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저(浦渚) 조익(趙翼 : 1579 ~1655)
포저 연보 제5권 / 부록(附錄) / 신창(新昌) 도촌서원(道村書院) 봉안 제문 경술년(1670, 현종 11)
김수항(金壽恒) 찬(撰)
金壽恒 1629 1689 安東 久之 文谷, 文翁 文忠
삼가 생각건대 우리 선생은 / 恭惟先生
아름다운 자질을 하늘로부터 받으신 분 / 天賦令質
평이하고 정직하고 자애롭고 신실하여 / 易直子諒
안과 밖이 서로 통해 환히 빛났나니 / 表裡洞徹
화기애애한 것은 봄날의 햇빛과 같았으며 / 藹若陽春
온윤(溫潤)한 것은 흠 없는 박옥과 같았어라 / 溫如大璞
영특한 재질과 탁월한 식견이 / 英才卓識
어려서부터 워낙 뛰어났나니 / 自幼挺特
바둑알을 배열하여 괘를 만들고 / 排碁畫卦
소초를 작성하여 현인을 옹호하였다네 / 疏草扶賢
제자백가를 두루 섭렵하여 / 汎濫百家
꿰뚫지 않은 것이 없었는데 / 靡不貫穿
박학은 돌이켜 요약하기 위함이라 / 博以反約
마침내 사학에 뜻을 집중하였어라 / 一意斯學
스승에게 전수받은 일이 없이 / 不由師承
본시 자신의 마음으로 체득한 뒤에 / 本自心得
이를 몸에 돌이켜 실천하였으며 / 反躬實踐
선현의 가르침을 준수하면서 / 動遵儒先
사서에 특히 힘을 기울여 / 從事四子
가장 전일하게 받아 썼어라 / 受用最專
덕행이 순수하고 독실했던 것은 / 制行純篤
효성의 바탕이 있었기 때문이니 / 惟孝爲源
칠순에 영아처럼 어버이를 사모한 것은 / 七十嬰慕
옛날에도 듣기 어려운 일이었어라 / 在古罕聞
왕의 조정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 / 揚于王庭
어찌 잘 입고 잘 먹으려는 뜻이었으랴 / 匪志溫飽
당시 혼탁한 운세를 만나 / 時丁溷濁
몸을 고결히 하여 속세를 멀리 벗어났으니 / 潔身高蹈
준엄한 그 절조 고상한 그 풍도여 / 峻節高風
퇴폐의 물결에 우뚝 선 만 길의 석벽이었어라 / 璧立頹波
자취는 일구에 거하였지만 / 跡棲一丘
명성은 사방에 넘쳐흘렀나니 / 名溢四遐
인간의 윤리를 이로써 수립한 가운데 / 彛倫以立
꾸밈없는 짚신은 하나의 흠도 없었어라 / 素履無玷
성조가 중흥을 이루어 / 聖祖中興
뭇 인걸들이 기러기처럼 나아갈 때 / 羣彦鴻漸
선생의 덕성과 명망은 / 先生德望
세상에서 누구보다 으뜸이었어라 / 爲世冠冕
유악에서 부지런히 종사하여 / 密勿帷幄
남다른 은총을 가장 많이 받았는데 / 最承殊眷
임금을 바로잡고 백성을 이롭게 하며 / 格君澤民
요순의 정치를 법도로 삼았나니 / 姚姒是䂓
온유하고 조용히 경술을 발휘하여 / 雍容經術
문치를 아름답게 장식하였도다 / 賁餙文治
성균관의 어른이 되어서는 / 長于成均
우리 유생들의 공경의 대상이 되었나니 / 欽我衿紳
인재를 육성하는 크나큰 즐거움 속에 / 樂育之盛
빈빈군자가 될 수 있게 하였어라 / 庶幾彬彬
나라가 결딴나는 위급한 때에 / 板蕩之際
충의의 정신이 더욱 빛났나니 / 忠義愈炳
사달이 이와 같았고 보면 / 舍達如斯
용납받지 못한들 무슨 상관이 있으리오 / 不容何病
효종이 왕위를 계승하고 나서 / 寧考初元
맨 먼저 선생을 재상에 임명하자 / 首陟巖廊
잘못을 바로잡고 보완하면서 / 匡捄䌤縫
아름다운 계책을 크게 펼쳤어라 / 嘉猷孔彰
그런데 참소하는 자가 정대함을 해롭게 여겨 / 讒邪毒正
그럴듯한 말로 미혹하며 혀를 나불거린 까닭에 / 簧鼓其舌
임금님의 밝은 귀가 가려진 나머지 / 宸聰以蔽
공의가 이 때문에 무함을 받게 되었도다 / 公議以誣
이에 선생이 하나의 소를 올려 / 先生一疏
확실하게 철저히 물리쳤으나 / 闢之廓如
받아들여지지 않자 그만두고는 / 不可則止
