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시05분 아디스 아바바 공항에서 출발해 다음날 01시05분에 카이로에 도착했다. 공항 에스컬레이트에는 mind your step계단조심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평탄한 길인데 뭐가 주의할 것이 있다고 생각하다가 새벽에 도착한 승객이 비몽사몽간에 헛디딜 것에 대비하여 안전조치를 미리 해 둔 것으로 이해했다. 공항종사자들은 흑인보다는 백인이 많고 아프리카보다는 유럽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하지만 이곳도 경유지 일 뿐이다. 비행기 환승을 위해 기다리는데 중국인들이 소란스럽다. 왜 저 나라 사람들은 시끄러울까? 그래서 뗏 놈이라고 하는 걸까? 아스완행 비행기는 07시50에 카이로를 출발하여 10시에 도착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호객행위 하는 택시기사가 인상이 좋다는 이유로 그냥 몇 군데 찍어서 구경하자고 했다.
먼저 공항에서 멀지 않은 아스완 댐으로 갔다. 댐은 high 댐과 low 댐으로 설치되어 있으며 댐 건설 목적은 나일강의 범람을 막고 관개 및 농경을 위한 전력발전이라고 한다. 댐은 폭이 3600m, 높이가 110m로 끝이 보이지 않는 호수 같기도 하고 바다 같기도 하다. 준공기념탑을 엄청 높게 설치하여 댐의 위용을 과시하려는 듯하다.
아스완대학을 지나 필레의 신전으로 이동했다. 입구에서 표를 구입했는데 뱃사공은 자기 배를 타라고 흥정한다.입장료외 뱃삯을 별도로 지불했다. 필레신전은 high dam 건설로 수몰위기에 처하자 유네스코의 지원으로 10년의 공사 끝에 이곳 아길키아 섬으로 옮겨왔다. 신전을 이전할 때 건축물 전체를 해체해서 돌조각 하나하나에 번호를 붙여 가며 마치 퍼즐을 맞추듯 복원했다고 한다.
이곳은 고대 이집트 최고의 신인 오시리스(Osiris)의 아내 이시스(Isis)신화가 조각 되어 있어 이시스 신전이라고도 한다. 이시스는 대지의 신 게브(Geb)와 천공天空의 여신 누트(Nut)의 딸이다.그녀의 형제는 오시리스(Osiris),세트( Seth) ,네프티스(nephthys)가 있다.이시스는 오시리스를, 네프티스는 세트를 남편으로 하여 결혼했다. 오시리스가 파라오가 되어 이집트를 건설해 나갈 때 제수인 네프티스를 이시스로 착각하고 잠을 자 네프티스는 아누비스를 낳았다. 이사실을 알게된 세트는 형 오시리스를 죽이고 시체를 14토막 내 흩어버린 후 왕이 되었다. 이시스는 동생 세트(Seth)의 손에 죽은 오시리스의 시체를 모아 부활시키고 아들 호루스 (Horus) 를 낳았다. 이시스는 태양신 라(Ra)의 도움으로 세트를 죽이고 아들 호루스를 파라오자리에 앉혔다.
프톨레마이오스 2세가 세웠다는 제1탑문과 신전으로 향하는 참배의 길 양쪽으로 돌기둥이 길게 늘어서 있다. 이집트 신왕국시대 신전은 탑문이 먼저 나오고 안으로 들어가면 돌기둥이 나오는데 이곳은 기둥이 먼저 나오고 탑문이 나온다. 이것은 프톨레마이오스때 지어진 신전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프톨레마이오스 왕조는 기원전 305년부터 기원전 30년까지 이집트를 다스리던 그리스 출신의 왕가王家다. 기원전 323년 알렉산드로스가 죽으면서 부하 장군 프톨레마이오스를 이집트의 총독으로 임명했다. 기원전 305년에 이르러 스스로 ‘프톨레마이오스 1세 소테르(Ptolemaeos I Soter)’로 칭하고 이집트의 왕이 되었다. 이집트인들도 그를 독립 이집트왕국의 파라오로 인정했고 기원전 30년 로마 공화정에 의해 멸망할 때까지 300년 가까이 이집트의 통치자로 군림했다. 이 당시 남자 통치자들은 모두 ‘프톨레마이오스’로 여자 통치자들은 ‘클레오파트라’로 불렸다. 세기의 미녀로 알려진 클레오파트라 7세도 프톨레마이오스 가문의 왕이다.
돌기둥을 지나 신전의 벽면을 꽉 메우고 있는 상형문자들은 후세사람들에게 무슨 말을 전하고 있는 것일까?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길, 배에서 바라본 섬은 거대한 바위조각들이다. 바위조각은 각각의 모양으로 제자리를 지키며 만고의 풍상을 넘어서 삶도 죽음도 아닌 그대로를 묵묵히 받아들이고 있다..
옛날의 진인은 삶을 기뻐할 줄 모르고 죽음을 미워할 줄도 몰랐다. 태어남을 기뻐하지 않고 죽음을 거부하지 않아서, 홀가분하게 저기로 가고(죽고) 홀가분하게 여기로 올(태어날) 뿐이다. 자신이 시작된 곳(때)을 잊지 않고, 자신이 끝나는 곳(때)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 생명을 받으면 그대로 기뻐하고, 잃으면 자연으로 돌아간다. 마음(욕망)으로 도를 손상시키지 않고 인위적인 것으로 자연적인 것을 조장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런 사람을 진인이라고 한다.
古之眞人 不知說生 不知惡死 其出不訢 其入不距 翛然而往 翛然而來而已矣
不忘其所始 不求其所終 受而喜之 忘而復之 是之謂不以心捐道 不以人助天 是之謂眞人
고지진인 부지열생 부지오사 기출불흔 기입불거 소연이왕 소연이래이이의
불망기소시 불구기소종 수이희지 망이복지 시지위불이심연도 불이인조천 시지위진인
<대종사>
문명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많이 지쳤다.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치유에는 여행도 한 방법일 수 있고 산골로 숨어들어 세상과 단절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환경의 변화보다 마음의 정화가 더 필요할 것이다. 컴퓨터로 치면 reset, 초기화의 과정. 마음은 담박하게, 기는 고요한 상태로 자연을 따라가며, 앉아서 세상을 잊는 좌망의 경지 같은 것이 필요하다.
냉정한 사람을 넘어서 실재하는 사람은 세상일을 이렇게 담담하게 바라볼 수 없다. 가까이 있는 사람이 아파도 심히 슬퍼하는데 죽음을 차가운 바위덩어리처럼 인간으로서는 바라볼 수 없는 일이다. 태어남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나 자연으로 돌아가면 삶, 생명체 보다는 죽음, 사물체가 훨씬 많다. 냉정하게 앉아서 주위를 돌아보면 온갖 것이 생명체가 아닌 죽음이다. 그런 측면으로 바라보면 죽음이 슬퍼할 일은 아니다.
바위는 일견 돌부처가 될 수 있다. 부처는 세상을 초월한 깨우친 자다. 진인眞人 또한 생사를 초월한 좌망坐忘의 상태에 들어선 것이다. 욕망의 끈을 붙잡지 않고 인위의 작용을 내려놓은 바위덩어리처럼 모질게 세상의 고통 묵묵히 맞이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