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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소目 (海牛目) Sirenia
바다소류는 수중에서 평생을 보내며 다른 해산 포유류와 마찬가지로 몸은 유선형이지만 식물을 주로 먹는 유일한 존재이다. 현재의 정설에 따르면 비교적 온난했던 시신세(3,800~5,400만년 전)에 바다소류의 일종인 프로토시렌(Protosiren)이 서대서양과 카리브해 열대의 얕은 바다에 무성한 거머리말류의 숲에서 풀을 먹고 있었다. 이 동물은 코끼리와 공통된 선조로부터 파생한 기제류(奇蹄類)에 가까운 종류이며, 오늘날의 듀공과 매너티류의 공통된 선조이다.
듀공科 Dugongidae
◇ 듀공 : Dugong dugon Müller
► 외국명 : (영) Dugong, Sea cow, Sea pig, (일) Jyugon (ジュゴン)
► 형 태 : 크기는 몸길이 2~3m에 달하지만 3m까지 자라는 경우는 드물다. 몸집이 큰 개체의 경우 몸무게는 420~900kg까지 달하지만 보통은 250kg 정도에서 그친다. 최대 기록은 몸길이 4.06m, 몸무게 1,016kg이었으며, 해당 개체는 인도 서쪽 사우라슈트라 지역 해안에서 발견됐다. 보통은 암컷이 수컷보다 몸집이 더 크다. 몸은 유선 및 방추형으로 피부는 두께가 상당히 두껍고 주름진 편이지만 동시에 부드럽다. 막 태어났을 적 빛깔은 거의 흰색에 가까울 정도로 엷지만 점차 성장하면서 살짝 옅은 갈색 내지는 회색으로 바뀌게 된다. 거죽 색깔은 때에 따라 규조류가 부착되어 옅은 갈색이나 청색으로 보일 때도 있다. 털은 3~5㎝ 길이로 몹시 짧은 편이며, 몸 이곳 저곳에 드문드문 나 있는데 양은 적으나 촉각에 해당하는 감각을 담당하는 주요 부위이다 . 이는 듀공뿐 아니라 모든 바다소목 동물에서 발견되는 특징이다. 털이 가장 발달한 곳은 입 주위로, 특히 편자 모습을 하고 있는 윗입술과 주둥이에 집중적으로 밀집해 있다. 윗입술 근육이 발달해 있어서 입술이 움직이는 것과 동시에 해초를 잡아뜯어 구강으로 운반하는 데 알맞게 되어 있다. 꼬리와 앞지느러미는 물속에서 움직이는 데 적합하도록 되어 있으며 마치 돌고래를 닮았다. 가운데가 쐐기 모양으로 패여 있는 꼬리는 수평으로 납작해서 위아래로 움직여 물 속을 헤쳐 나아갈 수 있으며, 좌우로 비틀어 방향 전환도 할 수 있다. 몸길이의 15% 정도 길이로 나 있는 앞지느러미는 발톱이 퇴화해 없는 대신 자맥질하기 좋도록 평평하게 되어 있어 수중에서 방향을 틀거나 멈추기에 좋도록 돼 있다.
듀공의 뇌 무게는 몸무게의 1/1000 가량인 300g 정도이다. 눈은 몸의 크기에 비해 매우 작은 편으로 시력이 좋지 못한 대신 청력은 아주 날카롭고 가청범위가 넓다. 귀에는 귓바퀴가 없고 머리 측면에 붙어 있으며, 코 역시 머리 맨 앞쪽에 구멍만 두 개 뚫려 있다. 이 콧구멍은 호흡기에 물이 들어차지 않도록 밸브처럼 자유롭게 여닫을 수 있다. 유선과 유두는 겨드랑이에 양쪽 겨드랑이에 숨겨져 있다. 암수간 형태적 차이는 거의 없고, 생식기 형태만이 다르다. 수컷의 고환은 외부에 노출되어 있지 않다. 암수 모두 항문과 배꼽 사이에 균열이 가 있는데 이 위치가 성별마다 조금씩 차이가 난다. 내부 장기 중에서도 특히 폐가 무척 발달해 있으며, 그 길이가 신장 근처까지 이어질 정도로 길게 뻗어 있다. 폐가 이토록 발달해 있는 것은 바닷물 속 환경에 대처하기 위한 적응의 일환으로 여겨진다. 주둥이와 입은 해초를 뜯어먹기 편리하도록 아래로 축 늘어져 있는 모습이다. 아래로 향한 주둥이로 모래나 토사가 쌓인 연안 밑바닥을 훑어서 입술에 잡히는 해초를 마치 빨아들이듯이 뜯어먹는다. 피부에 상처가 생길 경우 상흔이 무척 빠르게 아문다.
