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는 권력의 핵심을 벗어나지 않는다'.
이는 군주의 절대 권력 장악이 중요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고대 군주들은 궁을 떠나 순행에 나설 때에 많은 위험에 부딪혔다. 일단 군주가 권력의 중심을
떠나면 권력을 잃을 가능성이 증가하고, 이는 곧 정치적 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춘추시대 제나라 대부 전성자의 조부는 진(陳)나라의 공자 진완이다. 전성자의 부친이 재위 시에 백성의 민심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여러나라 대부들과 모두 왕래가 있었다.
그래서 제나라에서 전(田)씨 가문의 세력은 나날이 강성해졌다. 제나라의 다른 모든 가문은 저마다 호시탐탐 전씨 가문을 모함할 기회만을 노리고 있었다.
어느 날, 전성자가 가족들과 함께 동해로 유람을 갔다가 그 아름다운 경치에 이끌려 제나라를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았다. 여러 신하가 국사의 중요성을 들어 수차례 그를 설득했지만, 전성자는 이를 잔소리로 여기고 이렇게 명령했다.
'누구라도 감히 나에게 돌아가자고 하는 자가 있다면 이유를 불문하고 즉시 처형하겠다.'
이같은 전성자의 명령에 따라 누구 하나 감히 입을 열지못했다. 이에 전성자는 느긋한 마음으로 유람을 즐겼다.
그러던 어느 날, 전성자가 가족들과 함께 해변의 경치를 감상하고 있을 때, 갑자기 흰수염을 기른 노인이 이들을 향해 돌진하다가 병사들에게 붙잡혔다...
어찌나 막무가내인지 전성자가 거니는 해변까지 들어와 무릎을 꿇은 채 그를 쳐다보았다...
그는 해안 쪽으로 가서 호위병의 손에서 창을 빼앗아 노인에게 들이댔다. 알고보니 이 노인은 안탁취라는 인물이었다...
'군주께서 놀고 즐기고 계실 때, 안, 포, 고씨 등 다른 세력 가문 중 나라를 넘보는 자가 있다면 어찌하시겠습니까?....
전성자는 화가 가시지 않았지만, 차마 진짜 그를 죽일 수도 없었다. 그는 창을 버리고 숙소로 돌아왔다. 냉정을 되찾고 나서 다시 생각해보니 과연 안탁취의 말에 일리가 있었다.
이에 전성자는 짐을 정리하여 곧장 제나라로 돌아갔다. 수도로 돌아온 전성자는 자신을 돌아오지 못하게 하려는 음모가 있었다는 소문을 들었다.
만일 그가 조금이라도 돌아오기를 지체했다면 반란의 무리가 성문을 닫고 전씨 가문의 땅을 모두 빼앗을 속셈이었다.
훗날 전씨 가문은 여러 대에 걸쳐 번성하며 다른 대부 가문들의 세력을 약화시키고, 마침내 군사를 일으켜 강(姜)씨 왕조를 대신하여 제나라를 다스리게 되었다...98 - 100쪽
노자처럼 생각하고, 한비처럼 행동하라, 상화, 고예지 옮김, 2012년, 매경출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