몸을 거두어 향리로 돌아왔어라 / 卷而歸歟
광분하는 세상의 물결 홀로 막으면서 / 狂瀾獨遏
돌과 같은 그 절조 더욱 견고하였으니 / 介石彌貞
사도(斯道)를 보위한 그 한마음은 / 衛道一心
신명에게 질정할 만하였어라 / 可質神明
선생이 보여 준 출처의 의리야말로 / 出處之義
백세토록 할 말이 있게 하였으니 / 百世有辭
사문이 이 때문에 실추되지 않고 / 斯文不墜
우리 당이 그 덕을 입게 되었도다 / 吾黨有賴
벽만 서 있는 쓸쓸한 누옥에서 / 蕭然環堵
생을 마치도록 소요하였나니 / 卒歲逍遙
재상의 관직을 사양하고서 / 官辭鼎鼐
단표의 즐거움을 누렸어라 / 樂在簞瓢
몸은 물러났어도 도는 형통하고 / 身退道亨
나이가 들수록 덕도 높아졌나니 / 年高德卲
동산의 그 이름 독락으로서 / 園名獨樂
나라가 의지하는 원로였다오 / 國倚元老
한 방 가득 도서를 쌓고 / 一室圖書
도의 정수를 음미하면서 / 味道之腴
갓난아이와 같은 순수한 마음을 / 赤子之心
백발이 되도록 여전히 지녔던 분 / 皓首如初
태산과 들보가 갑자기 무너지자 / 山梁遽頹
조야가 온통 비통에 잠겼나니 / 慟均朝野
오랜 세월이 지나도 감흥할 텐데 / 曠世猶感
더군다나 직접 배운 제자의 경우리오 / 矧伊親炙
이곳 신창 읍성을 돌아보건대 / 睠玆新城
실로 선생이 예전에 거하던 곳 / 寔惟舊居
후세에 감화 받고 변화되는 것이 / 霑丐薰陶
이 여택(餘澤) 아닌 것이 없다 하리라 / 罔非其餘
남기신 발자취 어제 같은데 / 遺蹤如昨
그 교화 성대히 남아 있기에 / 盛化長留
사당을 세워 선생을 모시기로 / 享之專祠
사람들 의견이 합치되었다네 / 聿循僉謀
이에 사당에는 적막이 감돌고 / 有侐其廟
대마루는 궁륭(穹窿)으로 높이 솟았나니 / 有穹其堂
경건한 마음으로 혼령을 봉안할 / 揭虔妥靈
길할 날짜를 가려서 정했어라 / 日吉辰良
훌륭한 유자들이 / 濟濟章甫
질서 정연하게 제사를 모시는 일 / 秩秩豆籩
이제부터 시작을 해서 / 其始自今
영세토록 잘못됨이 없게 하리라 / 永世無愆
[주-D001] 바둑알을 …… 만들고 : 3세 때에 말을 배우기도 전에 문자를 알아서 문자를 물어보면 손가락으로 그 문자를 가리켰으며, 바둑알을 가지고 놀면서 건괘(乾卦)의 모양을 만들었다는 일화가 포저의 연보에 나온다.[주-D002] 소초(疏草)를 …… 옹호하였다네 : 8세에 중봉(重峯) 조헌(趙憲)이 직언(直言)을 하다가 배척을 당했다는 말을 듣고는 비분강개하여 소초를 작성하였는데, 사정(邪正)을 분명히 지적하여 진술하였으므로 여러 장로(長老)들이 “이 글을 어린아이가 지었다고 누가 말하겠는가.”라고 경탄하면서 밖으로 새어 나가지 못하게 금하였다는 이야기가 포저의 연보에 나온다.[주-D003] 박학(博學)은 …… 위함이라 : 《맹자》 이루 하(離婁下)에 “널리 학습하면서 상세히 해설하는 목적은 장차 이를 돌이켜 요약하여 말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博學而詳說之 將以反說約也〕”라는 말이 나온다.[주-D004] 선현(先賢)의 …… 썼어라 : 참고로 《성리대전(性理大全)》 권54 학(學)12 독서법(讀書法)2에 “학자가 《중용》, 《대학》, 《논어》, 《맹자》 등 사서에 대해 실제로 공부에 착수하여 구절마다 글자마다 침잠하며 자기의 일로 절실하게 여기면서 투철하게 터득해 나간다면, 일생 동안 받아 써도 다 쓰지 못할 것이다.〔學者於庸學論孟四書 果然下工夫 句句字字 涵泳切己 看得透徹 一生受用不盡〕”라는 주희의 말이 나온다.[주-D005] 일구(一丘) : 산과 골짜기를 뜻하는 일구일학(一丘一壑)의 준말로, 은퇴하여 초야에서 산수를 즐길 때 쓰는 표현이다.