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의 이성열 예술감독 윤백남 작 김낙형 연출의 운명
공연명 운명
공연단체 국립극단
작가 윤백남
연출 김낙형
공연기간 2018년 9월 7일~29일
공연장소 백성희장민호극장
관람일시 9월 17일 오후 7시 30분
서계동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이성열 예술감독, 윤백남 작, 김낙형 연출의 <운명>을 관람했다.
<운명(運命)>은 윤백남(尹白南, 1888~1954)이 1921년에 발표공연한 희곡이다. 윤백남은 충청남도 공주군 출신으로 일본 와세다 대학 유학생이지만 도쿄 고등상업학교로 옮겨 졸업했다.
귀국 후 보성전문학교 강사가 되었고, 한일 합방 조약이후로 매일신보 기자가 되어 문필 생활을 시작했다. 1912년에는 조중환과 함께 한국에서 두 번째 신파극 극단인 문수성(文秀星)을 창단하여 1916년 해산될 때까지 번안 신파극을 공연하고 배우로도 활동했다. 1917년에는 백남(白南) 프로덕션을 창립, 여러 편의 영화를 제작·감독하여 영화계에 선구적인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1923년에는 한국 최초의 극영화 《월하의 맹서》를 촬영했다. 윤백남은 이 영화의 각본과 감독을 맡았으며, 민중극단 배우였던 이월화를 출연시키기도 했다. 영화 《운영전》, 《심청전》 등을 연이어 발표했다. 1922년에 개량신파극단인 민중극단(民衆劇團)을 조직·주재했고, 1931년 극예술연구회(劇藝術硏究會)의 창립동인으로서 신극운동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 태평양 전쟁 종전 후 귀국하여 조선 영화 건설 본부 본부장 겸 대표위원장으로 취임하였고, 1953년에는 서라벌예술대학 학장을 맡고 대한민국예술원 초대 회원을 지낸 연극, 영화, 문학 등 여러 분야에서 근대 문화의 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한 계몽가로 평가된다.
이성열 예술감독 은 연세대 사학과에 입학해 연희극예술연구회에 들어가며 연극을 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극단 목화(대표 오태석)에서 연기와 연출을 배우고, 제대를 해서는 극단 산울림(대표 임영웅)에서 연출을 익히며 산울림 소극장의 극장장을 맡기도 했다.
연극으로는 <아버지와 아들> <햄릿아비> <벚꽃동산> <과부들> <봄날> <여행> <그린 벤치> <자객열전> <미친극> <키스> <야메의사> <굿모닝? 체홉> <햄버거에 대한 명상>과 무용극은 <비천사신무> <두 도시 이야기> <유랑> <운수좋은 날>, 음악으로는 <톨스토이 IN Music> <드라마가 있는 음악회> <파가니니&리스트> ',죠르쥬>, 오페라는 <손탁호텔>(협력연출) 등을 연출했다. 1998 한국백상예술대상 "신인연출상" <굿모닝? 체홉>, 2005 서울연극제 "연출상" <Green Bench>, 2007 김상열 연극상 <물고기의 축제>, 2009 서울연극제 "연출상" <봄날>, 작품상으로는 1997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Best 3" <키스>· 2004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Best 3" <자객열전>· 2005 올해의 예술상 "연극부문 최우수작품상" <Green Bench> 서울연극제 "우수상" <Green Bench>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Best 3" <여행>, 2006 서울연극제 "우수상" <여행>, 2009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Best 3" <봄날> 2013 이해랑연극상 등을 수상했다.
김낙형은 76극단에서 시작해, 혜화동 1번지 3기동인, 극단 竹竹의 창단까지 쉬지 않고 이어진다. <나부들> <훼미리 바게뜨> <그 여인숙> <화가들> <나의 교실> <별이 쏟아지다> <능동적 팽창> <허브의 여인들> <바람아래 빠빠빠> <적의 화장법> <지상의 모든 밤들> <맥베드> <민들레 바람되어>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 <토란극土亂劇> <이상 12월 12일> <민들레 바람이 되어> <기름고래의 실종> <생사계> <삼양동 국화 옆에서> <농담> <관객모독> <무극의 삶> <이천> 등을 집필, 각색, 연출하고, 올해의 예술상, 한국연극 베스트 7, 카이로국제연극제 대상, 연강예술상 등을 수상한 발전적인 장래가 예측되는 작가 겸 연출가다.
