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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학의 공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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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숙희 |
| 도시는 19세기 중반 사진술 발명이후 늘 사진가들이 관심을 가져 온 표현대상 이었다. 20세기 초반의 기록사진가 으젠느 앗제는 근대화 과정 속에서 있는 프랑스 파리의 여러 모습들을 찍었다.
그리고 또 다른 20세기 초반의 사진가 브라사이는 파리의 일상적인 밤 풍경을 낭만적으로 찍었다. 그 이후로도 수많은 20세기 사진가들이 도시풍경을 찍었는데 그것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삶의 중심이 도시가 되었고 문화의 생산지이자 소비지가 도시 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 7일부터 관훈동에 있는 토포하우스에서 '미학의 공간'이라는 주제로 사진전을 개최 하고 있는 황숙희 작가는 거리의 벽화를 찍어서 전시 하고 있다. 언제부터 도시의 벽 여기저기에 도시환경미화 차원에서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 했다.그리고 최근에는 공사장 안전을 위해서 세워진 벽에도 아름다운 벽화가 그려지고 있다.
황숙희 작가도 도시 중심부와 외곽에서 벽화를 찾아서 찍었는데 유치한 그림도 있지만 초현실주의 화가가 그린 듯한 예술적 완성도가 높은 벽화도 있다. 이번에 전시 하는 작품에 담겨 있는 거리의 벽화들은 주변 환경과 어우러져서 현대미술 작품의 일부 같이 보이기도 한다.
거리의 벽화가 도시공간에서 어떠한 의미로 작용 하고 있는지 보여주기 위해서 특별한 촬영 기법을 사용 하지 않고 최대한 사실적이고 객관적으로 보여 주려고 한 황 작가의 노력의 흔적을 전시 작품에서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사진이라는 매체는 촬영과정에서 이미 작가의 주관이 적극적으로 개입되므로 최종 결과물에서는 작가의 미적 주관과 정체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리고 중형카메라의 특성과 표현대상이 잘 조화를 이루어 벽화의 컬러가 보는 이들의 시각을 자극 한다.
이번에 황숙희 작가가 찍어서 전시하고 있는 작품들은 동 시대 한국의 도시풍경과 문화를 잘 반영 하고 있다. 작품마다 찍혀 있는 벽화는 분명 한국의 수도 서울에서 찍은 것이지만 마치 뉴욕이나 파리에서 찍은 사진처럼 느껴지는 것도 있다. 그것은 현재 한국문화와 사람들의 의식구조가 얼마나 서구화 되어 있는지 반영 하는 여러 예들 중에 하나이다.
이번 전시회의 서문을 쓴 미술평론가 박영택씨는 다음과 같이 황숙희 작가의 작품을 설명 한다.
"황숙희는 우리시대 벽화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이미지의 관계, 공간과 장소 그리고 이미지, 이미지와 권력 등을 읽어나가고 있다. 새삼 우리 삶의 도처에 산재되어 있는 벽화가 그런 것들을 가늠하게 해주는 매우 의미심장한 이미지임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다. 이 사진은 그런 맥락에서 의미 있는 시도가 되고 있다."
서구의 산업혁명 이후 도시는 문화의 생산지이자 소비지가 되었다. 그리고 한국사회도 1960년대 이후 경제개발 과정을 거치면서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 도시가 되었다. 그래서 사진가들을 비롯한 많은 예술가들은 도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표현대상으로 삼고 그것에 대한 자신들의 미적 주관과 철학을 드러내었다. 황숙희 작가도 거리의 벽화를 통하여 동 시대의 정치·경제·사회·문화 현상에 대한 자신의 사적인 견해를 드러내었다. 그것의 최종 결과물이 이번에 전시 하는 사진작품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