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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후기를 써야 하는 걸 알고 있었는데, 건방짐으로 메모를 못했어요. 기억은 사라지고 감정만 남아있는 상태지만 최대한 기억을 더듬어 써봅니다. 아쉽게 함께하지 못한 두카, 룬비, 달팽이를 위해 시간 순으로 상세하게! 써 볼게요. 부족하거나 잘못된 부분은 친구들이 수정 부탁드려요.
바람이 좋고, 미세먼지도 심하지 않는 날이다. 율리역에서 내려 <대천마을학교>까지 걸어갔다. 마을은 아파트와 산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생각 외로 세련된 건물에 <마을학교>가 있었다. 알고 보니 이 건물은 마을 사람들이 한국철도공사와 투쟁으로 이룬 건물이었다. 살아 있는 민주주의가 여기 있었네.
<마을학교>
이귀원 교장 선생님에게 대천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대천 마을은 창조형, 방어형 마을공동체로 불린다고 한다. 마을에는 마을 사람들이 배움을 나누는 <마을학교>, 함께 하는 <마을밥상>, 대안학교 <참빛학교>, 공동육아 <징검다리 놓는 아이들 방과후 학교>, <대천천네트워크>, <맨발동무도서관>이 있었고 마을 사람이 운영하는 카페와 책방 <북적북적>이 있었다. 마을 주민은 대부분 두 곳 이상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하며, 회의가 끊임없는 마을이라고 했다. 살아있는 민주주의 맞네.
대천 마을은 ‘공동체로 모이자 땅!’해서 모인 게 아니라, 갈증이 있는 상태에서 시기가 잘 맞았고, 작은 성공들이 모여 이까지 왔다고 한다. 할 수 있다는 믿음이 강해 보였다. 마을 사람이 모여 삶에서 필요한 걸, 마을에서 함께 이루고 있었다.
<마을장터>
교장선생님 이야기를 듣는 내내 뒤에서 중학생들이 요리를 하고 있었다. 오늘은 마을 장터가 열리는 날이라 거기서 팔 음식을 요리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3시, 장터를 구경하러 내려갔다. 뭐 이렇게 활력이 넘치지. 초등학생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즐기고 있었다. 셀러의 반 이상은 초등학생이었다. 다들 자기가 쓰던, 만든 물건을 누군가와 나누고 있었다. 무토와 패랭이한테 돈을 빌려 장터를 털었다. 타로카드를 말도 안 되는 가격에 사고, 인형과 게임기를 샀다. 초롱한 눈동자로 “사주세요!”라고 당당히 말하는데 안 살 수가 없었다. 다들 장터에 정신이 팔려 상뽕쓰는 우리를 모으는 데 애를 썼다. “다 어디 간 거야? 이제 가야 하는데? 어디 간거야?” 상뽕둥절.
작은 책방 <북적북적>
30살 버킷리스트에 ‘책방 차리기’를 적었던 이사장님이 마을 사람들과 술 마시다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하고 싶다!” “해보자!” 너무 웃기다. 청춘의 매력은 저지르고 수습하는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 술자리에서 14명이 모였고, 책방 이름도 바로 정해졌다고 한다. book, 積(쌓을 적), 한 사람의 인생도 다 책, 積. 책이 쌓이고 삶이 쌓이는 곳이다.
끊임없이 책방 재정을 걱정하는 우리에게 이사장님은 먹고 살만하다며, 재정표를 준비할 걸 그랬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이사장님이 매력적이다. 불안을 넘은 믿음이 부럽다. 조합원은 얼마나 매력적인 사람들일까. 조합원이 돌아가며 북적북적을 지키고, 함께 이야기 나눠 책을 선별하고, 모임을 꾸린다고 한다. 서점에는 종류별로 다양한 책이 있었다. 널찍한 나무 평상, 입구에 놓여있는 작은 텃밭, 손으로 직접 뜬 뜨게 가랜드와 손 글씨로 책을 소개한 안내 글, 여러 모임을 안내하는 소개 포스터…. 누가 봐도 이곳은 함께 꾸려가는 공간이다.
<징검다리 놓는 아이들 방과후 학교>로 가는 길 상뽕쓰와 이야기를 하며 내내 웃었다. 정말 멋진 사람이다. 삶으로 보여주는 사람이라 무슨 말을 해도 다 좋았다. 상뽕쓰는 1박 2일 동안 풀을 보며, 길을 걸으며 내내 집에 있는 산양을 걱정했고, 우리와 함께 하는 꿈을 꿨다. 꿈꾸고 행하는 사람. 해맑고 맑아 함께 있으면 나도 덩달아 맑아지고 돌아보게 된다.
