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 / 김정숙]
내키지 않았던 외출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네비게이션까지 길 찾기를 거부하여
그만 집으로 돌아와 버린 후
문 닫고 입 닫아 버렸다
백기 들고 복종했더라면
차창을 스치던 가을과 만났으리
아쉬움에 마음은 벌써 문을 박차고 나서지만
마지막 남은 자존심
밀당을 하다 지쳐버리고
얄궂게도 전쟁 중 민생고 해결은
적군이니 아군이니 구별이 없어
아무일 없듯이 마주한 밥상
변명 아닌 변명 몇 마디 나눈 후 휴전이다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숙성된 세월 탓일까
싸울 기력조차 없는 것일까
터득해 온 전술의 효과일까
차라리 예리한 칼로 헛손질하더라도
격렬하게 돌진하며 기세를 부렸던
칼로 물 베기 시절이 그립다
l해설l
중국 문화에 등장하는 조류 중에 비익조比翼鳥라는 새는 암수 각각 눈 하나, 날개 하나만 갖고 있어 한 쌍이 되어야 서로 의지하여 날 수 있는 상상의 새입니다. 부부의 사이가 운명처럼 떼어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좋은 경우를 뜻합니다.
비익조는 상상의 새이지만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연리지連理枝라는 나무는 뿌리가 다른 나뭇가지들이 서로 엉켜 마치 한 나무처럼 자라는 것으로, 원래는 효성이 지극함을 나타냈으나 현재는 남녀 간의 사랑 혹은 짙은 부부애를 비유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이 비익조와 연리지를 하나로 묶은 사자성어가 있는데, 부부의 사이가 매우 좋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인 비익연리比翼連理입니다. 하늘과 땅 보다 먼 인연으로 만나고, 性도 다르고, 자라온 환경과 문화도 다른 남녀가 같은 집에서 한솥밥 먹고 한 이불을 덮고 잠을 잡니다. 티격태격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입니다. 김정숙 선생님께 팁 하나 드립니다. 음~ 남자는 매우 즉흥적이고 순간적입니다. 두 분 건강히 백년해로하십시오.
- 맹태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