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제 2. 여름) 여름을 소환하다 - 곽선희 우리 가족은 늦동이 성화에 못이겨 칠포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아이 외삼촌이 민박을 예약해두어 족발과 상추 깻잎 된장 오이 고추 김치 등 반찬거리와 쌀을 챙겨 가벼운 마음으로 그곳에 도착했다. 그곳에선 멀리 아이들 할머니 할아버지 산소가 보인다. 그때는 참 부지런히 한 명은 걸리고 한 명은 업고 기저귀 가방에 제사라고 생신이라고 어버이 날이라고 어찌그리 갈 일이 많은지 시외버스에서 내려 걸어 마을로 가는 버스정류장에서 차를 기다리고 내려 또 걸어 들어가면 소나무형제가 니란히 빧어있는 논두렁길을 따라 어머님은 반가이 반가이 저만치서 달려왔다. 논에는 홍골래기 메뚜기 논두렁엔 오만가지 생물이 꿈틀꿈틀 대고 과수원에 들어서면 사과나무와 온갖 식물들이 숨을 쉬고 반기고 아이들은 이리저리 헤집고 다녔다. 아이들은 먼저 온 사촌들과 리어카도 끌고 놀다 운전 미숙으로 다쳐 병원에 가서 꿰메어 오기도 하고 녹슨 낫으로 베기하다가 다쳐 발칵 뒤집어 지기도 하고 뜨거운 국에 눈깜빡 할 사이 국을 엎어 데이기도 하고 오만가지 희노애락이 다 쏟아져 나왔다. 가다가 가다가 뒤돌아 볼 사이도 없이 여기까지 와 버렸다. 그 아이들이 커서 그 또래의 아이들이 되어 결혼식에서 장례식에서 얼굴을 마주친다. 인사를 안 시키면 지나가다가도 모를 일이다. 왜 아버님 어머님께서 그리도 부지런히 친척들에게 마실을 갈때면 인사를 시켰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그것이 인간관계이며 잘 살아가는 일이기 때문일것이다. 요즘은 너무 이기적으로 흐르기 때문에 큰 일이 있을때 부르는 법도 없고 가서 일 해 줄려고 하는 사람도 없으며 찾아가 어른을 뵙고 굳이 인사하려는 사람도 드물어진 것이 사실이다. 어릴 적 여름방학을 맞아 큰 아버지 집에 가면 큰엄마는 김에 싼 주먹밥을 잘 해 주셨고 큰 아버지께서는 공장일이 아무리 바빠도 내 손과 딸아이 손을 잡고 예쁜공주가 그려진 뽀얀 운동화를 똑같은 걸로 늘 사 주곤 했다. 큰이모집에 가면 늘 밥솥에 밥을 가득해 놓고 쇠고기국 가득 끓여 놓으면 우리들이 덜어 먹고 빵깨이 놀이 병원 놀이도 곧잘 했다. 이제는 서로 보는 횟수가 영 드물고 서로 왕래도 그나마 명절에라도 볼 수 있으면 다행이 되어버린 현실이다. 어른들이 살아계실때가 좋았던 것이다. 늘 염두에 두고 시키는데로 따랐고 방향데로 절기마다 따랐지만 요즈음 핸드폰을 물고 태어난 아이들 세계는 달라도 너무 달라 자기들 따라오지 않으면 가버린다 하니 4차 혁명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청소년의 삶은 연결이 끊어지지 않는 온라인 세상에서 다양하고 신속한 정보에 접속하는 것이 일상이니 그 공간을 따라잡고 능가하지 않으면 가상세계와 현실을 허물어 뜨릴수 이런저런 고민에 안빠질 수가 없다. 좋은 것은 받아들이고 위험한 것은 바르게 알리는 것이 어른의 도리이다. 그러나 자연은 1차원 세계니 4차원 세계니 상관없이 순수하고 변함없다. 여름을 맞아 실전에 강한 우리가 아이들을 데리고 산으로 들로 여행을 떠나는데 선수가 되어야겠다. 여름이 오면 유난히 그 옛날 물장구 치던 친구들이 수박을 짜갈라 주고 시냇가로 들로 산으로 잘 데리고 가 일도 잘 시키던 부모님들이 그립고 생각난다. (20230621)
첫댓글 수고 하셨습니다. 글이 늦게 도착하여 합평을 제 때 못하였습니다. 다음 주에 하입시더.
앞으로는 최소한 매주 화요일 오전 12시까지 올려 주십시오,
카페지기.
네~
오늘 반가운 얼굴들 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밤 편히 주무십시오.
수필학교장님 덕분에
많은것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