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산집 제1권 / 시(詩) / 노강의 배 안에서 사육신의 묘를 바라보다 세 수〔鷺江舟中望六臣墓 三首〕
쓸쓸하게 낙엽지고 한강물 일렁이는데 / 蕭蕭葉下漢江波
차가운 연기 감도는 고목에 갈까마귀 울고 있네 / 古木寒煙啼暮鴉
서글피 나룻가에서 머리 돌려 바라보니 / 怊悵渡頭回首望
사육신 묘 위로 저녁 구름 가득히 모여드네 / 六臣墓上夕雲多
군왕의 장지(葬地) 영월(寧越)의 산중에 있으니 / 君王葬在越中山
해마다 두견새 울어 피로 얼룩지네 / 杜宇年年啼血斑
도도히 흐르는 금수 한강과 통하니 / 滔滔錦水通江漢
바람을 말로 삼고 구름을 깃발로 삼아 언제나 돌아오실까 / 風馬雲旗幾日還
금수는 영월에 있다.
조정에 가득한 칼과 톱 서릿발처럼 무서운데 / 盈庭刀鉅凜如霜
방철의 시신 누가 거두어 묻었는가 / 方鐵殘骸孰掩藏
대명의 천지는 저와 같이 넓은데 / 大明天地寬如許
한 사람의 김열경이 없구나 / 欠箇一人金悅卿
세상에서 전하기를, “김동봉(金東峯)이 사육신의 시신을 거두어 노량강(鷺梁江) 가에 묻었다.”라고 한다.
[주-D001] 노강(鷺江)의 …… 묘 : 노강은 지금의 노량진 앞을 흐르는 한강을 이르며, 사육신(死六臣)의 묘는 지금의 동작구 노량진동에 있다.[주-D002] 군왕의 …… 얼룩지네 : 군왕은 단종(端宗)으로, 재위 3년 만에 수양대군(首陽大君)에게 선위하고 상왕(上王)으로 물러나 있었는데, 사육신이 그의 복위를 꾀하다가 주륙되자, 노산군(魯山君)으로 강등되어 영월로 유배되었다. 원문의 ‘두우(杜宇)’는 촉나라의 망제(望帝)로 두견새를 가리키는데, 두견새는 불여귀(不如歸)ㆍ귀촉도(歸蜀道)ㆍ망제혼(望帝魂)으로도 불린다. 전설에 촉나라의 망제(望帝) 두우(杜宇)가 재상 별령(鱉令)에게 왕위를 빼앗기고는 원통함과 한을 품고 죽었는데, 그 후 자규 한 마리가 날아와 궁궐 앞에서 슬피 울자, 촉나라 사람들이 이 새를 망제의 혼으로 여겨 망제혼이라 하였고, 그 울음소리가 네 박자로 ‘불여귀거(不如歸去)’라고 하는 것 같다고 하여 불여귀라고 불렀다. 《太平御覽 卷166》[주-D003] 방철(方鐵)의 …… 없구나 : 방철은 명나라의 건문제(建文帝)의 충신들로, 반정에 성공한 성조(成祖) 영락제(永樂帝)에게 대항하며 충절을 지키다 처참하게 희생된 방효유(方孝孺, 1357~1402)와 철현(鐵鉉, 1366~1402)의 병칭이다. 방효유는 자가 희직(希直)으로 시강학사(侍講學士)로서 당대 제일의 학자라는 중망을 받던 인물로 영락제가 황위(皇位)를 찬탈한 뒤 등극 조서를 작성할 것을 명하자, ‘연적찬위(燕賊簒位)’라고 쓰고 충절을 지키다가 집안 전체가 죽음을 당하였다. 철현은 자가 정석(鼎石)으로 병부 상서로 있었는데 영락제를 황제로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욕을 하다가 죽음을 당하고 시체가 기름 솥에 튀겨졌다. 대명(大明)은 명나라를 높여 칭한 것이며, 김열경(金悅卿)은 김시습(金時習, 1435~1493)으로, 자는 열경, 호는 동봉(東峯)이다. 사육신이 처형되던 날 밤, 한 승려가 거열형(車裂刑)에 처해진 사육신의 머리를 바랑에 담아다가 노량진 가에 임시 매장하였는데 그가 바로 김시습이었다고 전하므로 넓고 넓은 중국에 방효유와 철현의 시신을 거둔 지사(志士)가 없음을 서글퍼한 것이다.
ⓒ 성신여자대학교 고전연구소ㆍ해동경사연구소 | 성백효 (역) |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