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
파인 염동원
차에 쌩성스의 동물의 사육제중 13번곡인 백조를 틀고 홀로 법주사로 떠났다. 음악이 짧은듯하여 계속 리필로 듣고 있다. 첼로의 아름다운 선율은 그대로 하나의 그림으로 펼쳐 진다. 호수위에 백조가 유유히 떠가는 듯 음악에 흠씬 젖어본다. 오월의 프르름은 그리움을 부르고, 나의 젊은날의 회한은 싱그러운 산야에서 부끄러워진다.
나는 초등학교 6년간 학예회때 마다 무용에 뽑혔었다. 김수희선생님은 D시에서 꾀 유명한분 였다. 선생님의 안무와 내용이 독특해서 경연대회 때 마다 그의 작품은 입상했다. 나는 재주가 있었는지 선생님의 손꼽히는 제자였었다. 6학년되던 해 D시에서 무용경연 대회가 있었다. 이번엔 선생님의 야심작을 내실 모양였다. 나 혼자 출연하는 <백조>라는 제목으로 독무대를 구상하셨다. 박자와 동작을 익힌 다음 본격적으로 축음기에 바늘을 갈아 끼우면서, 음악과 무용의 조화를 예리하게 주시하면서 맹연습을 시켰다.
큰 무대에서 혼자 우아한 백조를 표현 하기위해 이끝에서 저끝까지 종횡무진 가볍게 날라야 했다. 마지막 휘날래에선 백조가 포수의 총에 쓰러지면서 조용히 죽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막이 내린다. 음악은 쌩성스의 백조였다. 나는 방과후 강당에서 매일 연습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대회가 얼마 안남았는데 어머니는 무용복을 마련하지 못하시겠단다. 내 무용복 때문에 오빠와 언니들 공부도 못 시키겠다며 야단이셨다. 한두번 들은 얘기가 아니라서 묵묵히 가슴만 태웠는데 이번엔 정말로 무용복을 못 해주시겠단다. 그 동안은 야단치시면서도 끝에가선 무용복 값을 주셨는데 마지막 작품인데, 집안 사정이 아주 어려우신 모양 였다. 난 포기하고 앞뜰에 오월의 하늘을 품고있는 미듬직한 플라타너스나무에 얼굴을 대고 눈물졌다. 선생님 너무 너무 미안해요...
어머니는 자녀가 많았고, 또한 친척 아이들 까지 거두시느라 중간에 있는 나에게 까지는 신경을 쓸 수가 없으셨다. 김수희 선생님은 나에게 많은 사랑과 보살핌을 주셨는데, 아마도 애정 결핍증이 보였는지 친동생처럼 세밀하게 살펴 주셨다. 가끔 일요일엔 선생님 친구집에 손잡고 놀러 간적도 있었다. 선생님의 관심으로 나는 자신감과 쾌활한 아이로 자랐고, 성인이 되어서도 사회에 잘 적응 하는 보통 사람으로의 길을 닦아주셨다. 고등학교를 서울로 온 뒤로 선생님이 그리워 방학때 D시에 있는 신혼집을 찾았을 때 나의 손을 꼭 잡고 반갑게 맞아 주신 고운 선생님은 영원한 나의 마돈나 였다.
세월이 흐르고 성장하면서 앞에 벌어지는 일상에만 매달려 초등학교 시절의 추억은 안개속으로 사라졌다. 내 아이들이 하나 둘 초등 학교 에 입학하고 담임선생님과 면담을 하면서 문득 문득 김수희 선생님 안부가 궁금했지만 적극적으로 수소문 하지못했다.
내 나이 중년이넘어 오십을 바라볼즈음 우연히 초등학교 친구를 만난 자리에서 선생님의 소식을 물어봤다. 친구가 들려준 얘기는 너무 놀라워서 그 자리에서 얼음처럼 굳어졌었다. 몇 년전 선생님은 유방암으로 돌아가셨다는게 아닌가, 나의 소홀함이 돌이킬 수 없는 회한을 안겨준 것이다. 사랑을 받기만 하고 보답을 못한 것을 후회 한들 무엇하겠나, 부모님과 같으신 분을 나는 방치한 것 이었다.
어린 시절 푸라타너스나무에 얼굴을 묻고 선생님께 미안해서 울었던 기억이 떠 올랐다. 지금은 기달려 주지않은 선생님이, 아니 기다렸는데 너무 무심한 제자를 그리워 하셨을 마음을 생각하니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부모님의 은혜, 스승의 은혜에 대한 이야기며 노래도 있지않은가, 지나가는 바람처럼 쉽게 잊는 은혜였단 말인가, 나의 잘못을 용서 하셔요...
이후 나는 스위스 여행중 아름다운 루체른이란 호수 도시에 들른적이 있었다. 넓은 호수를 배로 한바퀴 돌았다. 아름다운 별장들과 꿈만같은 풍광이 주변에 펼쳐 있고, 백조 몇 마리가 유유히 그림처럼 떠다녔다. 누군가의 냄새가 피어나고, 목이매고 눈이 흐려졌다. 아득한 기억 저편에 흰 백조가되어 선생님과 함께했던 추억이 호수위에 펼쳐졌다. "선생님 괜찮으시죠? 건강 하심니까?"
볼륨을 높여 음악을 듣는다 올 해에는 선생님 묘소를 찾아 흰백조를 접어 술잔과 함께 올리고 음악을 꼭 들려 드려야지.......
첫댓글 "사랑을 받기만 하고 보답을 못한 것을 후회 한들 무엇하겠나 부모님과 같으신 분을 나는 방치한 것 이었다. 어린 시절 푸라타너스나무에 얼굴을 묻고 선생님께 미안해서 울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지금은 기달려 주지않은 선생님이 아니 기다렸는데 너무 무심한 제자를 그리워 하셨을 마음을 생각하니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부모님의 은혜, 스승의 은혜에 대한 이야기며 노래도 있지않은가 지나가는 바람처럼 쉽게 잊는 은혜였단 말인가 나의 잘못을 용서 하셔요."
선생님은 재주도 많으셨네요..타고나신 춤사위가 있으신 모양입니다..선생님의 사랑을 잊지 못해 백방 찾았지만 이미 이세상 분이 아니셨군요. 스승님을 생각하시는 선생님의 모습이 좋아 보이십니다.
그런 선생님이 계셨다니 부럽습니다. 그런데 이젠 가시고 안계시다니 안타까울 뿐이고요
선생님의 어린 시절이 그려지네요. 제자의 아름다운 마음도 잘표현하셨군요. 좋은글에 감사합니다. 백조의 호수에 대한 남다른 사연 잘 보고 갑니다. 좋으날 되세요.
춤을 추시던 선생님 모습 상상해 봅니다...선생님...네 ...스승님을 그려보는 이계절에...저도 아련한추억속의 그리운 선생님들이 계십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감상 잘 했습니다...선생님..정말 부럽습니다..
그분은 백조와 함께 평온과 안식의 너울을 쓰고 마돈나의 자태로 그곳에 있었다. 추억은 그리움이 있기에 언제나 아름다운가 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늘 가슴에 계신 선생님이 계신데.. 저도 늦기전에 찾아뵈어야 될텐데.. 싶어집니다. 깨우침받고 머물다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