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란 휴가차 본가에서 지내고 있다.
집 근처에 분홍공원이란 곳이 있는데
산책을 할 때 그곳을 지나간다.
그곳은 비록 작은 곳이지만 소위 ‘생태공원’이라 불리는 곳이다.
그런데 산책을 하다가 놀라운 광경을 보았다.
평소에는 물이 거의 메말라 있는데
최근 장맛비가 오락가락 하면서
수로의 끝에 있는 배수로인지 작은 웅덩이 인지
그곳에 물이 가득 고여 있고
거기에 무당개구리들이 알을 낳아
올챙이들 수십 마리가 숨을 쉬러 오르락 내리락
물위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명의 놀라움이었다.
저 열악한 곳에
비가 와서 물이 고이니 그곳에 알을 낳고
그 알이 올챙이가 되어 저렇게 살고자 아우성이구나!
생각하니 무언가 짠한 마음이 느껴졌다.
그런데 비가 그치고 하루가 지나니 물이 거의 빠지고 바닥이 보인다.
급기야 바닥의 배수구 철재가 드러나 있었다.
올챙이들은 저 배수구 철재의 구멍 속으로 내려가 있는데...
그곳에서 얼마나 버틸수 있을지?
아이쿠! 다음 날은 아예 물이 하나도 없었다.
해서 구청 홈페이지의 <시민참여>란에
“저 웅덩이에 수위를 조금만 유지시켜주면 올챙이들이 살 것이라고
올챙이들이 다리가 날 때까지만 수위를 유지시켜 달라”고 민원을 써 두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그날 밤 비가 약간 와서 물이 조금 불었다.
그리고 또 하루가 지나니 물이 거의 줄었다.
물이 저렇게 줄어 들어있는 것을 보니 구청 직원은 오지 않았나 보다!
아슬, 아슬하다!
비가 오면 올챙이들이 보이고, 비가 그치면 올챙이들이 보이지 않는다!
길가의 표지판을 확인해 보니 <생테연못>이라고 희미하게 쓰여 있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그 연못 옆에는 수도관 같은 것도 보인다.
조금만 신경을 쓰 주면 수십 마리의 올챙이들 생명을 살릴 수 있을 것인데...
안타깝고 씁쓸하다.
우리 바로 곁에서 살고자 발버둥치는 올챙이 몇 마리도 살리지 못하면서
생태연못이 어쩌고, 온난화가 어쩌고, 친환경이 어쩌고, 탄소제로가 어쩌고 하는 말들이
다 무슨 소용이 있으며,
그 말의 진정성을 어찌 믿을 수 있을 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