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화되는 그날,
김경훈
아직껏 결혼식 올리지 못한 서울식당 형님 내외분의 전통혼례를 성대히 열리라 강정 중덕 구럼비 바위 위에 초례청 마련하고 청사초롱 밝히리라 김경훈 시인은 평화 상징 노란 염색을 하고 사회를 보리라 문정현 신부가 흰 수염 위엄 있게 어흠어흠 주례를 서고 강동균 마을회장이 능청스럽게 축사를 하리라 서예를 하는 정순임은 고천문을 일필휘지 휘갈겨 쓰고 강정의 토종시인 고영진은 축시를 멋지게 낭송하리라 민성이와 태나는 예쁜 화동이 되고 김국남 해상팀장은 카약을 타고 축하 퍼레이드를 하리라 김영우 영삼 형제는 뱃전에서 뱃고동을 연신 울리고 김미량은 날렵한 몸으로 축하 다이빙을 하리라 삼거리식당 주방장 김종환은 하객들의 식사준비에 열을 올리고 중덕이는 뭔 일인고 이리저리 킁킁 살피리라 놀이패 한라산 딴따라들이 풍물을 울리면 신랑신부가 씩씩하게 입장하리라 우리의 신부는 수줍음 빛내며 기쁜 입을 다물지 못하리라 우리의 신랑 또한 예의 주접을 심히 떨리라
강정해군기지 백지화되는 그날, 평화의 바람이 구럼비를 감싸고 생명의 구름이 할망물에 비를 보태리라 일만 명 하객들에게 돼지고기 석 점 막걸리가 아낌없이 조달되리라 강정마을 지키세 마약댄스*가 거대한 군무로 이어지니 너 나 없이 얼싸 안아 축하의 노래 일렁이리라 범섬도 일어나 궁둥이 들썩이고 기쁨의 눈물로 하염없이 강정천은 흐르리라
그날은 이제 곧 오리라
* 마약 댄스 : '강정마을 지키세, 바위처럼, 빠라빠빠, 강정마을 좋아송' 등 강정마을 노래율동 마약댄스 4종 세트.
- 김경훈 강정시편 <강정은 4.3이다>에서
첫댓글 정말 그랬으면 좋겠어요. 나도 가서 신명나게 어울렸으면, 하다가 '강정예산'이 조건부로 통과되고 오늘도 공사가 강행되고 있다는 신문기사를 읽으면서, 울먹이게 됩니다. '강정은 4.3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