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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해우(海隅)
2010년 12월 1일 수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1201수] 안보라인 군 면제자 정리요구 일리 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에 대한 국민적 분노 속에서 병역면제 고위공직자들에게도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인터넷 등에서는 미흡한 대응과 이 사안을 연결 지어 불만과 조롱을 쏟아내고 있다. "(최소한) 안보관계 장관이나 참모진에서 병역 면제자는 정리해 달라"는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의 요구는 이 같은 국민정서의 반영이다. 앞서 같은 당 홍사덕 의원이 대응을 주저케 만든 대통령 참모진을 격하게 비난했을 때도 많은 이들은 같은 뜻으로 받아들였다.
법이 정한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식 멤버는 대통령 외에 국무총리, 외교통상부ㆍ통일부ㆍ국방부장관과 국가정보원장이다. 이들 중 군 지휘관 출신인 김태영 국방부장관을 제외하면 정상적으로 군 복무를 마친 이는 아무도 없다. 현역으로 입대했다 조기 전역한 현인택 통일부장관 정도가 그나마 나은 수준이다. 엄중한 국가안보를 다루는 최고기구의 구성원들이 이 모양이니 기막힌 일이다. 청문회 때마다 이들의 석연치 않은 병역 면제사유로 논란이 빚어졌고, 결국 사려 깊지 못한 인사가 됐다.
우리나라 현실에서 지도급 인사들의 병역 이행 여부는 중대한 문제다. "포클랜드 전쟁을 이끈 영국 대처 총리가 군에 갔다 왔느냐?"는 식의 응대는 말장난이다. 이유가 어떻든 개병제 국가에서 병역 면제는 국가가 요구하는 개인적 희생과 거리가 멀다. 지도층 인사와 자제들의 병역 이행률이 평균에 크게 미달하는 것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과거 고시합격 등 사회적 성취를 위해 병역을 기피하는 풍조가 만연해 있었고, 운동권 일부에서는 우리 군을 '미제의 용병'으로 규정해 병역 이행을 수치스러워 하는 시각마저 펴져 있었음은 다들 아는 사실이다.
어떤 군에서 무슨 임무를 수행하든 누구나 복무기간에 국가, 안보 등의 가치를 진지하게 체감하게 된다. 이 경험 유무의 차이는 크다. 무엇보다 홍 최고위원의 말마따나 병역 불이행자들이 안보를 다루는 데 대해 많은 이들이 극도의 불신감을 갖고 있다. 국가안보의 위기국면에서 끓어오르는 국민정서를 고려한다면 이런 인사들을 정리하는 게 옳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1201수] 교과부의 ‘제 논에 물대기’식 일제고사 평가
지난 7월 실시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에서 기초학력 미달자가 줄고 학생들의 학력이 전반적으로 향상됐다고 한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어제 내놓은 분석을 보면 초·중·고 통합 기초학력 미달자 평균 비율은 2008년 7.2%에서 2010년 3.7%로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또 이전 시험에서 미달자 비율이 높았던 학력중점학교의 성적이 다른 일반학교보다 두드러지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의 성적이 나아지고 특히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이 줄어든 것은 좋은 일이다. 문제는 그런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꼭 일제고사와 그 성적 공개라는 말썽 많은 수단을 사용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교과부도 인정하듯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이뤄진 성적 향상은 성적 공개 등으로 학교간·지역간 경쟁을 유발한 결과다. 더군다나 올해부터는 학교 알리미에 학교별 성적이 공개되는 까닭에 학교간 경쟁은 훨씬 강화됐다. 학교장들은 일제고사 성적을 성과급에 연동하겠다고 교사들을 닦달했다. 초등학교에서조차 일제고사 대비 야간학습이 생겨나고 일제고사 대비 수업이 일반 교과과정을 대체했다. 성적 나쁜 학생을 학습장애아로 분류해 제외하는 편법도 사용됐다.
교과부의 평가에는 이런 부정적 현상에 대한 반성은 전혀 없이 오히려 공개 수준을 더 높이겠다는 얘기만 나온다. 학교를 일제고사 성적에 따라 한 줄로 세움으로써 학력 경쟁을 한층 더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극단적인 학력 경쟁은 교육의 본령과 거리가 멀다. 그리고 우리나라 초·중등 교육의 문제는 경쟁의 부족이 아니라 경쟁의 과잉이다.
