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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시 분석)
생성이론을 통한 분석
경유지란 종착지가 아니고 목적지점도 아니다.경유지는 완성지점이 아니다. (인간에게 종착지는 죽음뿐이다.) 경유지에서는 완성이 없고 항상 가변적인 상태이다.
사람, 장소를 축으로 할 때 존재는 사람에 따라 변하고 장소에 따라 변한다. 이 시는 경유지이므로 장소에 따라 중국부채에 대한 관념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여준다.즉 중국부채를 동양에서 서양으로 옮겼을 때의 미적 인식이 어떻게 받아 들여지는지가 달라진다.그에 따라 경유지에서는 동양인인 나의 인식도 장소에 따라 변한다. 나와 중국부채가 장소가 달라졌을 때 어떻게 변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존재는 사람에 따라 시간에 따라 장소에 따라 시시각각 변한다.
경유지에서
채윤희
중국 부채를 유럽 박물관에서 본다
(장소가 동양에서 서양으로 달라졌다. 장소가 박물관이므로 유물 취급받는다 )
초록색을 좋아하는 나는
딱정벌레 날개 위에 누워 있다
(동양인인 나는 초록색을 좋아하는데 초록색인 딱정벌레 날개 위에 눕는다는 표현으로 변용하여 낯설게 표현)
한때 공작부인의 소유였다는 황금색 부채
(서양에서도 과거에는 귀하게 대접을 받았다)
예수는 얼핏 부처의 형상을 하고 있다
(예수가 동양에서는 부처의 형상을 하고 있다.공간이 형상을 변하게 한다)
약속의 땅은 그림 한 뼘
물가로 사람을 인도한다는 뿔 달린 짐승은 없다
(영원한 약속의 땅, 즉 영원한 것은 없다)
한 끝이 접혔다가 다시 펼쳐진다
떨어진 금박은 지난 세기 속에 고여 있고
사탕껍질이 바스락거린다
잇새로 빠져나와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받아 적을 수 없는 소리
(동양에서 한때 황금부채였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부채가 바스러진다. 시간적으로도 영원한 것은 없다)
파란색을 좋아하는 나는
물총새 깃털을 덮고 잠든다
멸종에 임박한 이유는 오직 아름답기 때문
핀셋이 나를 들어올리고
길이 든 가위가 살을 북, 찢으며 들어간다
(나의 인식도 이제 변한다. 핀셋이 나를 들어올리고로 낯설게 시적으로 변용)
기원에 대한 해설은 유추 가능한 외국어로 쓰여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원에 대한 해설이 낯설기는 하지만 유추가능하다)
따옴표 속 고어는 이해하지 못하지만
(과거의.미적 인식은 고어라 완벽하게 이해는 못하겠지만)
오랜 세월 파랑은 고결함이었고 다른 대륙에 이르러 불온함이 되었다
(동양에서 오랫동안 고결한 파랑색이 장소가 달라지고 시간이 변함에따라 불온함이 되었다)
존재하지 않던 한 끈 열릴 때
나, 아름다운 부채가 되기
열망은 그곳에서 끝난다
(나의 공간적 변화가 나의 존재를 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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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경유지에서
채윤희
중국 부채를 유럽 박물관에서 본다
초록색을 좋아하는 나는
딱정벌레 날개 위에 누워 있다
한때 공작부인의 소유였다는 황금색 부채
예수는 얼핏 부처의 형상을 하고 있다
약속의 땅은 그림 한 뼘
물가로 사람을 인도한다는 뿔 달린 짐승은 없다
한 끝이 접혔다가 다시 펼쳐진다
떨어진 금박은 지난 세기 속에 고여 있고
사탕껍질이 바스락거린다
잇새로 빠져나와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받아 적을 수 없는 소리
파란색을 좋아하는 나는
물총새 깃털을 덮고 잠든다
멸종에 임박한 이유는 오직 아름답기 때문
핀셋이 나를 들어올리고
길이 든 가위가 살을 북, 찢으며 들어간다
기원에 대한 해설은 유추 가능한 외국어로 쓰여 있다
따옴표 속 고어는 이해하지 못하지만
오랜 세월 파랑은 고결함이었고 다른 대륙에 이르러 불온함이 되었다
존재하지 않던 한 끈 열릴 때
나, 아름다운 부채가 되기
열망은 그곳에서 끝난다
● 심사평 시
시간-공간 넘나드는 활달한 상상력, 매력적으로 다가와
최종심에 올라온 작품들은 대체로 무난했다. 달리 말하면 위험도 모험도 드물었다는 말이다. 안정적 기량이 우선인 것은 틀림없지만 개성적인 목소리가 많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균일함은 우리가 보낸 한 해의 격동과도 거리가 있어 보였다. 시가 삶의 불안을 고스란히 드러낼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동시대의 삶의 환경과 동떨어진 기예를 겨루는 경연도 썩 유쾌한 것만은 아니다. 본심 심사위원들이 만나서 가장 먼저 나눈 얘기는 바로 이 의아함에 대한 것이었다.
