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와 화수분
옛날의 신라,
신라는 고대 삼국의 하나인 것을 잘 알 것이요.
그 시절에 희한한 일이 있어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농부 하나가 논에 물꼬를 보러 갔는데, 그때 몹시 가물어 있었다.
농사를 지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가물수록 논에 가서 살다시피 해야 한다.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하고 마른 논 물꼬에 물 들어가는 것같이 보기 좋은 것이 있을까'
이런 속담 그대로이다. 논, 물, 가뭄, 농사, 농부의 애간장...
그런데 농부보다 더 중대한 것은 올챙이들이다.
있는 물이 보터져가면 올챙이나 다른 물고기는 조금밖에 없는 물에 오글오글 모여든다.
이런 물고기는 원칙적으로 사람이 잡아서 먹는 법이 아니다.
그런데 사람은 남이 함정에 빠져서, 수렁에서 기진맥진하면 구해 줄 생각은 커녕 아예 해치고 보따리를 가져가는 나쁜 일이 있으니 원 사람으로서 그래서야 되겠는가?
윗논 임자가 논에 와서 보고는 가뜩이나 논물이 줄어들어서 야단인데 쓰잘데기 없는 올챙이가 그나마 있는 물을 다 먹고 있기에 논두렁에다 올챙이를 바가지로 퍼내서 버리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아랫논 주인인데 이 광경을 보고는,
"쯧쯧! 너희도 이 가뭄에 살자고 그 좁은 웅덩이에서 오글오글 있었는데,
이제는 아예 떼죽음을 당하는구나. 내가 물을 찾아서 살려주마."
그리고는 자기옷을 벗어서 올챙이를 다 담아서 얼른 아직 물 있는 웅덩이를 찾아다가 놓아 주었다
올챙이가 살게 될거라 생각하니 흐뭇했다.
얼마 후에 고맙게도 비가 왔다. 농사가 되었다.
이제 한시름을 놓고 있는 참인데, 이것이 웬일인가?
어찌된 판인지 개구리가 떼를 지어서 이 농부네 집에 와서 마당에서 개굴개굴, 장독대에서 개굴개굴, 뒤란에서 개굴개굴, 사방에서 울어대느라고 시끄러워서 도저히 살 수가 없을 정도였다.
나와서 막대기로 때리려고 하니까 개구리가 마구 도망을 가면서 더욱 억세게 울어댔다.
주인이 이제 방에 들어와서 좀 쉬려고 하니까 개구리떼가 어느 새 다시 마당으로 장독대로 몰려와서는 개굴개굴, 아까보다 더 시끄럽게 울어댔다.
이제는 웅덩이까지 쫓아버렸다.
개굴개굴... 풍덩풍덩... ,
다 웅덩이에 뛰어들었다.
이제 나오면 가만 안두겠다고 말하곤 막 돌아서려는데, 이것이 무엇인가?
"푸우, 푸우, 푸우." 소리가 나서 뒤를 돌아보니까 그 수많은 개구리가 웅덩이 물을 머금었다가 나와서 바깥 땅에다가 뱉는 것이 아닌가?
그러니까 그 농부가 서 있는 마른 땅이 그냥 물이 흐르듯 넘쳐버렸다.
개구리가 한 모금씩 토해내는 물.
농부가 이상해서 웅덩이를 보니까 어느새 웅덩이 물이 반으로 줄어 있었다.
"개구리야, 도대체 무엇하는 것이냐?
너희가 사는 집인 그 웅덩이 물을 퍼내서 어쩌자는 것이냐?“
이렇게 물어도 개구리떼는 여전히 물을 퍼내고 있었다.
그 많던 물이 어느새 다 없어지고 바닥이 이 드러난 것이다.
개구리가 왜 저럴까?
이상히 여기고 가까이 가서 바닥을 내려다보니까 이상하게도 그릇하나, 곧 투가리가 하나 있었다.
마침 개밥그릇이 깨졌는데 잘 되었다 싶어 투가리를 가지고 와서 개밥그릇을 하였다.
개구리가 그 난리를 피운 것이 개밥그릇 하나를 주려고 한 것이었구나.
오라, 그 올챙이가 살아가지고 이 개구리가 되었구나.
자기들 나름대로 보은을 하겠다고 그런 것이구나.
고맙구나 개구리야.
하긴 우리집 개가 고맙다고 해야하는데 똥개야 개구리한테 고맙다고 짖어봐라.
그 사람은 미소를 지으며 방에 들어가서 쉬었다.
그러다가 다시 밖에 나왔는데, 아까 개가 분명히 밥을 다 먹었는데도 여전히 그대로 있었다.
다시 개가 싹싹 핥아 먹는걸 보았는데 또 그대로 있다.
쌀을 한번 담아보았다. 퍼내도 그대로 있다.
돈을 한 번 넣어보았다.
꺼내도 그대로 있다. 옷을 한번...
어 옷이 또 있네.
이것이 화수분이 아닌가.
이리하여 요술을 부리는 보물 투가리 덕분에 이 사람은 큰 부자가 되었다.
올챙이가 개구리가 되어서 살려준 은공을 갚은 것이구나.
"이것은 나만 가지면 안되지.
우리 동네 사람이 다 부자가 되어야지."
이리하여 동네 사람이 가져 온 쌀과 돈과 옷을 그냥 투가리에 넣기만 하면
계속 나와서 이 동네 사람들도 다 부자가 되었다.
그뿐인가, 소문이 나서 다른 동네 사람도 와서 부자가 되었다.
그 집이 문전성시가 된 것이다.
이것은 본디 나라님이 가져야 하겠다 싶어 임금께 갖다 바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