여러 차례 지적했듯이 일제고사가 아닌 표집 방식으로도 학업성취도는 충분히 측정할 수 있다. 또 지역적·경제적 교육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낙후지역에 우수교사 배치 등 교육자원을 집중투자하면 된다. 아이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교육현장을 왜곡하는 일제고사와 결과 공개는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
[동아일보 사설-20101201수] 국민의 알 권리와 군사기밀 유지 사이의 고민
북한의 포격 도발 이후 일촉즉발의 긴장이 계속되고 있는 연평도에는 현재 50여 명의 국내외 기자들이 취재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기자들은 연평도 지역의 복구 작업과 군의 움직임 등을 시시각각으로 보도하고 있다. 기자의 첫째 사명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기자들은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도 목숨을 걸고 취재에 나선다. 언론이 국민 관심이 집중된 현장을 버리고 정부 발표나 그대로 전달하는 것은 주어진 임무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연평도 피폭 이후 국내 언론은 우리 군이 현지에 추가 배치한 각종 무기의 규모와 제원 및 성능까지 상세히 보도했다. 군사기밀에 해당하는 사안을 아무런 여과 없이 보도하는 것은 북한에 우리 쪽 군사 정보를 제공해 적을 이롭게 할 수 있다. 언론 스스로 그동안 취재 및 보도 내용에 문제는 없었는지 살펴봐야 한다. 천안함 폭침 사건 때도 언론은 초계함의 내부 구조와 적재 무기, 미사일의 화력과 유효 사거리 등 군사기밀로 분류될 수 있는 내용들을 지나치게 보도한 것이 사실이다.
국가 안보와 국민의 알 권리는 상충하는 대목이 적지 않다. 군사기밀의 성격과 범위를 놓고서도 정부와 군 그리고 언론의 견해가 다를 수 있다. 최근 동아일보는 녹슬고 기름 범벅인 연평도 90mm 해안포의 허술한 관리 실태를 보도했다. 군은 이 보도가 우리의 허점을 노출시켰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우리는 국가 안보에 대한 걱정과 대응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충정에서 보도를 결정했다. 군은 해안포를 이런 상태로 방치한 것에 먼저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
국가 안보를 위한 군사기밀과 언론 자유 사이의 갈등은 선진국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미국 신문이 베트남전 관련 미국 국방부 기밀문서를 공개한 펜타곤 페이퍼 사건에 대해 미국 대법원은 국가 안보에 대한 ‘명백하고도 현존하는(manifest and present)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 한 언론 자유를 제한해선 안 된다며 언론의 손을 들어줬다. 이 판결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으로 정착됐다.
군은 군사기밀 공개 여부에 대한 합리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언론에 협조를 구할 필요가 있다. 군은 언론 보도를 통해 결과적으로 군사기밀이 공개되는 것에 불만이 있겠지만 비밀주의가 최선은 아니다. 언론도 국민의 알 권리 확보와 군사기밀 유지 문제 사이에서 진지하게 고민해 책임 있는 보도를 해야 할 때다.