오래 논의한 세 작품은 ‘남겨진 여름’, ‘씨앗의 감정’, ‘경유지에서’였다. ‘남겨진 여름’은 문장의 신선함이 눈에 띄었고 근경과 원경을 오가며 사유를 전개하는 리듬도 흥미로웠다. 다만 긴장을 끝까지 유지하지 못하고 시의 마지막 연에서 상투형으로 마무리되는 것이 아쉬웠다. 압축과 절제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씨앗의 감정’은 이질적인 이미지를 하나의 시상을 중심으로 그러모으는 솜씨를 보여줬다. 씨앗을 소재로 한 사유가 다양한 이미지를 통해 변주되는 양상은 신선했다. 그러나 시의 마지막 대목에서 대사를 그르쳤다. 모든 시가 기승전결과 대미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심사위원들은 긴 논의 끝에 ‘경유지에서’를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활달한 상상력이 매력적인 작품이다. 나아가 찰나적 순간을 자신의 삶에 대한 사유로 길어오는 기량도 믿음직스럽다. 함께 투고된 작품들이 고른 기량을 보인 것은 아니었지만 한 작품을 고르라면 이 작품일 수밖에 없다는 것에 대한 동의가 있었다. 기대와 더불어 축하의 마음을 전한다.
정호승 시인·조강석 문학평론가(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당선소감
당선연락을 받았다. 엄마!" 비명을 지르며 따뜻한 품을 끌어안았다. 엉엉 울기에 이상적인 순간이었고 거의 그럴 뻔했다. 그러나 끓는 물에 들어간 지 10분을 훌쩍 넘긴 파스타를 걱정하는 마음이 울컥 치미는 마음을 기어코 짓눌렀다. 퉁퉁 불어버린 파스타를 소스가 담긴 팬으로 옮겨 담았다. "어휴, 비명이 들리기에 사실 벌레가 나온 줄 알았다."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새우가 그릇마다 세 마리씩 배분되었는지 살폈다. 지금 새우가 문제인가. 그러나 새우가 문제이기는 했다. 내가 네 마리를 먹으면 누군가는 두 마리를 먹게 될 테니까. 회심의 파스타였는데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새우가 세 마리이기는 했다. 다행히도 당선작의 제목을 알려드렸다. “아, 너 비행기 놓친 곳!" 아니라고 답하면서도 그 편이 재미있었을 텐데 괜히 정정했나 싶었다. 괜히 그랬다 싶은 일들은 늘 일어났다. 괜히 글을 쓴다 그랬다. 괜히 다른 공부를 한다 그랬다. 괜히 혼자 여행한다 그랬다. 그렇게 괜히 그랬다 싶은 일들이 시가 되었다. 조촐한 당선소감을 읽고 있는 당신도 당신만의 괜한 순간을 긍정하게 된다면 좋겠다.
감사할 사람들이 많다. 우선 언제나 응원해준 엄마와 아빠, 할머니와 동생에게 사랑을 보낸다. 예술을 한답시고 빌빌거리는 친구 셋의 술값을 턱턱 내준 이 선생. 이제 갚을게. 나의 6기 응어리진 애정을 풀기엔 나의 언어가 모자라다. 마지막으로, 항상 무언가를 그르치고 있다는 감각으로 살아가면서도 스스로를 사랑하는 걸 멈추지 않은 나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열심히 쓰겠다.
채윤희
△ 1995년 부산 출생
△명지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https://naver.me/xVAknx5s
중국 부채를 유럽 박물관에서 본다
초록색을 좋아하는 나는
딱정벌레 날개 위에 누워 있다
아마도 시인은 유럽을 여행 중인가 봅니다. '중국 부채'를 '유럽 박물관'에서 보는군요. 저는 아직 유럽을 가 보지는 못했는데요. 대영박물관이나 루브르 박물관에는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쪽의 유물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중국 부채'를 가장 먼저 1연 1행에 끄집어 낸 것은 중국 부채 이야기를 하겠다는 것이겠지요. 부채에 아마도 딱정벌레 그림이 있나 봐요. 개인의 취향으로 초록색을 좋아하는 이야기, 딱정 벌레 이야기를 적어 놓았습니다. 별다른 뜻은 없고 그냥 부채에 있는 그림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요
한때 공작부인의 소유였다는 황금색 부채
예수는 얼핏 부처의 형상을 하고 있다
약속의 땅은 그림 한 뼘
물가로 사람을 인도하는 뿔 달린 짐승은 없다
중국에 있던 부채는 어떤 연유에서인지 유럽으로 왔고, 그 부채가 한때 공작부인의 소유였다는 사실을 진술합니다. 부채는 어떤 경유지를 통해 유럽으로 왔을까요? '예수','부처','약속의 땅','뿔 달린 짐승' 이런 단어들을 보면 중동을 거쳐 인도를 거쳐 다시 유럽으로 건너간게 아닐까요? 글쎄요, 이 단어들이 경유지를 뜻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우리 인간들은 모두 저세상을 두려워하니까 저세상에 가기전에 기독교나 불교나 힌두교 뭐, 이런 종교들을 거쳐 간다는 뜻일까요?