[주-D006] 꾸밈없는 …… 없었어라 : 안분지족(安分知足)하며 질박하고 청백하게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주역》 이괘(履卦) 초구(初九)에 “꾸미지 않은 짚신을 신고 가니 허물이 없으리라.〔素履往 无咎〕”라는 말이 나온다.[주-D007] 성조(聖祖)가 …… 때 : 인조반정으로 현사(賢士)들이 발탁되어 점차 높은 자리로 올라가게 되었다는 말이다. 《주역》 점괘(漸卦)의 6효(爻)가 모두 기러기가 나아간다는 뜻의 ‘홍점(鴻漸)’으로 시작하는 데에서 유래한 것이다.[주-D008] 빈빈군자(彬彬君子) : 본바탕과 아름다운 문채, 즉 내용과 형식이 훌륭하게 조화된 군자를 말한다. 《논어》 옹야(雍也)에 “바탕이 문채를 압도하면 촌스럽게 되고, 문채가 바탕을 압도하면 겉치레에 흐르게 되나니, 문채와 바탕이 조화를 이룬 뒤에야 군자라고 할 수 있다.〔質勝文則野 文勝質則史 文質彬彬然後君子〕”라는 공자의 말이 있다.[주-D009] 나라가 …… 있으리오 : 병자호란을 당했을 때에 남한산성(南漢山城)으로 대가(大駕)를 호종(扈從)하지 못했으나 동요함이 없이 의병(義兵)을 모집하는 등 구국 운동을 펼치며 평소의 신념을 굳게 지켰으니, 나중에 대각(臺閣)의 탄핵을 받고 궁지에 몰리는 일이 있게 되었다 할지라도 정도에 입각하여 행동한 포저의 양심에 비추어 볼 때에는 전혀 거리낄 것이 없었다는 말이다. ‘사달여사(舍達如斯)’는 정이(程頤)가 부주(涪州)에 배를 타고 귀양 갈 때의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염여퇴(灩澦堆)를 지날 적에 풍랑이 극심하여 배가 전복될 위기에 처하자 배 안의 사람들이 모두 경악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으나 정이만은 동요함이 없이 태연자약하였는데, 언덕 위의 어떤 초부(樵夫)가 정이의 그런 모습을 보고는 큰 소리로 “목숨을 버릴 각오를 해서 그런 것인가, 아니면 이치를 통하여 달관해서 그런 것인가?〔舍去如斯 達去如斯〕”라고 묻기에 정이가 대답하려고 하였으나 배는 이미 떠난 뒤였다는 이야기가 《심경부주(心經附註)》 정심장(正心章) 주석에 보인다. 또 공자(孔子)가 안회(顔回)에게 “《시경》에 ‘외뿔소도 아니고 범도 아닌데, 어째서 저 거친 들판을 헤매게 한단 말인가〔詩云 匪兕匪虎 率彼曠野 吾道非邪 吾向爲於此〕.’라고 하였다. 우리의 도가 잘못된 것인가? 어째서 우리가 이런 곤욕을 당해야 한단 말인가.”라고 묻자, 안회가 “선생님의 도는 지극히 광대합니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이 용납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비록 그렇다고 하더라도 선생님께서는 그 도를 추진해서 행하시기만 하면 될 것이니, 세상에 용납받지 못한다 한들 그것이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용납받지 못한 뒤에야 군자를 알 수 있는 것입니다.〔夫子之道至大 故天下莫能容 雖然 夫子推而行之 不容何病 不容然後見君子〕”라고 대답하여 공자를 기쁘게 하였다는 고사가 《사기》 권47 공자세가(孔子世家)에 나온다.[주-D010] 그런데 …… 되었도다 : 한쪽의 당론(黨論)에 효종의 마음이 기울어져 이이(李珥)와 성혼(成渾)의 문묘 종사(文廟從祀)를 반대한 것을 말한다. 《예기》 치의(緇衣)에 “오직 군자만이 정대함을 좋아할 수 있을 뿐이다. 소인은 정대함을 오히려 해롭게 여긴다.〔唯君子能好其正 小人毒其正〕”라는 말이 나온다.