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나를 잃어버리지 않는 것, 영화 <옵세션(Obsession)>
베어는 니키를 짝사랑한다. 니키는 베어를 남동생처럼 생각하고 이성으로 느끼지 않는다. 베어는 우연히 소원을 들어주는 어떤 정체 모를 물건을 소유하게 된다. 베어는 니키가 자신을 사랑하게 해달라고 소원을 빈다. 이 물건에는 소원을 한 가지만 빌 수 있고 소원을 빌고 나서는 취소할 수 없다. 9월 2일에 개봉한 미국 공포 영화 <옵세션(Obsession)>은 이렇게 시작한다.
니키와 베어는 베어의 바람대로 사랑하는 커플이 된다. 문제는 베어가 바랐던 것 이상으로 니키가 베어를 사랑하게 된다는 지점에서 발생한다. 니키의 집착적(Obsession)인 사랑은 점점 힘든 수준으로 발전한다. 니키는 베어가 나가지 못하도록 문을 봉쇄하거나, 외출한 베어가 돌아올 때까지 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다가 자신의 배설물로 뒤덮인다. 그리고 베어가 사랑하는 고양이의 사체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베어에게 먹이기도 하고 베어가 자신을 충분히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며 자해를 하기도 한다. 결국 니키는 베어에게 호감을 가지고 접근하는 여자 친구를 살해한다.
사랑이 변질되면 공포의 영역으로 넘어간다는 메시지 말고도 이 영화는 사랑을 하면서 자신을 잃으면 안 된다는 것도 말하고 있다. 초인적인 힘에 의해 억지로 사랑의 감정을 가지게 된 니키는 가끔 정신이 들어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오면 베어를 거부한다. 심지어 “Kill me!!”라고 부르짖는다. 두 사람의 정사 장면에서 섹스에 몰두하는 건 베어 뿐이고, 베어 밑에 깔려 공허한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하는 니키의 나무토막 같은 육체는 짐짓 강간당하는 여인을 연상하게 한다. 자신의 의지가 아닌 힘에 이끌려 사랑을 하게 된 니키도 니키지만, 베어 역시 진정한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공포 영화라는 장르를 잘 보지 못한다. 이를테면 <Saw> 같은 영화, <장화, 홍련>, <헨젤과 그레젤> 같은 영화를 아직 못 보았다. 아리 애스터 감독의 영화도 보고 싶은데 보지 못한다. 그나마 <겟 아웃(Get Out)>은 보았다. <옵세션(Obsession)>이 <겟 아웃(Get Out)> 같은 영화라고 해서 보았는데 나는 <겟 아웃(Get Out)>보다 <옵세션(Obsession)>이 더 맘에 들었다. 영화적으로는 <겟 아웃(Get Out)>이 더 깔끔했지만 말이다.
이번 <옵세션(Obsession)>에서 여자 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인디 네버리티)가 영화계에서 눈에 띄었나 보다. 마블의 새 영화에 캐스팅되었다고 한다. 나는 베어 역을 맡은 남자 배우(마이클 존스턴)의 연기도 마음에 들었다. 니키 역은 확실히 눈에 띄는 역이지만, 베어 역은 조금 더 내공이 필요한 연기를 해야 했는데 잘해 내었다. 찌질하고 소심하고 이기적인 사랑에 빠진 남자. 당치도 않은(맞나?) 소원으로 한 사람의 영혼을 부순 대가로 자살을 시도하지만, 그마저도 실패하는 얼척 없는 남자. 사랑은 자신을 잃어버리는 일이 아니라, 자신을 새롭게 완성하는 일이다. <옵세션(Obsession)>을 추천한 딸이 한 줄 평을 해달라고 집착해서 내가 쓴 한 줄 평이다.
첫댓글 서너 문장 읽고 아차 싶어서..영화 보고 나서 마저 읽을게요. 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