한 끝이 접혔다가 다시 펼쳐진다
떨어진 금박은 지난 세기 속에 고여 있고
사탕껍질이 바스락거린다
잇새로 빠져나와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받아 적을 수 없는 소리
부채의 가장 큰 매력은 접혔다가 다시 펴지는 겁니다. 수 많은 세월을 접히고 펴지며 '떨어진 금박'은 과거를 보여주네요. 우리는 바스락거리며 '차르르' 펴지는 부채의 근원의 소리를 다 받아 적을 수가 없지요. 과거의 소리가 우리에게 뭔가 전하지만 우린 알길이 없으니, 참 안타깝기도 합니다.
파란색을 좋아하는 나는
물총새 깃털을 덮고 잠든다
멸종에 임박한 이유는 오직 아름답기 때문
핀셋이 나를 들어올리고
길이 든 가위가 살을 북, 찢으며 들어간다
초록색을 좋아하던 나는 이제 파란색을 좋아하는 군요. 부채가 물총새 깃털을 닮았을까요?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은 그냥 두고보지 않죠. 그러니 사라지고요. 다시 현실의 부채로 돌아옵니다. 부채의 구성이란 먼저 뼈대가 있어야겠지요. 부챗살을 황금부채의 천에 혹은 물총새의 깃털에 배치하기위해서는 그 천을 북, 찢으며 들어갔겠죠. 이건 저의 감상일 뿐입니다. 다른 의미가 있을 수도 있겠죠. 시는 시인을 떠나면 독자의 몫이니까요.
파란색을 좋아하는 나는
물총새 깃털을 덮고 잠든다
멸종에 임박한 이유는 오직 아름답기 때문
핀셋이 나를 들어올리고
길이 든 가위가 살을 북, 찢으며 들어간다
초록색을 좋아하던 나는 이제 파란색을 좋아하는 군요. 부채가 물총새 깃털을 닮았을까요?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은 그냥 두고보지 않죠. 그러니 사라지고요. 다시 현실의 부채로 돌아옵니다. 부채의 구성이란 먼저 뼈대가 있어야겠지요. 부챗살을 황금부채의 천에 혹은 물총새의 깃털에 배치하기위해서는 그 천을 북, 찢으며 들어갔겠죠. 이건 저의 감상일 뿐입니다. 다른 의미가 있을 수도 있겠죠. 시는 시인을 떠나면 독자의 몫이니까요.
기원에 대한 해설은 유추 가능한 외국어로 쓰여 있다
따옴표 속 고어는 이해하지 못하지만
오랜 세월 파랑은 고결함이었고 다른 대륙에 이르러 불온함이 되었다
부채의 기원은 중국인데 유추 가능한 외국어(영어, 불어)로 쓰여 있다는 뜻일까요? 먼 나라 중국에서 만들어진 부채가 유럽으로 와서는 불온함이 되었다고 합니다. 부채의 용도를 이야기하는 것일까요? 중국 귀족들의 눈가림이 되었던 부채를 가지고 온 어느 상인이 공작부인에게 마음을 품었을 까요?
존재하지 않던 한 끝 열릴 때
나, 아름다운 부채가 되기
열망은 그곳에서 끝난다
접힌 부채가 차르르 펴지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집니다. 부채의 완성은 다 펼쳐졌을 때 이루어지는 것이지요. 부채의 소용은 '바람'에 있으니 '열망'(열렬한 바람)은 부채의 끝에서 끝이 납니다.
유럽을 경유하여 시인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아마 새로운 여행지이거나 집이거나 둘 중 하나일 것 같습니다. 부채는 지금도 중국을 떠나 유럽을 경유하는 중입니다. 종착지는 어디일까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경유지일까요?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요? 의문이 드는 오후입니다. 며칠간 하염없이 내리던 폭우도 어딘가로 떠났습니다. 지금은 폭염이 우리 곁을 경유하고 있네요. 모쪼록 편안한 저녁되시길 바랍니다.
첫댓글 https://youtu.be/CH7f4GNi2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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