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옻나무과 「붉나무」
(사진 1/1) 뒤따라 나오는 잎을 위해서일까. 오목하게 들어간 붉나무의 첫 번째 잎
나는 이 글을 쓰면서 채널 123번 「백종원」의 스트리트 파이터(2020.9.29.화) 를 보고 있다. 그가 어찌나 맛있게 음식을 들고 있는지 한참을 보다가, 60초 광고 시간에 자판을 때리다가 시작하면 멍하니 쳐다본다. 그는 지금 홍콩의 여러 식당을 전전하면서 시식을 하고 있다. 어느 나라에 가든 그 나라말로 주문을 하고 대화를 하는 게 그 동네 사람 같이 보였다.
그가 음식을 먹을 때면 자연스럽다. 일부러 크게 꾸미거나 오버는 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음, 음 거리며 걸맞은 반응한다. 문제는 너무 맛있게 음미하면서 맛을 전하기 때문에 당장에라도 쫓아가서 그 요리를 시켜먹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선망하는 여행에, 구경에, 음식에, 그가 부럽기 짝이 없다. 전에는 태국음식에 반해 태국을 꼭 가야지 했고, 터키를 할 땐 그런 음식은 구경도 못했는데 했었고, 중국 요리가 나올 때면 그래, 중국에 가야 그 맛을 보겠지, 하면서 세계 지도를 펴놓곤 태국의 어디쯤인지, 터키는, 중국은 하면서 살펴보곤 했었다. 이젠 또 홍콩에 꽂혔다. 나는 왜 이래 잘 휩쓸리는가 모르겠다. 이거 참, 갈 데는 많고, 갈 수는 없고, 이러다가 아무데도 못가는 게 아닌지 살짝 불안하다. 아이고, 야. 하던 일이나 하자.
「붉나무」는 고모산성 뿐 아니라 돈달산에도 여기저기, 새재 유스 호텔로 통하는 나무다리 쪽에도 제법 큰 나무들이 여럿이 보인다. 그 만큼 흔한 나무이지만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볼수록 신기한 나무다. 왜냐하면, 엽축에 달린 “날개”가 있어 그렇다. 잎줄기에 날개를 달고 있는 나무는 가래나무과 「중국굴피나무」와 노박덩굴과 「화살나무」 느릅나무과 「혹느릅나무」 운향과 「개산초ㆍ탱자나무」에 날개가 돋아있다. 그렇지만 날개하면 역시 「붉나무」 이상 가는 게 없다. 그 날개의 모습도 나에겐 시사하는 것이 있어 그 모습을 찍어둔 게 있다.
옻나무과 「붉나무」는 가을에 히트치는 나무다. 그래서 그런지 「홍미紅美」라는 별칭을 달고 있다. 이는 ‘붉은 색의 아름다움’이란 뜻으로, 가을 단풍이 「화살나무」잎이나 「복자기」 잎처럼 너무나 붉고, 곱고, 아름다워서 그렇게 부르기도 하고, 어떤 이는 불타는 듯한 잎을 보고「불나무」로 부르기도 한다. 흔히 사람들은 단풍을「홍어紅於」라고 하는데, 홍어紅於란 ‘더욱 붉다’는 뜻이니 홍미紅美와 통하는 것 같다. 또 하나는 「염부목鹽膚木」으로 부른다. 이 열매를 맛보면 이건 영락없이 소금이다. 가까이서 보면 소금 맛의 흰 피부로 덮여있다. 그 성분으로 두부를 만드는 간수로 쓴다고 한다. 열매가 그렇게 짠 맛을 내니 「소금나무」라 해도 될 것 같다.