듀공은 두개골이 아주 독특하게 생긴 동물이다. 두개골에서 위턱뼈에 해당하는 부분이 아래를 향해 구부러져 있으며, 특히 수컷에서 이와 같은 특징이 도드라진다. 매너티가 평생 동안 주기적으로 헌 치아가 빠지고 새로 돋아나는 데 반해 듀공은 치아갈이를 하지 않는다. 듀공은 엄니가 존재하는데 수컷은 아성체가 되어갈 즈음 엄니가 크게 발달하며, 암컷은 그보다는 덜 발달하기는 해도 다른 치아에 비해서는 확연히 크게 자란다. 가끔씩은 엄니가 평생 동안 쑥쑥 자라서 위턱뼈 끝까지 닿게 될 때도 있다. 이 엄니를 척도로 해서 듀공의 나이를 추정할 수 있으며, 어금니는 자라면서 점점 앞으로 나온다. 다른 바다소목 동물들처럼 종종 갈비뼈나 다른 주요 장골들이 골수가 비거나 하는 연유로 몹시 딱딱해지는 뼈비대증(Pachyostosis)을 앓는다. 이렇게 거추장스러울 정도로 무거워진 듀공의 뼈는 모든 동물 가운데 가장 빽빽한 밀도를 지니며, 듀공이 해수면에 살짝 걸쳐서 유영할 수 있도록 비중을 잡아 주는 밸러스트와 같은 역할을 해 주기도 한다.
► 설 명 : 서태평양과 아프리카 해안까지 해안선이 140,000km에 이르는 비교적 온난한 적도 부근 바다에 서식하며, 그 위도 범위는 북·남위로 26~27°까지 달한다. 보금자리로 깊은 바다보다 얕은 해안가를 보다 선호하며, 주로 만이 형성된 지역으로 몰려든다. 기록을 보면 한때 가래科 및 자라풀科에 속하는 수생식물이나 바닷말이 대거 번성하는 지역에서 널리 분포했던 것으로 보인다. 전적으로 해초만을 고집하여 섭취하기 때문에 바닥에 대규모 해초 군락이 펼쳐져 있는 해안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으며, 이와 같은 조건을 충족하는 인도양과 태평양 사이의 여러 만, 해안 맹그로브림, 산호섬, 암초와 같은 환경이 조성된 곳에 주로 밀집해 서식한다. 특히 오스트레일리아 연안에 위치한 샤크만과 모레턴만 사이에는 핵심 듀공 서식지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매너티와 생김새나 생활 양식이 비슷하다. 듀공은 유일하게 참다운 해산 초식포유류이며, 동물학적으로 매우 흥미 있은 생물이다. 이에 비해 매너티류는 겨우 바다로 나가본 것에 불과하다. 거머리말류는 연안의 얕은 바다 밑에서 자라는데 듀공은 대개 수심 1~5m인 곳에서 그것을 채식한다. 시력이 낮기 때문에 먹이를 분별하는 데 후각을 사용한다. 입술 수염을 통해 느끼는 촉각도 민감하여 주위 환경을 판단한다. 주 먹이가 되는 해초를 씹어먹을 때는 뿌리째 들어올린 뒤 흔들어 모래를 털어내고 씹어먹으며, 너무 뿌리가 깊거나 단단히 박혀 째로 먹는 게 여의치 않을 때는 이파리만 끊어먹기도 한다. 평상시에는 초식만을 고집하지만 가끔씩 해파리, 해초강, 조개 등 수생 무척추동물들을 먹기도 한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모레턴만에 서식하는 듀공들은 잡식 성향이 강해 먹을 해초가 다 떨어지면 갯지렁이(다모류)와 같은 무척추동물이나 조류를 섭취하는 것이 여러 번 확인되었으며, 그 밖에도 오스트레일리아 남쪽에 서식하는 듀공들 역시 이따금 잡식을 한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하지만 그 이외 열대 해역에서는 듀공들이 잡식을 했다는 마땅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고, 배설물 조사에서도 무척추동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듀공은 생후 8~18년이 되어야 성적으로 성숙한다. 