[조선일보 사설-20101201수] 코앞에서 놓친 한국인 첫 노벨 과학상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인 네이처가 최근 온라인판에 미국 컬럼비아대 물리학과의 김필립 교수가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수상했어야 한다는 과학계의 주장을 실었다. 노벨상위원회는 탄소원자 한 층이 배열돼 있는 '그래핀'이란 물질을 처음 만들어낸 영국 맨체스터대 가임 교수와 노보셀로프 박사를 올해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네이처는 미국 조지아공대의 드 히어 교수가 노벨상위원회에 보낸 공개서한을 통해 "수상자들과 같은 학술지 같은 호에 비슷한 연구결과 논문을 발표한 김 교수의 업적을 과소평가했다"며 수상자 선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고 전했다. 수상자인 가임 교수 역시 네이처 기사에서 "김 교수가 중요한 공헌을 했으며, 그와 상(賞)을 나누는 데 동의한다"고 했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 한 개 두께의 얇은 물질이면서도 강철보다 200배나 강하고,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류를 빨리 전달하는 특성을 갖고 있어 휘어지는 디스플레이와 차세대 반도체 등에 사용될 수 있는 신소재다. 흑연에서 그래핀을 분리해내는 데는 김 교수가 가임 교수팀에 뒤졌지만, 그래핀의 특성 규명을 포함한 후속 연구에서 앞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벨상은 주로 최초 발견자가 받지만 최초 발견자와 후속 연구자가 함께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올해 화학상 역시 새로운 화학반응법을 발견한 미국 과학자와 이를 더 발전시킨 일본인 과학자 2명이 함께 상을 받았다. 그래서 김 교수 개인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노벨 과학상을 처음 받을 기회를 놓쳤다는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안타까워할 일만은 아니다. 김 교수가 세계 과학계가 인정하는 업적을 내고도 노벨상을 받지 못한 데는 국가적 뒷받침이 부족한 탓도 있다. 노벨상 선정에는 업적도 중요하지만 국력도 작용하기 때문이다. 국내 과학계가 노벨상에 거의 근접했다는 사실만큼은 확인됐다는 점에서 앞으로 기초과학 연구에 더 많은 투자를 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20101201수] 위키리크스가 일깨운 정부 전산망 보안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25만건에 이르는 미국의 외교 전문을 폭로하면서 각국 정부의 전산망 보안 문제가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많은 국가 지도자들의 약점들이 공개되면서 미국 외교가 궁지에 몰리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외교 전문들은 ‘시프르넷’(Siprnet)으로 불리는 미 국방부 내부전산망을 통해 유출됐다. 시프르넷은 2001년 9·11 테러 뒤 미 국무부와 국방부의 정보 공유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부처 간 정보 장벽이 테러를 막기 위한 공조체제 구축을 방해했다는 반성에 따른 것이다.
미국 외교관들은 이후 1급 비밀을 제외한 외교 전문을 분배한다는 뜻의 ‘시프디스’(Sipdis)라는 단서를 달아 올려왔다. 국가안보 위협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는 데 활용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시프르넷이지만 정보가 속속 유출되며 미국 국가안보를 위협하고 있으니 역설적이다. 시프르넷의 보안 유지는 정보량이 늘며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시프르넷에 올려진 정보들은 넷에 연결된 컴퓨터와 패스워드를 갖고 있거나 기밀 수준 정보에 대한 사용 허가를 받은 군인과 외교관, 공무원이면 누구라도 접근할 수 있다. 접근권자는 1993년 기준 306만명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 정확한 숫자는 미공개다.
우리 정부도 각 부처와 공공기관 전산망 보안 문제를 철저히 점검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북한의 연평도 공격 뒤 사이버 위기 ‘관심’ 경보로 상향 발령해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자료, 망 관리에 철저를 기하고 있다. 하지만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전산망은 여전히 해커 등의 공격에 취약한 것으로 지적됐다. 정부는 민간 정보보호 전문기업들과 정보 공유를 통한 사이버 침해 공동대응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 국내의 모든 사이버 역량을 총결집해야 갈수록 지능화·첨단화하는 사이버 침해를 예방하고, 신속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1201수] 기로에 선 개성공단, 비상한 대응책 절실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의 연평도 공격에 강력한 응징 의지를 천명함에 따라 남북 교류의 상징으로 남아있는 개성공단의 운명이 기로에 섰다. 더 이상 근로자들의 신변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비상상황을 맞아 개성공단이 최우선적인 안보 현안으로 부상한 것이다. 북한이 만에 하나 우리 근로자들을 인질로 삼거나 위해(危害)를 가할 경우까지를 상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지금의 처지다. 행여 개성공단 근로자들이 북의 반인륜적 행태의 피해자가 되는 일이 없도록 그들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비상대책이 절실하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이미 절망적인 상태에 빠졌다. 예전에 1000여명에 달했던 우리 측 현지 근로자들이 지난 3월 천안함 폭침 사건이후 500~600명 선으로 줄면서 생산 · 품질관리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근무인원의 피로가 누적돼 입주기업들은 하루 하루를 힘겹게 버텨오던 실정이었다. 여기에 이번에 북의 연평도 공격으로 인력은 다시 400여명으로 줄고 국내외 고객들은 발주선을 중국이나 베트남으로 옮기려 해 상당수 기업들이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다. 정부는 이 같은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 어제 원자재 반입과 완제품 반출을 일부 허용했지만 입주기업의 어려움이 해소되기는 여전히 힘든 현실이다.
