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포구나무 1층에서 읽어준 책 세 권입니다.
어린이집에 도착하니 아이들이 반갑게 맞아줍니다.
3살, 4살 여자애들 셋이서 쪼롬히 앉아 책읽어주기를 기다립니다.
그런데 오늘은 아이들이 많지 않네요.
민재도 아직 안 왔어요.
민재는 지난 번에 한 번 올린적 있는,
4살짜리 남자아이입니다.
3월에는 그렇게도 책 읽는 걸 방해하더니 어느 순간 젤루 잘 듣는 아이가 되어 저를 감동케 했지요.
잠시 민재를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커피 한 잔 마시고 있으려니 민재가 옵니다.
아직도 민재는 어린이집에 올 때마다 입구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걸 힘들어 한답니다.
엄마랑 떨어지기 싫은 거겠지요.
엄마가 가고 난 후에도 한참이나 현관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다가 한 발 한 발 안으로 들어온다는데,
제가 불렀습니다.
"민재야, 들어와. 책 읽어주께"
호호, 얼른 안으로 오네요.
자, 대여섯 명 아이들 앉혀놓고 먼저 <와, 개똥참외다>를 꺼내 들었습니다.
참외서리 해서 냠냠 맛있게 먹고 똥을 누었는데 그 자리에 개똥참외가 열립니다.
소도 똥싸고 아이도 똥싸고 개도 똥싸는 장면에서는 눈을 반짝이던 아이들이
개똥참외가 익기를 기다리는 장면에서는 주리를 트네요.
글이 많으니 좀 지겨운가 봅니다.
얼른 <꼬리야 꼬리야>를 읽어주었습니다.
도마뱀이 꼬리를 잃어버리고 찾아 나섭니다.
뱀 꼬리, 사자 꼬리, 얼룩말 꼬리가 차례로 등장하는데, 역시 아이들은 동물 책을 좋아합니다.
마지막으로 <도깨비 방망이>를 읽어주었습니다.
이 책은 아름다운 가게에서 주운 건데요,
한날 원서 입을 만한 바지 같은 거 없나 하고 구서동 아름다운 가게에 갔더랬지요.
근데, 보림에서 나온 까치호랑이 시리즈가 죽~ 있는 거에요.
얼른 챙겼지요.
한 권에 1500원.
책 한 권 값으로 8권을 샀습니다. ㅎㅎ
한 권씩 읽어주니 원서는 너무 재밌어하더군요.
특히 이 <도깨비 방망이>는 책이 앞뒤로 읽게 되어 있어 더 재밌나봅니다.
착한 주인공 이야기는 앞에서 시작하고, 심술쟁이 이야기는 뒤에서부터 시작해서 가운데서 만나는 구조입니다.
반쯤 읽다가 책을 뒤집어서 다시 읽어주니 너무 재밌어 하더군요.
역시 아이들은 사소한 일에 즐거워하네요.
3-4세 아이들도 재미있어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