암컷은 수컷이 성숙해졌다는 것을 엄니가 길어진 것으로 알아차린다. 언제 암컷이 첫 출산을 하는가에 대해선 저마다 의견이 엇갈리지만 대부분의 연구에서는 10~17세 정도 범위 안에 이루어질 것이라고 추측한다. 어떤 연구에서는 약 6세에 첫 출산을 가진다고도 한다. 수컷은 너무 늙으면 생식 기능을 잃게 된다. 듀공은 50년을 넘게 장수하는 동물이지만 일생 동안 암컷이 낳는 새끼의 수는 적은 편이다. 암컷들은 자신이 낳은 새끼들을 극진히 보살핀다. 새끼를 몇 년 주기로 가지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약 2.4년에서 7년 사이로 보고 있다. 짝짓기 행동은 대부분 지역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어떤 지역에서는 수컷이 발정기의 암컷이 찾아가는 장소에 미리 영역을 차지하여, 동일 장소에서 경쟁 중인 수컷보다 잘 띄기 위해 집단 구애 행동에 뛰어든다. 또 어떤 지역에서는 수컷 여러 마리가 암컷 한 마리와 동시에 관계를 가지려고 하며, 이따금 같은 수컷이나 교미 대상인 암컷에게 부상을 입히기도 한다. 교미와 수정에 모두 성공한 암컷은 13~15개월간 임신 기간을 가지며, 별 일이 없을 시 한 배에 한 마리의 새끼만을 낳는다. 새끼는 보통 수심이 얕은 곳에서 낳지만 어떨 때는 해안가에 거의 인접한 곳에서 새끼를 낳기도 한다. 어미는 분만이 끝나면 즉각 수면가로 새끼를 밀어 올려 공기를 호흡하게 한다. 갓 태어난 새끼는 몸길이 1.2m, 체중 30kg 정도이다. 새끼는 태어나자마자 더 편히 유영하기 위해 어미 곁에 착 붙는다. 젖은 생후 14~18개월까지 먹이지만 태어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은 새끼도 해초를 뜯어먹을 수 있다. 수명은 55년 이상이며, 최대 기록은 73년이다.
무리 생활을 하는 사회적 동물이지만 다수의 듀공들을 모두 먹일 풍부한 해초층이 있는 연안가가 지구상에 많지 않은 까닭에 주로 1~4마리 안팎으로 행동한다. 100마리가 넘는 대규모 무리를 지은 듀공들이 간혹 발견되지만 그리 오래가지 않고 금방 와해된다. 수줍음이 많고 사람을 다소 꺼리는 탓에 듀공의 행동 방식에 관해서 알려진 것은 미미한 수준이다. 보통은 평균 2분 30초가량, 최대 6분 동안 숨을 참고 잠수할 수 있으며, 숨을 쉬러 수면 위로 올라올 때는 꼬리를 아래로 하고 머리를 물 밖으로 꺼낸다. 바다 밑바닥 39m까지 잠수할 수 있으나 보통은 수심 10m 안팎에서만 활동하고 그 깊이 이상으로 잠수하는 일은 거의 없다. 높이 지저귀는 듯한 울음소리와 휘파람, 짖는 듯한 소리 등 수중에서 전달할 수 있을 만한 여러 가지 소리를 통해 개체간 의사소통을 한다. 이 소리들은 진동수나 파장에 따라 전달하려는 뜻이 제각각 다를 것이라고 추측되고 있다. 시력이 별로 좋지 않아서 번식기에 벌어지는 구애 행동을 빼면 시각을 통한 의사소통은 잘 없다. 어미와 새끼는 성장하는 내내 붙어 있으며, 붙어 있는 새끼는 자기가 어미에게 제대로 붙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앞지느러미로 어미를 건드리는 행동을 수 차례 반복한다.