<징검다리 놓는 아이들 방과후 학교>
여기서 14년을 함께 했다는 동그리를 만났다. 들어가자마자 시원한 매실차를 대접받았다. 만나는 사람마다 재치 있고, 에너지가 넘친다. 이 마을 뭐죠? 절대 선생은 안 하겠다고 다짐했다는 동그리는 결국 배움을 나누는 일을 하고 있었고, 일에 대한 자긍심과 열정이 대단했다. 아이와 부모, 교사가 치열하게 소통하고 함께 성장한다고 말했다. 동그리는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으면 스스로를 믿는, ‘반짝이는 순간’이 보인다고 했다. 그 마법에 중독되어 그만두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아이들은 마을에 자기만의 공간을 하나씩 지니고 있다고 했다. 사진 프로젝트를 통해 동그리도 그 사실을 발견 했다고 한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만의 비밀 장소를 갖고 있고 그곳에서 생명과 대화를 나눈다. 자기만의 공간을 갖지 못한 사람들이 간혹 있고, 그러한 사람은 마음이 공허하다’고 말했던 한 인디언이 떠올랐다.
<맨발동무도서관>
저녁을 먹고 도서관 사람들과 치킨을 먹고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공간도 사람도 단정하고, 단단했다. 여기 마을 사람들 뭐지? 확실한 건, 이 마을에는 ‘어른’이 있다. 그것도 많다. 그게 너무 부러웠다. 마을에 슬픔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과 사람이 있다. 대천마을을 이어나가는 힘은 ‘사람에 대한 믿음’이었다. 14년째, 매일 함께 점심을 먹는다고 한다. 누구나 와서 밥상에 앉으면 된다고 했다. 김치 하나로 밥을 먹을 때도 있다고 했다.
대안학교를 나와 도서관에서 일하는 청년, 데이지를 만났다. 불안하다고 했다. 공립학교를 나온 친구는 대안학교 출신을 부러워하고, 대안학교 친구는 반대로 공립학교 출신을 부러워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불안하다. 끊임없이 불안을 직면하고 삶에 대해 고민하는 데이지와 우리, 지금, 여기 사람들이 멋져보였다.
마을학교로 돌아와 상뽕쓰와 라마의 제안을 듣고, 여울이 들고 온 청주를 맛봤다. 누룩과 물, 쌀로만 만들었다고 한다. 세 번 숙성을 시켰다고 했는데 술에서 향이 났다. 입에서도 향이 느껴졌다. 신기하네. 도수가 강해 많이 마시지 못했다. 남으면 들고 와서 얼음에 타 마시고 싶었는데, 안 남았다. 술을 마시며 함께 꿈을 이야기했다. 앞으로가 기대된다.
<마을 걷기>
일정을 꼭 지키는 상뽕쓰, 이야기를 나누다 12시 정도에 마을을 걸으러 나갔다. 아까 저녁 먹으러 돌아오는 길, 길이가 내 키 4배 정도 되는 미끄럼틀을 봤는데 거기서 마을 아이들이 웃으며 놀고 있었다. 동백은 그 모습을 빤히 보더니 ‘천국’같다고 말했다.
우리도 천국을 만끽하려고 도전했는데 잘 안 내려가서 결국 미끄럼틀 위에서 걸었다^^; 무게 때문인가. 오랜만에 누군가와 저녁을 걸으며 웃고 떠들었다. 그 와중에 물 냄새, 물 흘러가는 소리, 풀 냄새가 진하게 느껴졌다. 걸음이 빨라 패랭이와 앞장 서 걸었는데, 가끔 뒤돌아 친구들을 보면 다들 웃고 있었다. 우리는 마음을 나누고 있구나.
패랭이는 자기가 뭔가를 받아들이는 데 느리다고 말했고, 부끄럽고, 이기적인(패랭이 표현) 과거를 고백했고, 사랑하는 사람을 말해줬다. 불편하고 부당했지만 언어로 표현할 수 없었던 과거를 말하며 이제는 많이 달라졌다며 웃었다. 정말 멋진 친구다. 패랭이와 우리가 하고자 하는 작은 실천으로 결국, 삶은 변한다. 우주와 삶은 조화로워진다.
다시 돌아와 라마가 오늘 배웠다는 주역 강의를 짧게 들었다. 라마는 오늘 하루 배웠다고 했는데 몇 년은 공부한 사람처럼 설명을 잘해줬다. 무엇보다 책 속 말 하나하나가 다 예술이었다. 누리는 고민이 있다며 점을 봤고, 결과는 소름끼쳤고, 절로 고개는 끄덕여졌다. 사실, 누리가 하는 고민은 이미 답이 정해져 있었다. 누리도 그걸 알지만 망설이는 것처럼 보였다. 주역이 도움 되었기를…. 상뽕쓰도 작년 말, 주역 점을 치곤 뒤통수를 맞았다고 한다. 주역이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주역을 배워야겠어! 무엇보다 책이 예술이다.
라마와 여울은 떠나고 다들 새벽 다섯 시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나눴다고 한다. 나는 세시에 잤다. 상뽕쓰는 라마와 여울을 배웅하고 와선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 조용히 사라졌다. 너무 웃기다. 친구들과 나누는 이야기도 좋았지만, 도저히 잠을 이길 수 없었다. 나이 핑계를 대곤 자리에 누웠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누군가의 말을 들으며 잠이 들었다. 그래. 사람에겐 온 마을이 필요하고 대천마을은 그런 마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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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탄은 상뽕쓰에게 패th-합니다.