입주기업들로선 생사가 달린 사업이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현재 121개 기업이 가동 중이고,그곳에서 일하는 북측 근로자만 해도 4만4000여명에 달한다. 입주기업들은 개성공단을 정치적 · 군사적 관점으로 봐서는 안된다며 근본적인 대책을 정부에 호소하고 있지만 평화가 담보되지 않는 한 개성공단의 정상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평화를 정착시키려는 우리 노력은 북한의 잇단 도발로 무너졌고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400여명의 근로자들이 볼모로 붙잡혀 우리가 옴짝달싹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질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 개성공단이 우리의 대북응징 의지를 무력화시키는 요인이 돼서도 안된다.
정부는 개성공단에 대한 근본적인 입장 정리와 처리 방향,결국 폐쇄가 불가피할 경우에 대비해 근로자와 입주기업의 안전을 확보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등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우선돼야 할 것은 근로자들 신변의 확고한 안전 장치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01201수] 한미 FTA 재협상에서 지켜야 할 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 협상이 30일부터 미국에서 재개돼 쟁점사항에 대한 합의 여부가 주목된다. 쟁점은 자동차 무역불균형 해소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확대 문제다.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출국 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협정문을 수정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은 사실상 재협상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양국 대통령의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전 합의' 약속이 무산될 정도로 입장차이가 크다는 점에서 재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미국은 미국산 자동차의 안전기준과 연비 및 배기가스 기준 완화, 한국산 자동차 관세철폐 기간 연장,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안전 및 연비기준 등에서는 의견접근이 이뤄졌지만 나머지 사항은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쇠고기 문제는 더 복잡하다. 미국은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입도 허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우리는 FTA 논의 대상이 아니라며 맞서고 있다. 이번 협상단에 아예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가 제외됐을 정도로 한국 측의 의지는 확고하다.
결국 협상타결의 관건은 '이익의 균형점'을 어떻게 찾아내느냐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측이 요구하고 있는 자동차 관세철폐 기간 연장과 세이프가드 등은 FTA의 근본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다. 만약 미국이 이런 요구를 끝까지 관철하려 든다면 우리도 대응카드로 맞서야 한다. 쇠고기 문제는 우리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안이다. 미국도 이것이 한국에 얼마나 민감한 문제인지 모르지 않을 것이다. 이를 끝까지 고집한다면 협상의 전도는 어둡다.
추가 협상은 우리가 방어하는 양상이지만 양보만 하는 협상이 돼서는 안 된다. 특히 우리 대표단은 협상시점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북한의 우라늄핵개발, 연평도 포격과 한미 연합훈련 등으로 미국의 역할이 커진 때에 우리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FTA와 북한 도발은 별개라는 자세로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협상을 타결해도 비준이 어렵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야당들은 FTA 비준을 반대하는 입장을 정해놓고 있다. 상호 이익균형을 실현하는 협상이 되기 바란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중앙일보 칼럼-분수대/김남중(논설위원)-20101201수] 다크 투어리즘
국립국어원은 새롭게 많이 쓰이는 외래어를 우리말로 다듬곤 한다. 그 일환으로 2008년 4월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의 우리말 공모를 했다. 다크 투어리즘은 비극적 역사의 현장이나 재난·재해 현장을 방문하는 여행을 말한다. 199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관광 트렌드인데 국내에서도 막 각광받기 시작한 터였다. 418건의 제안 가운데 ‘뒤안길여행’ ‘비극역사여행’ ‘역사반성여행’ ‘참사현장여행’ ‘역사교훈여행’ 등 5개가 후보군에 들었다. 국민 대상 온라인 투표를 거쳐 최종 선정된 것이 ‘역사교훈여행’이다.
