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북한강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를
이야기해드리고 싶습니다.
그 투명한 아침햇살에
물감이 퇴색해가는 가을산자락 치마밑으로
스멀스멀 강안개는 숨어들고,
흐르는지 멈추었는지 알수없으리만큼
잔잔히 숨숙이며
북한강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허나
강물속으론 강물이 도도히 흐르고 있었겠지요.
그 강가에 서서
목청껏 불렀는데
듣는이는 없었지만
음정, 박자는 엉망이었고
가사 하나는 정확했다는 것을 보고합니다.
북한강에서....정태춘
저 어둔 밤하늘에 가득 덮인 먹구름이
밤새 당신 머릴 짓누르고 간 아침
나는 여기 멀리 해가 뜨는 새벽강에
홀로 나와 그 찬물에 얼굴을 씻고
서울이라는 아주 낯선 이름과
또 당신 이름과
그 텅 빈 거릴 생각하오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가득 피어나오
짙은 안개 속으로 새벽 강은 흐르고
나는 그 강물에 여윈 내 손을 담그고
산과 산들이 얘기하는
나무와 새들이 얘기하는
그 신비한 소릴 들으려 했소
강물 속으론 또 강물이 흐르고
내 맘속엔 또 내가 서로 부딪치며 흘러가고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또 가득 흘러가오
아주 우울한 나날들이 우리 곁에 오래 머물 때
우리 이젠 새벽 강을 보러 떠나요
과거로 되돌아가듯 거슬러 올라가면
거기 처음처럼 신선한 새벽이 있소
흘러가도 또 오는 시간과
언제나 새로운 그 강물에 발을 담그면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천천히 걷힐 거요
흘러가도 또 오는 시간과
언제나 새로운 그 강물에 발을 담그면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천천히 걷힐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