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다. 이슬 묻은 바지를 훌훌 털며 마루에 앉으시는 아버지. 손에는 이름을 정확히 모르는, 잎이 무성히 달린 식물. 엄마는 그걸 받아 절구통에 넣고 작은 돌로 찧는다. 나는 그걸 눈을 감고 서너 번 나눠 삼킨다. 익모초다. 그런 일이 두 세 번 반복되고 나는 말짱하게 나아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유난히 병치레가 많았던 나는 입속이 부르터지는 때가 많았다. 김치도 씻어 먹고 최대한 싱겁게 조리한 된장국에 밥을 말아먹었다. 입속이 헤어지는 병은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마다 도지곤 했다. 특히 봄에~~ 그런 이유로 우리 엄마의 특기인 식혜도 달지 않았다. 온갖 약초를 넣어 쌉싸레했다. 나는 식혜가 다 그런 줄 알았다. 요즘에 나는 한약을 하루에 두 포씩 먹는다. 삼년 전부터 내 건강이 많이 좋아졌는데 일정부분 한약 덕이 아닌가 싶다. 몸이 허약하여 정기적으로 한약에 그 값을 지불한다. 그러나 문제는 쓰다는 것. 한약을 먹고 감초를 곁들인다는데, 당뇨 환자인 나는 감초의 단 맛을 제한해야 해서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리 오래 한약을 먹었는데도 습관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딸기 두어 송이로 쓴 맛을 잊곤 한다. 어쩔 때는 작은 귤을 까서 입에 털어넣기도 한다. 예전에 <쓴 것이 약이 된다> 라는 책을 본 적이 있다. 과연 그런지? 시련과 고통에 맞닥뜨렸을 때 쓴 맛을 많이 본 사람일수록 힘을 내고 이겨낸다고 한다. 쓴 맛을 많이 본 사람이 그런 사람을 이해하는 폭이 넓고 감정의 폭도 넓고 다채로워 사회생활 하는데도 유리하다는 사람들의 말이 일리가 있는 것 같다. 지금은 익모초를 캐다 줄 아버지도, 찧어줄 엄마도 안 계시지만 봄이 될 때마다 기억 속에 쓰디 쓴 익모초로 다시 태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