‘역사교훈여행’이란 말은 아직은 다크 투어리즘에 밀려 널리 쓰이는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다크 투어리즘의 의미에 가장 근접한 우리말 표현일 성싶다. 다크 투어리즘의 가장 큰 목적이 바로 비참한 역사의 현장에서 교훈을 얻으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크 투어리즘의 대상지로는 반(反)인륜적인 행위로 대규모 인명피해가 났던 곳이 우선 꼽힌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유대인이 대량 학살된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나 수십만 명의 양민이 학살된 캄보디아의 킬링필드가 대표적이다. 희생자의 유골과 머리카락, 이빨이 그대로 보관돼 있는 참혹하고 끔찍한 장소지만 아픈 과거를 잊지 않으려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국내에도 다크 투어리즘 명소가 적잖다. 192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를 계기로 세워진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같은 곳도 있지만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의 상흔(傷痕)이 간직된 곳이 대부분이다. 제암리 학살사건 현장의 3·1운동 순국기념관과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은 망국(亡國)의 뼈아픈 교훈을 일깨운다. 제주 4·3평화기념관과 거제 포로수용소, 강원도 DMZ 박물관 등은 동족상잔(同族相殘)의 아픔과 분단의 비극을 보여준다.
북한의 포격으로 폐허가 된 연평도 마을이 생생한 안보교육·관광지로 다시 태어날 거란 소식이다. 옹진군이 전파 33개, 반파 9개 등 모두 42개 피폭 건축물을 그대로 보존해 역사·안보 교육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행정안전부에 건의했다고 한다. 일종의 다크 투어리즘 장소로 만들겠다는 거다. 연평도의 참혹한 현장이 6·25전쟁을 겪지 않은 대부분의 세대에게 북한과 전쟁의 위험성을 일깨울 건 자명(自明)하다. 연평도의 교훈을 제대로 새기는 게 한반도에서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는 걸 막는 길이다.
[경향신문 칼럼-여적/김남중(논설위원)-20101201수] 폭로의 진화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71년 6월, 미국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는 베트남전의 전모를 알 수 있는 7000쪽짜리 국방부 기밀문서를 차례로 보도한다. 베트남전에 대한 미 국방부의 기만에 분노한 산하 연구소의 대니얼 엘즈버그 연구원이 정보 제공자였다. 정부는 국가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며 두 신문과 엘즈버그를 방첩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대법관 휴고 블랙은 “오로지 자유롭고 규제받지 않는 언론만이 정부의 거짓을 세상에 드러낼 수 있다. 정부가 국민을 속이고 국민을 외국 땅에 보내 죽게 만드는 일을 막아내는 것이 언론의 책임”이라는 기념비적인 판결로 이들 언론에 무죄를 선고했다.
폭로전문 비영리 웹사이트 ‘위키리크스(WikiLeaks)’가 미 국무부가 해외 공관과 주고받은 외교전문 25만여건을 공개하고 나서 전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를 비롯한 각국 지도자들이 조롱거리가 됐고, 미국은 해외에 파견된 외교관들의 소행이 고스란히 드러나 체면을 구겼다. 영국의 저명 역사학자는 “외교관에겐 악몽이지만 역사가에게는 꿈 같은 일”이라고 평했다.
위키리크스의 이번 공개는 폭로의 진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엘즈버그는 폭로를 결심한 뒤 혼자 국방부에서 심야에 제록스 복사기를 이용, 조금씩 문서를 복사해 두었다가 언론사에 전달했다. 그러나 이번 폭로 과정에는 이런 고전적인 방법이 등장하지 않는다. 위키리크스가 한 일은 해킹과 정보 제공자의 신상 유출을 막는 보안 시스템을 갖춘 사이트를 개설해놓고 익명의 제보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본부도 없고 거창한 조직도 없다. 호주 출신 설립자인 줄리안 어산지는 상근 직원이 5명뿐이라며 각국에 있는 8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정보를 확인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뉴욕타임스와 르몽드 등 세계 5개 신문사에 그 내용을 제공했다. 한마디로 인터넷 기술의 발달과 집단지성을 이용해 전대미문의 대규모 폭로를 하는 것이다. 각국 정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보안 강화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하지만 비밀에 접근할 수 있는 미 행정부 관리와 군인이 300만명이라고 하니 보안장치를 강화한들 폭로를 막을 도리가 없어 보인다. 유비쿼터스 시대는 곧 비밀 없는 세상이다. 한국 정부의 민간인 불법사찰이나 4대강 추진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매일경제신문 칼럼-특파원 칼럼/채수환(도쿄 특파원)-20101201수] 1950년 일본과 2010년 일본
이시카와제작소, 호와공업, 니혼아비오닉스, 도쿄계기…. 일본 도쿄증시에서 최근 테마주를 형성한 방위산업관련주들이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계기로 일본의 군비 증강, 재무장화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들 방위산업주는 투자자들의 높은 기대감 속에 연일 급등세를 연출하고 있다.
