다.
몸이 후끈 달궈지면 이젠 냉탕으로 간다.
올라갔던 온도가 다시 서서히 내려가며 온몸이 시원하다.
그러다 또 중탕으로 또 냉탕으로.
난 이 두 탕을 왔다 갔다 하며 온냉욕을 즐긴다.
특히, 그러면서 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둘이 함께 앉아 있다 보면 이래저래 대화하게 된다.
평소에 대화를 하면 자꾸 잔소리만 하게 되는데 여기서는 다르다.
목욕탕은 호의적인 진솔한 대화를 할 수 있게 하는 마법같은 공간인가 보다.
아들의 학교 이야기, 나의 직장 이야기, 가족 이야기 등등.
그러다 보면 아들과 나는 더 끈끈해진다.
따뜻한 물이 좋아서가 아닌 아들과 따뜻한 대화가 좋아서 목욕탕을 오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보면 2시간이 후딱 이다.
어느새 나갈 시간.
목욕탕에 있으면 뭐 한것도 없는데 2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간다.
누구는 목욕탕에 무슨 2시간을 있냐고 하지만 신기하게도 잘 있어진다.
밖에 나가니 비가 보슬보슬이다.
여기까지 온 김에 대음집 앞 계곡에 물이 얼마나 많아졌는지 궁금하다며 집에 한 번 올라가잔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계곡에 물이 거의 없었는데...
메말라 버리기 일보직전이었다.
집을 둘러보니 생각보다 괜찮다.
지난주에 말려놓은 수영장과 돗자리가 이리저리 날아간 것 말고는 딱히 피해는 없다.
뭐 비 그치고 나면 또 마르겠지 뭐.
집 앞 계곡에는 물이 가득하다.
사진의 집 앞을 흐르는 천은 서시천이고 보이는 다리는 대음교이다.
잠시, 흐르는 물소리를 듣는다.
다음주에 보자.
아내와 뜨아 한잔 내려 냇가에 앉아 흐르는 물소리 들으며 커피나 한잔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