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의 말 “위드코로나·부스터샷 우리말로”
울산제일일보
승인 2021.11.17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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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17일 브리핑에서 의미 있는 소식을 전했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이날 중대본 회의에서 ‘단계적 일상회복’과 ‘추가접종’과 같은 우리말 용어를 사용해 달라고 당부했다는 소식이었다.
중대본 관계자의 말은 곱씹을 값어치가 있어 보인다. ‘위드 코로나(with corona)’ 또는 ‘부스터샷(booster shot)’과 같은 외래어는 말의 본뜻을 흐리게 하거나 이해를 더디게 할 수도 있는 탓이다. 중대본 관계자의 말처럼 ‘단계적 일상회복’의 다른 말로 쓰이는 ‘위드 코로나’는 ‘방역 수준을 빠르게 늦춘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쉽고, 외국에서도 의미가 분명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따르는 말이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부스터샷’이란 말도 영어와 거리가 먼 이들에게는 그 뜻이 무엇인지 얼른 와 닿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중대본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의 기본 접종을 마치고 일정 기간이 지난 뒤에 한 번 더 주사를 맞는 ‘추가접종’을 흔히 ‘부스터샷’이라 말하고 있으나, 이 또한 외래어라는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런 전문 외래어들이 의사나 학자를 비롯한 보건의료 전문가들에게는 너무도 익숙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 당국의 한마디 한마디를 금과옥조처럼 받아들이기 마련인 일반 국민에게는 그런 전문용어들이 때론 어렵고 짜증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런 뜻에서, 정책 조율의 책임자인 김 총리의 그와 같은 당부는 일반 국민의 정서를 제대로 헤아린 시의적절한 부탁이었다고 생각한다.
중대본 관계자는 김 총리의 말을 받아 ‘위드 코로나’는 ‘단계적 일상회복’ 또는 ‘일상회복’으로, ‘부스터샷’은 ‘추가접종’이라는 우리말로 써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화 한 토막을 들려주었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가 얼마 전 한국에서 쓰이는 이른바 ‘콩글리시’를 소개하면서 ‘위드 코로나’라는 말을 본보기 삼아 ‘문제’라고 지적했다는 것이다. 외신까지 탈 정도면 자존심을 구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김 총리의 당부가 정치인들의 귀에도 들어가 꽂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국회의원들이 입에 담기를 삼가야 할 외래어를 줏대 없이, 그것도 앞장서서 퍼뜨리는 경향이 있어서 하는 말이다. 일본말에서 가지를 친 것으로 알려진 ‘도꼬다이’ 또는 ‘독고다이’(←特攻隊). ‘코스프레’(←costume play=게임이나 만화 속의 등장인물로 분장해서 즐기는 일. 흉내 내는 일) 따위가 대표적일 것이다.
조금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써버릇하기 나름이다. 알기 쉬운 우리말을 놔두고 애써 유식한 채 외래어 쓰기를 즐기는 것은 떳떳하지 못한 일이다. 김부겸 총리의 당부처럼 ‘위드 코로나’는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부스터샷’은 ‘추가접종’으로 써버릇할 일이다.
출처 : 울산제일일보(http://www.uj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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