역사의 아이러니일까. 꼭 60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한반도에서 남북 전쟁이 발발하자 1950년 7월 일본에는 치안 유지를 목적으로 7만5000명 규모 경찰예비대가 창설됐다. 경찰예비대는 그 이듬해 `보안대`로 이름을 바꾼 뒤 1954년 `자위대`로 확대 개편된다. 일본은 태평양전쟁에서 패한 직후 군사적으로 재무장을 못하도록 철저하게 족쇄가 채워졌다.
승전국 주도로 1946년 7월 제정된 헌법(9조)에 의해 무력행사 포기와 육ㆍ해ㆍ공군 전력 보유 금지, 교전권 불인정 등이 법적으로 명시됐기 때문이다. 승전국들은 이를 `평화 헌법`이라고 불렀지만 일본 군국주의자들은 `무장 해제`를 당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이웃 국가 한국의 내전을 계기로 평화헌법이 제정된 뒤 불과 8년 만에 일본도 사실상의 정예 군대를 보유하게 된 셈이다.
60년이 지난 오늘날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북한의 우라늄 농축에 이어 연평도 포격까지 터지자 일본은 드러내 놓고 재무장의 길로 치닫고 있다.
2월로 예정돼 있는 신(新) 방위계획대강과 내년 초 미ㆍ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을 통해 일본은 국경 분쟁지대에 자위대를 증파하고 첨단 무기를 증강하는 방위 계획들을 착착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신방위계획대강은 1967년부터 40년 이상 유지해 왔던 무기수출 3원칙을 수정해 해상배치형 요격미사일 등 첨단무기를 수출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일본은 해마다 500억달러 전후의 국방예산을 지출하며 미국 중국 영국 프랑스에 이어 세계 5위 수준의 방위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처럼 막대한 방위예산을 쏟아붓는 일본이 마음먹고 군사력 재무장에 나서면 동북아시아는 문자 그대로 화약고로 변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게 된다.
일본이 과거 재무장 조짐을 보일 때마다 주변국들은 `평화 헌법`을 앞세워 이를 견제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그렇게 하기도 어려워졌다. 북한의 핵무기나 미사일이 일본 열도 상공을 오갈지도 모를 판국인데 무작정 "일본만 무장해제하라"고 강요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군비 증강을 주장해 온 일본의 극우 정치인들, 보수 언론들은 이번에 연평도가 불바다로 변한 TV 화면을 바라보면서 속으로 쾌재를 불렀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들은 이번 기회에 평화헌법 자체를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베 신조 내각이던 2007년에도 헌법 개정의 첫 단추인 국민투표법안을 국회에 상정하는 단계까지 검토됐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조기 사임하면서 개정 논의가 물거품이 됐다. 당시 명분은 북한이 탄도 미사일을 발사해도 일본이 공격을 당한 뒤에야 반격이 가능하고 일본에 주둔 중인 미군이 공격을 받더라도 지원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북한의 무력 도발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북한을 좌우할 수 있는 중국의 `책임론`을 유독 강조해 왔다. 문제는 중국만 바라보고 있는 사이 군사력이 부쩍 강해진 새로운 일본의 등장을 간과할 수 있다는 점이다. 10년 후 동북아시아의 최대 골칫거리는 군국주의로 새롭게 무장한 뒤 영토 야욕을 드러내는 일본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