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외선> 복원, <일영역>/<장흥역>을 가다
1. 새롭게 떠날 수 있는 철길이 또 하나 복원되었다. 과거 1970-90년대 젊은이들의 낭만과 사랑이 넘쳐났던 추억의 교외선이다. 서울역과 신촌역에서 출발해 벽제, 일영, 장흥, 송추 등을 거치면서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교통문화가 차량 위주로 전환되고 수도권외곽고속도로 등이 만들어지면서 수요가 급감되었고 결국 2004년 철도는 멈추고 말았다. 2025년 1월 지역의 요구와 경기 북부 활성화라는 취지로 20년만에 다시 <교외선>이 다니게 된 것이다.
2. <교외선>은 고양 <대곡역>에서 <의정부역>까지 하루 편도 4회 운영으로 편성되었다. 배차가 아침 일찍 2번, 저녁 2번으로 낮에는 운영하지 않는다. 아직은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는 단계인 듯하다. 운영시간이 출퇴근 시간에만 배정되어 있다는 것은 관광 및 지역발전 활성화라는 취지와는 맞지 않는다. 관광을 위해서는 최소한 낮 시간에 2회 이상 증설하여 교외선 이용욕구를 증대시키고 수요를 끌어낼 필요가 있다.
3. 코레일의 고민도 분명 있다. 과거 교외선 역들이 가지고 있던 매력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특히 일영역 주변은 변변한 식당 조차 없다. 조금 이동하여 ‘일영유원지’로 갈 수 있지만 이 곳 또한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들어 썰렁한 상태인 것만은 분명하다. BTS 뮤직 비디오 촬영지로 레트로 감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역은 신축역사로 개조 중이다. 조금더 종합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 <장흥역>은 상대적으로 문화, 관광 장소가 많은 편이다. 다양한 미술관, 박물관이 자리잡고 있고 식당들도 많아서 하루 관광으로는 적절한 여건을 가지고 있다. 장흥 또한 과거의 화려한 관광지의 위상을 잃어버리고 쇠퇴 중이었다. 그럼에도 장흥은 문화시설의 효과적 운영이 추진된다면 나름 멋진 과거의 명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걷기에 좋은 숲길과 계곡 길들이 여기저기 연결되어 있다는 점도 충분히 매력적인 요소이다.
4. 개인적으로 많은 인연을 갖고 있는 장흥이지만 기차를 타고 온 것은 처음이다. 항상 차량을 이용해서 빠르게 이동한 관계로 익숙하지만 세세하게는 답사하지 않았다. 오늘은 새롭게 ‘자생수목원’ 방향 쪽으로 오르막 길을 따라 갔다. 그 끝에서 예상치 못한 장소를 발견했다. 엄청난 규모의 허경의의 <하늘궁> 시설이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대통령 선거 때마다 거금의 기탁금을 내고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내던 허경영의 본체가 나타난 것이다. 숙박시설, 요양원, 국제센터, 교육관 등 한 눈에 보아도 엄청난 자금을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는 거대한 조직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비워있는 공지에는 <하늘궁> 본관 신축공사가 한참 진행 중이었다.
5. 이러한 신흥교주적 인물이 득세할 수 있는 것은 혹세무민을 통해 사람들의 경제적 헌금 및 광신적 참여를 이끌어내었기 때문이다. 최근 대통령과 부인의 주술 및 역술 관련 보도는 우리 사회의 허황되고 유혹적인 종교적 사슬이 얼마만큼 침투해있는 가를 확인시켜 주었다. 사람들의 불안과 공포를 자극해 사적인 이익을 갈취하는 존재들, 허경영의 <하늘궁>이 특별하지 않는 것은 기존의 종교 지도자들 중에서도 위와같은 기만과 위협을 통해 사람들을 농락하는 인물이 너무도 많다는 점이다. 유튜버의 확산도 이러헌 흐름 속에서 덩달아 춤추고 있다. 결국 이러한 선동적 인물들이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에 대한 믿음을 잃고 외부에 의존하고 해답을 얻으려는 독립성의 부재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을지 모른다. 최소한의 상식에 기반해 세상을 바라보고 문제를 인지할 수 있는 평범한 판단력과 더나은 세상에 대한 보통사람들의 욕구와 일치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소박한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6. 교외선, <일영역>과 <장흥역> 방문은 기차만 이용한다면 불편한 점이 많다. 다행히 역 부근에서 고양시와 서울시 은평구로 이동하는 버스가 있어 답사 후 ‘360’번 버스를 타고 연시내역으로 올 수 있었다. 여기에서는 파주까지 GTX을 타고 곧바로 복귀할 수 있다. GTX 개통 이후 갑자기 은평구가 내 생활의 중심권이 되었다. 서울 중심지로 나갈 때에도 연시내역에서 3호선으로 환승하면 빠르게 광화문과 경복궁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과 환경의 변화가 삶의 움직임도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중이다.
첫댓글 - " 환경의 변화가 삶의 움직임도 변화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