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오늘부터 유난히 추워진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밤 너와 함께 공항갈 준비를 하면서 기도하는데, 왠지 무언가 주고 싶은데 줄것이 없다는 생각에 가슴이 조여왔다. 그러고 보니 군대에 보내놓고 그렇게 친형처럼 기다렸고, 이제 다시 런던을 보내놓고 너를 기다릴 생각을 하니 가슴 한쪽에 또 그래야 하는구나 싶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그러고보니 너를 만난것이 언제였는지 희미하구나.
나는 그때 교회와 주님을 만나기 전이었다.
너는 초등학교 몇학년이었을까? 누나 성례의 성화에 못이겨 가끔씩 교회문을 들어갔지만 내 안에는 전혀 관심밖의 일이었다. 그러던중 수진동 성당골목에 살다가 어느날 다시 너를 만나게 되었지.. 추운 겨울 순대와 호빵을 사 가지고 너희 집에 가면 너는 어김없이 햇살처럼 웃고 있었다. 늘 어렸지만, 어머니의 기도 때문에 너는 너가 가야 할 분명한 길을 알고 있었다.
네가 고3이 되던해 나는 너의 선생님이 되었다.
처음으로 교통사고를 통해 주님을 영접하고 혼자 살아나면서 교회가 내 인생의 전부가 되었지. 소망교회 최연소 고3 선생님이 되자마자 너희 가정에 하나님은 엄청난 일들을 주셨다. 어머니가 소천하시고, 아버지가 같은해에 소천하셨다. 건강이 좋지 못해 병으로 사셨던 집사님이 늘 방 한구석에서 기도하셨지... 그분들 마져 떠나고 나는 더욱 네 형처럼 아버지처럼 같이 하고 싶었다.
처음 떠난 수련회 월현리.. 나의 고향에서 나는 그동안 나의 삶을 간증하게 되었고, 긴 밤을 우리는 예수 얘기를 꽃피었다.
내가 시간이 흘러 군대에 가고, 간간히 소식이 날라오고, 늘 형을 기다리고 있던 너에게 휴가 나오면 먼저 찾아가곤 했는데... 형이 전역하자 너가 눈물을 보이며 군에 갔고, 그 후에 우리는 또 헤어졌다. 다시 만나야 했다.
사랑하는 성기야
나는 어떻게든 네가 가는 길에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것은 나에게 하나님이 주신 특별한 은혜라고 할까. 앞으로도 물론 그러고 싶다.
물질이 아니라도 너가 고민하고 생각하는 모든 것을 들어주고 나눌수 있는 동역자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군에서 전역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너를 나는 함께 교회 섬기는 사역에 남아주길 기도했고 3년의 시간을 그렇게 서로 등 비비고, 무릎 긁어주며 지내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나의 영적 성장을 위해 먼저 떠나왔고, 너는 그곳에 남아 너의 사역들을 감당하였다. 하지만 늘 함께 했었고, 함께 힘이 되었다.
사랑하는 성기야
우리가 함께 했지만 그 가운데는 떨어져 있어야 하는 시간들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늘 함께 했다고 말한다. 그것은 떨어져 있지만 마음은 늘 함께 였기 때문이다.
너를 먼 타국 영국으로 보내며 또 그런 마음이 드는구나. 일년의 시간과 거리가 그리 길지도 멀지도 않다는 생각... 늘 함께 마음으로 기도하며, 서로를 축복해줄테니까. 아침이면 너를 위해서 기도했었고, 앞으로도 기도할꺼다.
오늘 공항에 도착하니까 너는 가방 깊숙이 무언가 꺼내 들었다. 책 한권이었는데 밤새 무언가 책장에 써 놓느냐 애썼는지 조금은 낡은 책같았다. 그러나 그 글귀안에 너의 마음을 읽으면서 돌아올때 나는 지나온 세월들일 한숨에 되새겨졌다.
매형이 한없이 눈물을 흘리는데, 나도 울고 싶더구나. 그러나 형은 너 앞에서 눈물을 보일수 없었다.
지금쯤 동경에서 런던행을 기다리며 잠시 잠을 청하고 있겠지..
모든 것이 낮설고 어설프다. 그러나 거기에 하나님의 계획이 있다.
하나님은 우리가 자라고 성장하며 변화되어 주님의 온전한 제자가 되는데 관심이 있다. 그래서 훈련의 과정을 허락하신다. 너에게 주님은 영국이라는 나라로 보내시며 요셉이 경험했던 것처럼, 욥이 경험했던 것처럼 섬김과 순종과 인도의 연단을 주실 것이다. 아무튼 감사하며 주님의 도우심의 손길을 보고, 만지고 느끼길 기도한다. 네가 다시 돌아올 내년 1월에는 풍성한 간증으로 넘쳐나길 기도하며, 멀리 있지만 가까이에 계시는 예수님처럼, 나도 네 곁에서 기도하고 있을께...
주 안에서 사랑하고 주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사역자로 세워져서 더욱 하나님을 기쁘게 하는 성기가 되거라. 종종 소식 기다릴께... 날마다 새벽을 깨우고, 무딘 영성에 칼을 갈아 넘어지지 않도록 하거라... 이제부터 너는 하나님 한분 밖에 안 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