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방학
공부 쉼의 매력
신근식
인간의 배움에서도 왜 적극적인 휴식이 필요한가? 배움에서 휴식은 시간 낭비가 아니다. 잠깐 그 배움에서 공식적인 것을 놓는 것이다. 그것은 생물학적으로 필요한 회복의 과정이며, 우리 몸이 재생하고 생존하는 데 꼭 필요한 단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잠깐 배움 놓는 것 통해 자신을 다시 정리하고, 다시 새로운 자세를 취하게 하며, 다시 준비한다. 이러한 절차에서 얻은 말을 "방학(放學)" 이라고 부른다.
인간의 신체가 설계된 방식의 한 가지 기본적인 특징은 잠깐 쉬는 것을 통한 준비가 필요한 것으로 알게 된다는 점이다. 인간이 생존하는 데 음식이 필요하듯이 공부하는데도 잠깐 쉬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공부함에서 그 쉰다는 것에 시간을 너무 빼앗기게 되면 일련의 학습에서 얻은 지식은 흐트러지게 된다. 그래서 방학에는 적당한 기간만 주고 있다.
공부하다 쉬게 하는 방법을 알면 그 단순한 행위가 순수한 즐거움의 순간이 될 수만은 없다. 쉬는 것은 무엇보다 우리의 다음 학습단계에 활력과 새로운 창의력을 회복시키려는 에너지의 축적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학습이론에서 긴장은 학습능력을 강화시키는데 효과적이지만 계속 긴장하게 하면 오히려 학습정착은 떨어지는 게 인간이다. 그래서 배우다가 방학이라는 이론적 밑받침에서 잠깐 쉬게 하는 것이다. 그 학습이론에서 초중등학교는 기본이며, 성인학습에서도 방학이라는 개념을 널리 이용하게 된 것이다.
온 산천이 푸르름으로 가득 채우며, 이팝나무 꽃과 아카시아 꽃냄새가 향기를 퍼뜨리는 신록의 오월이다. 특히 오월은 가정의 달로 ‘어린이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부처님오신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등 공휴일을 비롯한 기념일이 가장 많은 달이다. 직장인들은 평일 이틀만 휴가내면 일주일이라는 긴 시간을 만들 수도 있다. 가족나들이, 해외여행 가기에 절호의 찬스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기업하고 있는 사장의 입장에서는 오월은 몹시도 애가 타는 달이다. 과연 장기간 휴식을 하고 오면 일의 능률이 오를까? 긴 휴식은 만성 피곤증을 낳지만, 적당한 휴식은 일의 능률을 배가시킨다고 한다.
한때 성주군 선남면 소학리에 살고 있었을 때 서울 사는 큰딸네 식구들이 이맘때면 한 번씩 내려온다. 그것도 시골과 같은 전원 풍경이 있기에 여행 삼아 손자를 데리고 자연과 동화되는 휴식처로 생각한다. 내가 어릴 때 외가(外家)는 경남 밀양군 무안면 죽월리 시골이다. 우리 사 남매는 방학이 되면 어김없이 외가에 가고, 또한 외사촌도 우리 따라 집에 놀러온다. 시골마다 특색이 있다. 외가는 큰 시내가 있어서 멱 감고나면, 과수원에 수박이나 땅콩 서리도 하는 추억들이 가슴에 켜켜이 쌓여있다. 족히 중학교때까지는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번갈아 가면서 그렇게 하였다. 그러나 학교만 안 갈뿐이지 ‘방학숙제’라는 것이 있어서 마음 놓고 놀지 못했다. 그것은 엄밀히 말하면 휴식이 아니고 학업의 연장선이다.
직장에 다닐 때도 대학 근무를 하였기 때문에 다른 직장에도 없는 여름방학 휴가와 겨울방학 휴가가 있다. 학생들이 방학하고 나면 대학본부에서는 하계세미나를 개최한다. 정말 한 학기 수고했다고 쉬로 가는 것이 아니라 총무부서에서 세미나 프로그램 기획하여 특강, 단체 조별대항, 발표 등 직원들의 정신과 체력단련이라는 명목 하에 교육연수를 한다. 이 또한 휴가가 아니고 일의 연장선이다.
내가 아는 사람 대부분은 공부나 일에 대한 휴식의 개념을 재미있게 풀이한다. 동료, 친구들에게 “휴식할 때 무엇을 하느냐?” 고 물어보면 그들은 두 가지를 언급한다. 첫째는 잠이고, 둘째는 TV 시청이다. 그러나 수면과 TV 시청은 사실 소극적인 휴식에 불과하다. 진정한 휴식은 몸과 마음을 회복하게 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휴식을 하는 동안 신체는 자신의 생체리듬을 다시 만들고, 다시 신체의 평정을 준비하며, 재창조한다.
많은 사람이 쉴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은 쉬는 것, 어리석은 게으름이라고 말한다. 또 많은 사람이 쉬는 것을 지루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당신의 건강과 기분, 사회적 유대, 활력, 창의성을 향상시켜주는 의식적이면서도 사려 깊은 휴식 방법을 찾아서 더 많은 즐거움을 느낄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옛날 서당에서는 공부 놓는 기간이 별도로 없었지만 바로 "책 걸이"가 있다. 한 권의 한문 책을 모두 배우고 나면 훈장에게 대접하거나 학부형을 모셔 놓고 그 동안 배운 공부의 기량을 자랑하게 한다. 암송이나 글씨를 쓴 작품을 내 걸어 둔다. 훈장에게는 옷을 지어 올리고, 신발도 마련하였다. 마치 그날을 잔치처럼 떠들석하다. 그리고 며칠간의 말미를 주는 것이 예전의 방학이다.
현대에 이르러 방학을 들여다보면 방학 시작하는 날은 "종업식"이라 한다. 시골 초등학교에서는 아무런 행사도 없이 그 학기의 성적표를 나누어 준다. 도시에서는 성가신 학부형들로 부터 봉투를 받는다. 봉투에는 "촌지(寸志)"라 쓰고 담임선생님에게 성의를 표한다. 이것이 너무 지나치다 보니 사회적 문제가 되어 간혹 신문기사에 등장하고부터 촌지를 받지 못하게 학부형을 학교 출입을 금하게 되었다. 모든 것이 과하면 아니함만 못하다는 밀이 맞는 모양이다.
인간이 인간다운 도덕관념에서부터 인간의 지혜를 넓히기 위해 지식을 배운다. 그 배움에서 긴장을 놓으면 학습정착이 떨어진다. 그러나 그 긴장을 무한대 지속적으로 한다면 인간의 피로도가 쌓인다. 그 피로도 해소를 위하여 배움에서 휴지(休止)기간을 준다. 그것은 오직 다음을 위한 교육시스템에서의 배려인 것이다. 초중등학교에서는 방학을 네 번을 준다. 대학교에서는 방학기간이 길다. 이는 피로도 해소뿐만 아니라 다음 발전단계(계속 공부, 취업 등)에 디딤돌을 놓기 위하여 학습의 기간을 줄이는 것이다.
우리 속담에 "귀 장사하지 말고, 눈 장사 하라." 했듯, 귀로 듣는 것보다 눈으로 보는 것이 확실하니 보지 않고는 소문을 놓지 말라는 뜻이다. 학교 사회에서는 계속 듣기만 하지만 잠시 방학 중에 여행을 통하여 현실의 현장을 보고도 공부 하자는 현대적 방학의 개념이 옮겨가는 중이다. 지금 우리 모두에겐 휴식이 필요하다.
(20230515)
첫댓글 수고 하셨습니다.
카페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