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동에서 좋은 아빠로 김창렬 육아기
가수
김창렬(36)이 달라졌다. DJ DOC로 무대를 누비던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가요계의 악동' '스트리트 파이터' 이미지였던 그가 착하고 순한 아버지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시나브로 '사람이 달라졌다'는 주위의 칭찬을 듣더니 '결혼 후 가장 많이 달라진 연예인' 설문조사를 하면 그의 이름이 상위권에 뽑히기에 이르렀다. KBS '불량아빠클럽' '빅마마-아빠수업' 등의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얻은 노하우로 육아교육서도 펴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그는 자식 얘기하기 좋아하는 여느 평범한 아버지와 다르지 않았다. 그의 휴대전화에는 아내·아들과 함께 찍은 스티커 사진이 붙어 있다. 그는 "사진을 보며 힘을 얻고 주변에 자랑도 많이 한다"고 했다.
김씨는 지난 2003년 아내 장채희씨와 결혼, 아들 주환이를 낳았다. 그는 "아빠가 되고 나서야 철이 들었다"고 했다. 예전에는 본인 기분만 생각하며 살았지만, 아빠가 된 후에는 하기 싫은 일도 하게 됐고 욱하는 성질도 누르며 산다고. 이유는 단 하나다.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 바람 때문이다.
"덕분에 겁쟁이, 소심한 A형이라는 말을 자주 듣지만 그래도 지금이 행복합니다."
김창렬과 아들 김주환군. 아빠라서 행복해요
좋은 아빠가 되자는 그의 바람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유년시절 중동에 나가 일하신 아버지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던 아쉬운 경험 때문이다. "아이를 낳으면 즐거운 추억을 많이 만들어 주리라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바쁜 스케줄은 그의 바람과는 달리 갔다. 항상 늦게 집에 들어가고 또 늦게 일어나다 보니 주환이랑 함께 있을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던 것. 아내 장채희씨가 의류쇼핑몰 사업을 하느라 바쁠 때에는 아이를 친정인 부산에 맡기기도 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따로 일 것 같아 덜컥 겁이 났다"고 말했다.
그때 김씨는 스스로에게 두 가지 약속을 했다. 첫 번째는 '주환이랑 있을 때는 주환이에게 집중하자'이고, 두 번째는 '무엇보다 가족이 최우선이다'였다. 그렇게 나름대로 다짐을 하고 추억을 하나 둘 만들어나갔다. 아빠가 되고 나서 '포기'하는 것도 많아졌다. 담배도 끊었고, 늦게까지 밖에 있던 버릇도 고쳐갔다. 혹시나 아이가 보고 배울까 봐 말투도 항상 신경 쓴다. 아이에게 안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부부싸움을 문자로 했던 경험도 있다.
아빠가 더 아이같아…온 방을 헤집고 놀아요김씨는 주환이와 함께 있을 때 어린이로 돌아간다. '두두두두~' 입으로 총소리를 내며 뛰어다니고, 레슬링을 할 때는 온 방을 헤집어 굴러 다닌다. 아내가 주환이보다 더 아이 같다고 얘기할 정도. 단순히 '놀아주는 아빠'가 아닌 '함께 노는' 아빠다. 그는 "요즘 아이들은 똑똑해서 아빠가 '놀아준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린다"며 "놀아주는 마음이 아니라 함께 논다고 생각해야 저도 즐겁고 아이도 즐겁다"고 말했다.
놀 때는 주로 몸을 쓴다. 유아기에는 몸을 쓰는 것이 두뇌발달에 좋기 때문이다.
"놀고 난 다음날이면 주환이가 유치원에 가서 아빠랑 재미있게 놀았던 것을 자랑하느라 바쁘죠. 그렇게 월요일을 시작한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은 일주일이 전혀 달라요."
애정표현도 자주한다. '사랑한다'는 말도 많이 들려주고, 스킨십도 즐긴다. 칭찬과 호응도 빼놓지 않는다. "와, 우리 아들 최고" "대단한데" 등 약간 과장되게 칭찬을 해주면 주환이도 신이 나서 즐거워한다. 김씨는 "아이가 아직 어려서 '사랑한다'는 말뜻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그 말에 담긴 따뜻함은 느끼는 것 같다"며 "덕분에 아이가 주변 사람들로부터 감성이 풍부하고 인사성도 밝다는 칭찬을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마냥 아이 의견을 다 받아주는 것만은 아니다.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의 기준을 명확하게 세운다. "무조건 안 된다"거나 "하지마"와 같은 강압적인 말보단 상황을 차근히 말해준다. 설명할 때는 존댓말을 써서 집중력을 높인다. 예컨대 아이가 마구잡이로 낙서를 하면, "이렇게 하면 벽이 더러워지잖아요. 더러워지면 아빠가 벽에 새 종이를 붙여야 하니까 벽에는 낙서하면 안 돼요. 알았죠?"라는 식이다. 아이가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데드라인을 정해주기도 한다. "지금부터 장난감 가지고 놀 시간 10분 남았습니다"라고 하면 바로 알아듣고 장난감을 내려놓는다. 혼을 낼 때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다. 예컨대 "너 자꾸 밥 안 먹고 식당에서 왔다 갔다 하면 집에 가서 고양이랑 같이 자게 한다"고 말한다.
"스스로 좋은 아빠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단지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주환이가 나중에 커서 친구 같은 아빠로 기억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