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보니 필자가 방문하는 수많은 인터넷 사이트, 그리고 가끔 지하철에서 시간보내기 위하여 읽는 스포츠 신문에 인기가수 유승준의 이야기로 도배가 되어있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이는 빠순이들의 일편단심성 글이나 콘서트 이야기가 아니라 유승준, 미국명 Steve Yoo가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청년남자에게는 피할 수 없는 의무인 병역을 거부하였다는 것이다.
솔직이 말하여 법적으로 말하자면 위법이 아니다. 이제 스티브 유는 미국 시민이 되었고 그는 대한민국의 군인으로서 복무를 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법적인 것이 아니라 스티브 유가 '나는 당당히 병역을 필하겠다'라는 말을 주워삼켰다는 것이다. 일거수 일투족이 공개되어있는 공인으로서 석연치 않은 행동이었다. 또한 그는 예전에 댄스가수에게는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는 디스크로 인하여 군복무나 훈련, 그리고 연예활동여부가 불분명하다고 하였다. 그러나 그는 언제 부상을 입었냐는듯 연예계로 돌아와 정력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스티브 유의 이러한 결정은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병역을 필하여야하는 대한민국 청년들로부터 격렬한 반응을 자아냈고 방송사들은 앞다투어 그의 출연을 금지하고 계약을 해지하였으며 여론이 급속도로 나빠지자 그를 홍보대사로 위촉하였던 모 정부기관도 그를 대사직에서 해임하였다. 이러한 대한민국 남성청년들의 분노는 도대체 어디에서 기원하는 것일까?
스티브 유(한국명 유승준)은 한마디로 일반인과 비교도 할 수 없는 부와 명예를 누리는 특권계층이다. 그리고 미국에서 자라 영어에 능통하고 지금도 상당수의 한국인들이 가지기를 원해마지않는 영주권을 보유하였다는 또 다른 특권을 누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이 특권을 이용하여 일반적인 대한민국의 남성이라면 피할 수 없는 운명인 병역을 비껴간 것이다. 오늘 모 중앙일간지 연예컬럼에서 밝혔듯이 그는 '수십억의 돈을 벌고 인기를 누리는 한국인으로는 살고 싶지만, 군대에 가야하는 보통 한국인은 No thanks라는 얘기다'. 결국 보통의, 일반적인 한국인 되기를 거부한 것이다. 일반적인 남성들사이에 군대경험이 한두번쯤 대화의 주제가 되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유난히 동류의식이 강하고 다소 폐쇄적일 수도 있는 한국사회에서, 평등의식이 강한 한국사회에서 이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물론 특권을 이용하여 병역을 피한 인간은 스티브 유뿐만이 아니다. 현 야당인 한나라당의 총재인 이회창의 두 아들도 아버지가 지닌 특권을 이용하여 병역을 면제받았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고급공무원, 재산이 많은 상류층, 연예인, 프로운동선수들 사이에서는 유난히 병역면제의 Percentage가 높다.
모두 법의 테두리안에서 면제받은 것인 만큼 불법은 아니나 분명히 법의 허점을 이용하는 편법의 범주에는 들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편법에는 그들이 가진 특권이 상당한 작용을 하였음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특권이 없어 '국가의 부름'을 거부할 수 없는 일반청년들로 부터 분노를 사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국가의 부름을 '거부'할 수 없었다는 것이 필자가 펼치고자 하는 논지의 핵심이다.
특권이 없어 의무를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결국은 특권이 있으면 자신도 안가겠다는 것이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어떤 수를 써서라도 자식을 보내지 않겠다는 것이다. 아주 안보내는 것이 안된다면 '편한'보직으로 빼주고 싶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인식은 군대는 '고생하는 곳', '편하지 않은 곳'이라는 생각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어차피 피할 수 없다면 '혼쾌히' 갔다오겠다는 청년들도 진정으로 '혼쾌한' 마음으로 가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막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하여야 하는 때에 사회로 부터 일정기간 격리를 당하고, 복무를 마친 뒤에 다시 일정기간을 사회에 재적응하는데 보내야 하는 것도 군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부추기는 것이다. 한마디로 보람도 없는 곳에 가서 제대로 된 보상도 없이 자신을 '희생'한다는 인식이 팽배한 것이다. 예전에 공무원 시험에서의 군복무 가산점에 관한 논란에는 이러한 인식이 원인이 되었다. 정부도 청년남성들의 그러한 불만을 모를리 없었고 이를 조금이라도 무마하자는 차원에서 가산점이라는 제도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는 사회이 또 다른 축을 구성하는 여성들로부터 불평등이라는 공격을 받았고 이가 폐지되자 남성들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남성들의 관점에서는 이는 불평등이 아니라 자신들이 군에 '끌려가'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별로 원하지도 않은 희생을 감당한 것에 대한 당연한 보상이고 이를 특권으로 생각해본 일도 없는데 이를 없이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결국 논란은 남성과 여성의 성대결 양상으로까지 번졌고 다시 한 번 군이라는 조직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하는 결과를 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