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사업의 불편한 진실
문재인 정부에서 집값이 크게 올랐다. 그 첫 번째 계기는 2018년 박원순 전 시장의 실언(失言)으로 그는 여의도를 국제금융 중심지로 통으로 개발하겠다고 했다.
그 여파로 여의도를 중심으로 한 구축(舊築)아파트 가격이 폭등했고 놀란 서울시는 개발 보류를 결정했지만 이것이 결정적으로 문재인 정부 주택가격 상승의 기폭제 역할을 하게 됐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4.7일 보궐선거를 치르는 동안 서울시장이 되면 취임 후 일주일 안에 재건축 및 재개발 규제를 해제하겠다고 큰 소리쳤다. 구체적으로 압구정동, 대치동, 목동, 상계동, 자양동 등에 8만 호의 재건축 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그가 서울시장에 당선되자 서울의 집값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그가 공급하겠다고 한 지역의 재건축 단지가 집값 상승의 진원지가 되었다. 오 시장은 그 후 조용히 꼬리를 내리고 침묵하고 있다. 서울시장이 당선 일주일 안에 할 수 있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왜 이러한 일이 일어날까? 서울은 대한민국의 중심지고 지하철 노선이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는 등 도시기반 시설 인프라가 매우 좋다. 일자리도 상대적으로 풍부하다. 많은 사람들이 서울에 살고 싶어 하지만 서민들에게 부담 가능한 저렴한 주택(affordable housing)은 턱없이 부족하다. 해서, 서울의 집값을 잡기 위해서 공급을 늘려야 하는 데 서울에 집을 지을 땅이 마땅찮으니까 재건축 규제를 풀어서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요지이다.
그러면 주택재건축으로 서울 집값이 잡힐까? 재건축의 마법은 용적률에 있다. 용적률은 깔고 앉은 땅 면적에 대비한 건축연면적의 비율을 말한다. 이러한 용적률을 높이면 더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100%에서 300%로 올리면 주택을 3배나 더 공급할 수 있다. 여기에 추가해서 재건축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주로 경제지나 보수언론의 부동산 기자나 일부 전문가라고 하는 교수들이 얘기한다.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서울에 주택을 공급하지 않으니 집값이 오르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재건축은 반드시 기존의 집을 멸실시키고 다시 건축하는 것이다. 관련 자료에 의하면 서울에서 재건축을 통한 주택 공급이 본격화된 시기는 2005년부터이다. 2005년부터 2019년까지 15년 동안 서울에서 재건축으로 공급된 재건축 주택은 117,600호라고 한다. 재건축으로 부수어져 나간 주택은 87,500호였다. 그럼 재건축으로 순수하게 증가한 물량은 15년 동안 약 3만 호 정도로 1년에 약 2천 호가 조금 넘을 뿐이다. 결론적으로 재건축으로 인한 주택 공급 확대 효과는 거의 없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오래된 아파트는 주택 안전과 관리 문제로 노후주택 정비 차원에서 재건축은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재건축으로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시내 재건축 사업기간은 구역지정 이후 준공까지 평균 10.6년이 소요된다. 또 다른 연구에 의하면 재건축정비계획 수립에서 정비구역 지정까지 단계를 제외하고 순수한 사업기간인 추진위원회 구성부터 청산하고 조합이 해산될 때까지 9.4년이 소요된다고 하니 재건축 사업은 매우 장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단기간 오른 집값을 잡는 데는 아무 소용이 없다.
어떻든 재건축이 추진되면 그 혜택은 누가 누리는가? 집값이 안정되어 저렴하게 일반 서민들이 집을 구해서 주거 안정을 누릴 수 있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재건축은 대부분 입지가 양호한 구축아파트를 대상으로 용적률 상향하고 저밀도 아파트지구를 고밀도 아파트 지구로 개발하기 때문에 매우 비싸게 분양된다.
그래서 재건축 사업을 주도하는 건설업체나 최초 수분양자들만이 재건축으로 인한 개발이익을 가져갈 뿐이다. 불로소득이 발생하니까 이해관계인들 간의 불만으로 각종 비리와 소송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지가 수준이 높은 서울지역 재건축은 많은 불로소득이 발생함에도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와 양도소득세를 제외하고는 환수할 수 있는 수단이 별로 없다. 결론적으로 재건축 아파트를 소유함으로 인한 불로소득이 현재의 주택공급과 연결되어 있고 재건축으로 인한 주택가격 상승은 다시금 주변지역의 집값을 상승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것이 재건축의 불편한 진실이다.
배문호 / 토지주택대학교 겸임교수 도시계획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