또 다른 이름은 「오배자五倍子」나무라고 부른다. 「붉나무」잎에는 호두만한 진디물집인 충영蟲癭이 달린다. 이걸「오배자五倍子」라고 하는데, 자한自汗이나 도한盜汗 등 헛땀이 나는데 사용하고, 오래된 설사에도 효과가 있다고 나와 있다. 또한 간 기능 보호 작용과 항산화 작용을 한다고 하고 염료로 사용했다는 기록도 보인다. 「붉나무」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가히 팔방미인이다. 방약합편이란 책엔 이렇게 적혀있다. 「오배고산 료치감 치선 창농 풍열담 五倍ㆍ苦酸ㆍ療齒疳ㆍ痔癬ㆍ瘡膿ㆍ風熱覃: 오배는 맛이 쓰고 시다. 치주염ㆍ매독, 옴ㆍ부스럼, 종기ㆍ잇몸병을 다스린다.」 여기서 오배자의 오배五倍가 무엇의 다섯 갑절 인지, 아직 찾지를 못했다.
내가 「붉나무」에 관심을 가진 것은 옛날부터였다. 그 날개도 날개였지만, 잎 모양에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다. 잎이 어때서 그랬을까. 돈달산을 오가며 붉나무에게 “날개가 있으니 날고 싶지!” 하며, 인사를 했다. 그러면서, ‘참 특이하게도 발전을 했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잎도 그만하면 큰데 잎줄기까지 잎과 같은 것을 만들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언뜻 본다는 게 끝에 달린 잎을 보았다. 전에는 무심히 그냥 잎이었는데, 그날따라 잎이 새롭게 보였다.
잎이 새롭게 내 눈에 들어왔을 때, 처음엔 누군가가 예리한 면도칼로 잎을 오렸다고 생각을 하면서, ‘왜 잎을 오려놨지’ 별 사람이 다 있구나, 했다. 그리곤 잊고 지냈는데, 보다보니까 그렇게 생긴 잎들이 더러 눈에 띄어서 자세히 보게 되었다. 아니, 이게 웬 일일까, 제일 먼저 나온 잎이 두 번째 잎을 위해 양보를 한 것처럼 오목하게 들어가 있지 않는가. 말 못하고 보지도 못하는 나뭇잎이 어떻게 이런 모양을 할 수 있을까, 믿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은 엄연한 사실인 걸 어떻게 부정한단 말인가.
이 「붉나무」의 잎을 통해 형제간의 우애란 덕목을 생각해봤다. 여러 가지 놀이를 함께 겪은 어릴 적 친구들이 보고 싶고 귀하듯, 동생 역시 같이 자라면서 동고동락을 해 왔기에 그렇다. 동생의 몸짓에서 아버지 어머니가 보이고, 음성이나 걸음걸이에서 조차 닮고 있어 두터운 정이 가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꼭 피를 나누었기 때문이 아니라 추억을 나눌 수 있어 더 그렇다.
끝으로, 황홀한 단풍의 아름다움을 지닌「붉나무」를 알아보자.
옻나무과 「붉나무」 |
* 학명: Rhus javanica L. * 영명: True Rhus, Nutgall Sumac Tree * 일명: ヌルデ * 중명: 五倍子樹- Rhus: 희랍 고명 rhous가 라틴어화된 것 | * 수고: 5`~10m * 잎: 기수우상복엽 * 개화: 8~8월 흰색, 암수 딴 그루 * 열매: 핵과 10~11월 황적색, 鹽膚木 - 엽축에 좁은 날개가 발달한다. - 단풍이 붉고 아름다워 제일로 친다. - 조경 수종으로 돋보인다. |
끝. 2020.9.29. 화요일에 씀.
※ 참고 서적
* 김용식 외 20인, 『최신 조경 식물학』, 도서출판 광일문화사, 2009.
* 友草 安德均, 『임상 한약대도감』, 현암사, 2012.
* 如雲 조식제, 『특허로 만나는 우리 약초』, 아카데미북, 2012.
* 이동혁, 『한국의 나무 바로알기』, 이비락, 2014.
* 임경빈, 『나무백과(6)』, 일지사,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