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이어갑니다. 12번째 입니다.
비스무리하다와 비스름하다
“두 개의 대상이 크기나 모양, 상태, 성질 따위가 똑같지 않지만 전체적 또는 부분적으로 일치하는 점이 많을 때” 고유어로 ‘비슷하다’라고 하고, 한자어로 ‘유사하다’라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일부 지역에서는 ‘비스무리하다’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표준어는 ‘비스름하다’입니다. “거의 비슷한 듯하다”라는 의미로 ‘배스름하다’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허드랫일과 허드렛일
우리말에서는 “중요하지 않은 일”을 가리켜 ‘허드렛일’이라고 합니다. ‘허드레’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고 허름하여 함부로 쓸 수 있는 물건”을 뜻하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허드랫일’이라고 적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참고로 이와 비슷한 뜻으로 사용하는 말 중에 ‘막일’이니 ‘잡일’이니 ‘잔일’이니 하는 말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말들은 자칫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으므로 신중하게 사용해야 합니다. 실례로 서울시는 ‘잡상인’이라는 말을 ‘이동상인’이라는 말로 순화하여 사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널부러지다와 널브러지다
행사가 끝난 행사장이나 경기가 끝난 경기장에 쓰레기가 흩어져 있는 모습을 표현할 때 뭐라고 해야 할까요? 흔히 ‘널부러지다’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는 ‘널브러지다’를 사용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행사를 마친 진행요인이나 경기를 마친 운동선수들이 지쳐서 축 늘어져 있는 모습을 표현할 때는 뭐라고 해야 할까요? 그럴 때는 ‘널브러지다’와 ‘너부러지다’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요컨대 ‘널부러지다’와 ‘너브러지다’는 사전에 없는 말이므로 사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으시시하다와 으스스하다
우리가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말 가운데 올바르지 않은 말들이 적지 않습니다. ‘으시시하다’가 그 좋은 예입니다. 흔히 “차거나 싫은 것이 몸에 닿을 때 소름이 돋는 느낌”을 표현할 때 ‘으시시하다’라고 하는데 이는 잘못된 표현입니다. ‘으시시하다’는 ‘으스스하다’라고 해야 합니다. 이와 비슷한 예로 ‘으시대다’를 꼽을 수 있습니다. 흔히 “어울리지 아니하게 우쭐거리며 뽐내는 경우”를 가리킬 때 ‘으시대다’라고 하는데 이 또한 잘못된 표현입니다. ‘으시대다’는 ‘으스대다’라고 해야 합니다. 참고로 ‘으시시하다’는 ‘으스스하다’의 북한말입니다.
처부수다와 쳐부수다
우리말 접사 ‘처’는 ‘마구’ 또는 ‘많이’를 뜻합니다. 따라서 ‘마구 먹는’ 것을 가리켜 ‘처먹다’라고 하고, ‘마구 집어넣는’ 것을 가리켜 ‘처넣다’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와 비슷한 원리를 따르는 말처럼 보이는 ‘처부수다’는 올바른 표기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부수다’와 ‘들어오다’는 ‘처부수다’와 ‘처들어오다’와 같이 사용하면 안 됩니다. ‘쳐들어오다’나 ‘쳐부수다’와 같이 사용해야 합니다.
흐리멍텅하다와 흐리멍덩하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말 중에는 표준어가 아닌 말들이 간혹 않습니다. ‘흐리멍텅하다’도 그중 하나입니다. 흔히 일 처리가 흐릿하여 분명하지 않을 때 ‘흐리멍텅하다’라고 하는데 ‘흐리멍덩하다’라고 해야 합니다. 유사한 말로 ‘하리망당하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참고로 ‘흐리멍텅하다’는 북한 사투리입니다.
모자르다와 모자라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말 중에는 무엇이 올바르고 무엇이 올바르지 않은지 제대로 구별하지 못한 채 사용하는 말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모자르다’입니다. “기준이 되는 양이나 정도에 미치지 못할 때” 또는 “지능이 정상적인 사람에 미치지 못할 때” 우리는 ‘모자르다’라고 합니다. 그런데 ‘모자르다’는 잘못된 말입니다. ‘모자라다’라고 해야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모잘라’와 ‘모잘라서’도 잘못된 말입니다. 기본형이 ‘모자라다’이므로 ‘모자라’와 ‘모자라서’라고 해야 합니다.
헤롱헤롱과 해롱해롱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할 때 이를 가리켜 무엇이라고 해야 할까요? ‘헤롱헤롱하다’나 ‘해롱해롱되다’라는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는데, 이는 잘못된 표현입니다. ‘해롱해롱하다’나 ‘해롱해롱대다’라고 해야 합니다. ‘해롱해롱’은 “자꾸 버릇없이 경솔하게 까부는 모양”을 가리키는 부사입니다.
줄창과 줄곧
어느덧 무더운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려고 하고 있습니다. 너무 더워서 휴가 기간 내내 ‘줄창’ 집에만 있었던 분들도 이제는 밖으로 나와, 가는 여름을 즐겨야 할 때입니다. 그런데 이때 ‘줄창’이라는 말을 써도 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줄곧’이라고 해야 합니다. ‘줄창’은 사전에도 없는 비표준어이고, ‘줄곧’은 “끊임없이 잇따르다”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부사입니다. 참고로 ‘줄-’은 ‘계속 이어진다’라는 뜻을 더하는 접두사이고 ‘곧’은 앞말을 강조하는 보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