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배 기술 / 김도선미
아침에 108배를 하고 출근을 한다고 하면 다들 감탄부터 한다. 뒤이어 불교 신자냐고 물어보고 아침에 몇 시에 일어나길래 할 수 있는지 묻는다. 108배 운동의 효과와 장점을 알려 주면 해 보겠다는 사람도 더러 있다. 반면에 무릎에 안 좋을 것이라고 걱정도 해 주고, 과연 운동이 되는지 못 미더워하는 반응도 보인다. 처음엔 상대방이 관심을 조금이라도 보이면 같이 하자고 침을 튀기며 열심히 설명하고 직접 보여 주곤 했는데 이젠 어떤 말이든 그냥 웃고 넘긴다. 나는 불교 신자는 아니다. 다른 종교에 비해 자연스러워서 호감이 있다. 무엇보다도 간단하면서도 땀을 낼 수 있는 유산소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게 매력적이라 운동 차원에서 한다. 일단 운동을 하면서부터 기초 체온이 올라가 감기 걸리는 횟수가 줄었다. 날씨와 계절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도 계속할 수 있는 이유 중에 하나다. 그리고 운동 상대가 필요하지 않다. 더불어 몸을 격하게 움직이는 게 아니니 무릎에서 뚝뚝 소리 나는 것 외에는 크게 걱정이 없다.
처음엔 몸과 마음을 다스릴 수 있어서 삶의 활력을 주는 그럴싸하고 고상한 운동이라고 여겼다. 108 번뇌를 끊고 성장하도록 성스러운 의식을 치르고, 감사함으로 하루를 시작하니 좋은 일만 일어날 것 같았다. 그러나 이것은 108배를 과대평가하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무릎만 상하는 그저 그런 운동으로 취급하기엔 장점이 많다. 이처럼 108배든 삶이든 있는 그대로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실천하면 된다는 걸 나이를 먹어 가면서 조금씩 알게 되었다. 한때는 허황되게도 깨달음에 지름길이 있고, 노력에 비해 더 큰 성취를 보장하는 유혹에 빠져든 적이 있었다. 삶의 기술이 아닌 요령을 찾고 얕은 꾀를 부렸다. 어떤 기술이 있다는 건 이론을 익히고 실제 생활에 유용하게 쓸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한두 번이 아닌 '꾸준히'가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서 108배 기술을 익히려고 먼저 유튜브에서 몇 가지 영상을 찾아봤다. 다큐멘터리나 스님 또는 운동 전문가 영상이 도움이 됐다. 처음부터 계속해야 된다고 하면 하기 싫어지니까 보름만 한다는 다짐으로 집에 굴러다니는 아무 방석이나 준비하면 된다. 아니면 이불을 여러 겹 깔아도 되고 무릎이 신경 쓰일 때는 보호대를 한다.
양발을 붙이고 바르게 서서 가슴 앞에 합장을 한다. 숨을 들이마시면서 상체를 꼿꼿이 세운 채로 무릎을 서서히 굽힌다. 바닥에 무릎이 닿으면 합장했던 두 손을 떼고 바닥을 짚는다. 동시에 양쪽 발등을 살짝 들어 X자로 겹친다. 상체를 바닥에 더 가깝게 숙이고 이마를 양 손목 사이 중앙 바닥에 댄다. 그러자마자 양손의 손바닥을 뒤집어 하늘을 향하게 하고 공중에 살짝 띄웠다가 다시 손목을 돌려 바닥을 짚는다. 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천천히 올리고 엉덩이를 들어 X자로 겹친 발을 풀고 양손을 다시 합장한다. 처음 내려왔을 때처럼 반동을 주지 않고 허벅지와 아랫배 힘만으로 무릎을 피면서 일어선다. 하체 강화에 그만이고, 거북목이거나 허리가 아픈 사람에게도 효과가 좋다. 빠르게 하면 10분, 아주 천천히 하면 15분 정도 걸린다. 20배부터 몸의 중심부인 아랫배부터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60배에서 고비가 한 번 오지만 이미 절반 이상을 해냈다. 어느덧 80배까지 가면 좀 든든해진다. 조금만 더하면 된다. 하다가 너무 힘들면 한 번 할 때마다 ‘고맙습니다.’를 덧붙인다. 그래도 몸과 정신이 건강하니까 이것도 할 수 있다.
운동 부족으로 한 달간 허벅지가 아파서 계단 내려갈 때 영 불편했다. 또 숫자를 세어 가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에 걸렸던 부정적인 일이나 신나서 흥분했던 순간이 떠오르기 일쑤다. 그리고 다시 호흡에 집중하다가 이번엔 돌아가신 아버지와 어머니를 생각하며 눈물이 핑 돈다. 그러다 출근해서 오늘 해야 할 일을 생각한다. 이처럼 자질구레한 생각이 이렇게 저렇게 흘러간다. 예전 같았으면 무슨 생각을 오래도록 붙잡고 지나치게 속상해하거나 기뻐했을 테다. 그러나 지금은 108배를 할 때만이라도 몸의 움직임과 호흡에 집중하고, 때때로 현재를 알아차리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108배를 마치고 나면 어느 정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게 된다. 놓고 싶은데 안 된다고 핑계대며 쥐고 있는 뜨거운 불덩이 같은 생각들도 손을 펼치듯 그냥 버릴 수 있다. 오늘도 역시 기분 좋게 심장이 콩닥거리고 온몸이 개운하다. 이렇게 108배의 가치를 온몸으로 느낀다.
어려서부터 의지가 부족해 어려운 건 도중에 자주 포기해 왔다. 그런데 누가 옆에서 잘한다고 칭찬하면 더 그러고 싶어지는 건 나이가 먹어도 그대로다. 그래서 요새는 108배 앱을 깔고 기록을 사진 찍고 대화방에 올린다. 서로 응원을 주고 받으니 힘이 난다. 고맙게도 3학년 된 둘째 아이가 옆에서 따라할 때가 있어 더 뿌듯하다. 그래도 너무 집착하지 않아야겠다. 억지로 마음을 내서 매일 반드시 해야 한다든지, 무릎이 아픈데 고집스럽게 한다든지 하면 금방 지치고 탈이 나기 마련이다. 집착은 고통의 뿌리이니 자신을 괴롭히는 것을 멈춰야 한다. 이렇게 108배 기술을 익히듯이 욕심 안 부리고 조금씩 삶의 기술도 배워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