[주-D011] 확실하게 철저히 물리쳤으나 : 한(漢)나라 양웅(揚雄)의 《법언(法言)》 오자(吾子)에 “옛날에 양주(楊朱)와 묵적(墨翟)이 바른길을 막자 맹자가 성토하여 확실하게 철저히 물리쳤다.〔古者 楊墨塞路 孟子辭而闢之廓如也〕”라는 말이 나온다.[주-D012] 돌과 …… 견고하였으니 : 자신의 신념과 어긋날 때에는 지조를 돌처럼 굳게 지키면서 단호하게 벼슬을 버리고 낙향하였다는 말이다. 《주역》 계사전 하(繫辭傳下)에 “군자는 기미를 보고 떠나면서 하루가 다하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예괘(豫卦) 육이(六二)에 ‘돌처럼 견고해서 하루가 다하기를 기다리지 않으니 정하고 길하다.’라고 하였다. 절조가 돌과 같으니 어찌 하루가 다하기를 기다리겠는가. 이를 통해서 군자가 결단하는 것을 알 수 있다.〔君子見幾而作 不俟終日 易曰 介于石 不終日 貞吉 介如石焉 寧用終日 斷可識矣〕”라는 말이 나온다.[주-D013] 단표(簞瓢) : 안빈낙도의 생활을 말한다. 《논어》 옹야(雍也)에 “어질다, 안회(顔回)여. 한 그릇 밥과 한 표주박 물을 마시며 누항에 사는 것을 사람들은 근심하며 견뎌 내지 못하는데, 안회는 그 낙을 바꾸지 않으니 어질도다, 안회여.〔賢哉 回也 一簞食 一瓢飮 在陋巷 人不堪其憂 回也 不改其樂 賢哉 回也〕”라고 칭찬한 공자의 말이 실려 있다.[주-D014] 나이가 …… 높아졌나니 : 한(漢)나라 양웅(揚雄)의 《법언(法言)》 효지(孝至)에 “나이가 들수록 덕도 따라서 높아져야만 공자의 문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年彌高而德彌卲者 是孔子之徒與〕”라는 말이 나온다.[주-D015] 동산의 …… 원로였다오 : 포저를 송나라의 명재상 사마광(司馬光)에 비유한 것이다. 사마광이 벼슬을 그만둔 뒤에 낙양(洛陽) 남쪽 교외에 자그마한 정원을 만들고는 독락원(獨樂園)이라고 이름 짓고서 즐겼다는 일화가 있다.[주-D016] 갓난아이와 …… 분 : 《맹자》 이루 하(離婁下)에 “대인이란 갓난아이와 같은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은 사람이다.〔大人者 不失其赤子之心者也〕”라는 말이 나온다.[주-D017] 태산과 …… 무너지자 : 위인(偉人)의 죽음을 애도하는 말이다. 공자가 어느 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뒷짐을 진 채 지팡이를 끌고 문에서 소요하며 “태산이 무너지는구나. 들보가 쓰러지는구나. 철인이 시드는구나.〔泰山其頹乎 梁木其壞乎 哲人其萎乎〕”라고 노래하였는데, 그로부터 일주일 뒤에 세상을 떠났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禮記 檀弓上》[주-D018] 오랜 …… 경우리오 : 《맹자》 진심 하(盡心下)에 “백세 위에서 떨쳐 일어남에 백세 아래에서 이를 듣고 흥기하지 않는 자가 없으니, 성인이 아니라면 이렇게 만들 수 있겠는가. 더군다나 직접 배운 제자의 경우야 더 말할 것이 있겠는가.〔奮乎百世之上 百世之下 聞者莫不興起也 非聖人而能若是乎 而況於親炙之者乎〕”라는 말이 나온다.
ⓒ 한국고전번역원 | 이상현 (역) | 2006
포저 연보 제5권 / 부록(附錄) / 춘추제향(春秋祭享)의 제문
송준길(宋浚吉) 찬
인덕이 만물에까지 미치고 / 仁及於物
효를 옮겨 충을 실천한 분 / 孝移爲忠
우리 사문의 스승이시여 / 斯文有師
길이 동방의 사표가 되리라 / 永表吾東
ⓒ 한국고전번역원 | 이상현 (역) |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