매너티가 생명 활동에 일정량의 담수가 필요한 데 반해 듀공은 철저히 염수 환경에만 적응해 있다. 그러나 담수 속에서 살 수 없는 것은 아니어서 해안 습지대 근변의 기수 지역에서 종종 발견되기도 한다. 또한 맹그로브가 무성한 해안가나 해초가 풍부한 섬에 서식하기도 한다. 이들은 주로 깊이 10m 안팎의 얕은 바다에서 관찰되며, 연안 지역을 크게 벗어나진 않지만 약 37m 정도로 대륙붕이 얕게 펼쳐진 곳에서는 육상으로부터 10km 떨어진 곳까지도 활동 반경을 넓힐 수 있다. 그런 지형에서는 듀공의 먹이가 되는 해호말 같은 바닷말을 쉽게 획득할 수 있다. 듀공은 각기 다른 목적으로 얕은 수역과 깊은 수역을 오가는 것 같은데 얕은 수역은 번식을 원활히 하고 천적을 피하기 위하여, 깊은 수역은 해변가 쪽 물이 겨울에 추워질 때 열 손실을 방지하기 위하여 이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듀공은 고기와 뼈와 가죽과 기름을 얻기 위하여 대대로 인류의 사냥감이 되었으며, 이 해상 사냥 전통은 인도양 및 태평양 도처에 잔존해 있으며 현대에서도 그 문화적 가치와 중요성이 높다고 평가된다. 특히 오스트레일리아 북부와 태평양 군도에서 이와 같은 전통들이 남아 있다. 현재 듀공은 서식지가 바다 곳곳마다 흩어져 있고, 그 개체 수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추산되어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이라 여겨진다. 듀공은 수명이 70년 정도로 긴 편이고 번식 속도가 너무나 느리기 때문에 개체 수가 늘어나기 힘들다. IUCN 목록에서는 듀공의 멸종위기 등급을 취약(VU) 등급으로 명시하고 있으며,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에 따라 듀공을 사용한 상품에 대한 거래가 국제적으로 제한되고 있다. 듀공이 분포하는 국가 대부분이 듀공을 법적으로 엄히 보호하고 있으나, 여전히 어업, 환경 오염, 밀렵 등 인간과의 지속적인 충돌로 말미암아 개체 수가 감소하는 중이다.
► 분 포 : 인도양, 홍해 및 남태평양에 분포한다. 듀공은 바다소 종류 가운데 서식 범위가 가장 넓어 인도~태평양 해역을 가로지르는 40여 개국 해안 및 영해에 서식한다. 뉴칼레도니아, 마이크로네시아 서부, 필리핀에서 대만, 베트남, 인도네시아, 뉴기니아 및 호주 북쪽 해안에 이르는 남서태평양과 호주, 인도네시아에서 스리랑카, 인도에 이르는 인도양, 그리고 홍해에서 모잠비크에 이르는 아프리카 연안의 얕은 해역에 서식한다. 서식지 가운데 홍콩, 모리셔스, 대만에서는 이미 자취를 감추었고, 캄보디아, 일본, 필리핀, 베트남에서도 과거에 견주어 개체 수와 서식지가 대폭 감소했다.
► 비 고 : 근연종인 스텔라바다소(Hydrodamalis gigas, 영명 Steller’s sea cow)는 바다소류중 최대 종으로 전장 8m, 체중 5,900kg 정도이며, 다시마 같은 해조류를 먹었다. 지나친 밀렵으로 인해 1768년 이래 확인된 예가 없어 멸종된 것이 거의 확실시 된다. 피부는 나무껍질처럼 딱딱했다.
듀공과 메너티를 구별하는 쉬운 방법은 꼬리의 모양을 보는 것이다. 듀공은 끝이 갈라진 삼각형의 큰 꼬리를 가졌고, 메너티는 둥그스럼한 꼬리를 가지고 있다.
► 참 고 : 듀공이라는 명칭은 필리핀 군도에서 널리 쓰이는 비사야어군 계열 언어에서 찾아볼 수 있는 낱말 두궁(dugung)이 유래이다. 이 이름은 프랑스의 자연학자 조르주루이 르클레르 드 뷔퐁 백작이 본인의 저서 자연사(1765년)에 처음 기재한 명칭이다. 기록을 볼 때, 백작은 필리핀의 레이테섬에서 듀공을 처음 관찰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듀공이 속해 있는 듀공과(Dugongidae)에는 듀공 외에 현존하는 종이 단 하나도 남아 있지 않으며, 또한 바다소목 전체로 보아도 현재 듀공을 비롯한 4종 이외의 생명체는 모두 멸종된 처지이다. 듀공이 처음으로 근현대적 분류 체계를 따라 분류된 것은 1776년의 일로, 독일의 학자 필리프 루트비히 슈타티우스 뮐러가 칼 폰 린네가 기재한 매너티속(Trichechus)에 편입시켜 트리케쿠스 두공(Trichechus dugon)이라는 학명을 붙여 기록했다. 훗날 베르나르제르멩 드 라세페드 백작은 다시 듀공을 듀공속으로 재분류하여 해당 속의 모식종으로 기재하였으며, 존 에드워드 그레이와 조지 게일로드 심슨은 다시 듀공에게 독립된 과와 아과를 부여했다. 따라서, 듀공은 현재 바다소목 듀공과 듀공아과 듀공속에 속한다. 듀공을 비롯한 바다소목 동물들은 고래나 바다사자와 같은 여타 해양 포유류들보다는 오히려 코끼리와 유전적으로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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