집으로 돌아와 밥을 먹는 중, 엄마가 누군가를 소개하면서 ‘좋은 믿음을 지닌 사람’이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배움터 벗들이 떠올랐네요. ‘좋은 믿음’을 품고 길을 가는 여행자들과 함께 나누고, 즐겨 행복합니다(하트) 감사해요. 진심이에요.
더불어 나누는 누리, 알고 싶은 달팽이, 감동 주는 천국 동백, 배려왕 리액션왕 두카, 주역 선생 라마, 자유로운 바람 룬비, 결이 고운 믿음직한 뮬란, 의심하는 인간 무토, 매시간 한계를 넘는 벼룩, 질문하는 인간 옥(오해하는 거 아니겠죠ㅎㅎ 질문하고 의심하는 인간은 항상 최고입니다), 술을 사랑하는 여울, 단단하고 유쾌한 오찡, 더불어 꿈꾸게 하는 상뽕쓰, 활력 넘치는 큰사람 패랭이, 아름다운 뿌리를 지닌 뿌리내린나무.
다들 감사해요. 앞으로도 함께 잘 걸어가 봐요. 얼굴을 똑바로 들고, 눈을 크게 뜬 채로 자신의 영혼을 가꾸며…. (아침에 읽은 시) 이 와중에 여울이 준 향기 나는 청주, 도서관에서 맛 본 포도주가 매우 그립습니다. 내일 아침에는 또 상뽕쓰네 산양 우유를 그리워하겠죠. 다들 굿밤 보내요!
첫댓글 와 1등이다. 담에 우리마을에 오시면 코가 삐뚤어지도록 술맛 보여줄게요. ^^ 후기 잘 읽었어요~~
여울! 저 코 삐뚤어지게 술 마시는 거 매우 좋아합니다. 조만간 꼭 갈게요ㅎㅎㅎㅎㅎㅎ
만났던 분들 한 분 한 분 모두 좋은 기운이 가득한 분들이셨어요 정말로. 얘기를 들으면서 사실 제일 많이 했던 생각은..언젠가는 저들처럼 단정하고 단단한, 재치있고 확신에 가득 찬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였답니다 ㅎ 내가 더 감사해요 수요일에 봥
벼룩은 제가 봤을 때, 이미 단정하고 단단한 사람인데여...? 물음표?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음 힘을 지니고 있어요! 저는 벼룩을 보면서도 매번 느껴요ㅎㅎㅎㅎㅎ
크으 ㅜㅜ 너무 부러워요ㅜㅜㅜ
크으ㅜㅜ 함께하지 못해 매우 아쉽습니다 두카.
와, 후기가 대박!!! 글읽다 함께 행복해지고, 왜인지 눈물도 났어요... 후기 나누어주셔서 참 감사해요~! ^0^
답글이 더 감동입니다ㅠㅠ 감사해요. 눈물이라니, 아름답게 읽어주셔서 제가 더 감사합니다!
저도 예전에 다녀왔던 곳인데 눈에 선하게 잘 쓰셨고 미끄럼틀에서 노는 아이들이 있는 그곳이 '천국 같다'라는 말이 와 닿네요. 글이 있어서 남는 게 있네요. 짝짝~칭찬드려요^^
그죠, 저도 동백이 '천국'같다고 말 하는데 우와~ 했어요. 동백이 느낀 마음이 그대로 와 닿아서 더 그랬던 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이 글 좋네요. 다음에 같이 주역 공부해요. ㅎㅎㅎ
네~ 좋아요! 주역은 꼭 공부하고 싶더라구요. 책 속에 있는 글이, 단어가 정말 예술!
와~~ 완전 재밌는 후기 였습니다. 제가 저 마을에 살아요. 마을 사람들 몇분에게도 보여 드리고 싶은데 괜찮을 까요?
와 마을 주민이시구나! '제가 저 마을에 살아요'라는 말이 참, 감사하게 들리네요. 후기 나눔 감사합니다. 마을 분이 읽을 줄 알았으면, 더 정성스럽게 쓸걸.....그...랬나요...ㅎㅎㅎㅎ
아름다운 글 고맙습니다.
'삶으로 보여주는 사람'이란 말이 마음에 와 닿아요. 이런 사람들이 글 속에 참 많네요.
네^^ 주변에 삶으로 보여주는 사람이 많아서, 꿈인지 생신지..ㅎㅎㅎ 덕분에 행복하게 지내고 있어요.
벼룩이 올린 후기 읽고
다시 뿌린내린 나무가 쓴 후기 읽었는데..
몇 번을 읽어도 참 좋네요!!^^
뿌리내린 나무 글의 힘입어
생생함이 느껴지는 사진도 좋구요~!
고맙습니다!^^
저는 매번, 누리가 전해주는 나눔과 배려를 받으며 힘을 내고 있어요^^ 누리는 항상 진심이라, 참 참 참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