무대는 배경에 영상과 문자를 투사해 극의 이해를 돕는다. 배경 가까이 무대 하수 쪽에는 달구지가 놓여있고, 상수 쪽에는 계단이 놓여있다. 무대 좌우에 탁자와 의자를 배치하고 모래인지 흙인지를 중앙에 잔뜩 깔아놓았다. 작은 나무가 보인다. 사각의 입체로 된 조형물을 여기저기 배치하고, 집으로 설정된 무대중앙은 좌우에 문이 있는 것으로 설정 되지만 정작 문은 보이지 않는다. 흙이 쌓인 공간은 후반부에 공원으로도 사용된다. 무대 외곽은 거리나 골목길로 사용된다. 출연자들의 대사는 신파극 시대의 대사조로 읊조리고 의상도 당대의 분위기를 반영한 듯싶다.
<운명>은 하와이 이민이 처음 시작되던 시기에 유행하던, 이른바 사진결혼이 빚어낸 비극적 파탄을 다루고 있다. 주인공 박메리는 이화학당을 졸업한 지식여성으로, 이수옥(李秀玉)이라는 연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강권과 미국생활에 대한 막연한 동경으로 하와이 이민 양길삼(梁吉三)과 사진결혼을 한다.
하와이에 도착한 박 메리는 중매의 말과는 달리 길삼이 훌륭한 성공자이기는 커녕 가난한 양화수선업자로 술과 노름을 일삼는 불량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비탄 속에서 살아간다.
이웃집 여인 갑은 그러한 메리를 위로해 주느라고 그녀의 잠재적 능력을 추켜세워 준다. 여인 갑이 보기에 신여성인 메리는 ‘혼자라도 벌어먹을 수가 있으며’, ‘혼자 벌어도 남편보다 날 것’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메리의 삶은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
어느 날 가난과 절망 속에 시름하는 메리 앞에 옛 연인인 이수옥이 나타난다. 미국 유학길에 메리를 찾은 수옥은 자기를 배신한 까닭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메리는 수옥에게 자신의 잘못을 빈다. 수옥이 메리에게 옛날로 돌아갈 길은 없는가 묻지만, 메리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니 냉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농장의 인부 감독이자 메리의 남편 양길삼의 친구인 장한구가 메리와 이수옥이 만나는 장면을 몰래 지켜보고 이수옥이 퇴장한 뒤 은근히 메리에게 흑심을 품고 다가간다. 아마도 장 한구는 그전부터 기회만 생기면 메리를 추행하려고 기회를 엿보던 차라 이번에는 대담하게 메리에게 접근한다. 메리는 수옥과의 만남으로 꼬투리를 잡힌 듯싶은 느낌이라 강렬하게 장한구를 거부하지 못한다. 그 때 남편인 양길삼이 술 취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메리는 장한구의 추행을 남편에게 실토하지 못한다.
다음날 밤 인적이 드문 공동묘지에서 재회하는 메리와 수옥에게 뒤따라 온 길삼이 칼을 들고 달려든다. 메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길삼과 수옥 사이에는 일장의 활극이 벌어진다. 길삼이 칼로 수옥을 찌르려 하자 메리가 보다 못해 말리려 달려든다. 결극 칼은 메리에게 넘어가고, 메리가 휘두른 칼에 길삼은 숨을 거둔다. 끔찍한 일이 버러진 것이다. 배경에 영상으로 희곡의 마지막 장면의 대사가 투사되고 박메리에게 조명이 집중되는 장면에서 공연은 끝이 난다.
양서빈이 박메리, 홍아론이 메리의 연인 이수옥, 이종무가 메리의 남편 양길삼, 박경주가 메리에게 흑심을 품은 장한구, 박가령이 메리에게 이수옥을 인도한 송애라, 이수미가 이웃 여인 갑, 주인영이 이웃 여인 을로 출현해, 출연자 전원의 신파극 시대의 대사 표현과과장된 연기표현 그리고 성격설정은 관객을 도입부터 극 속에 몰입을 시키는 역할을 하고 대단원에서 갈채를 이끌어 낸다. 이웃 여인 역의 이수미와 주인영의 호연이 관객의 폭소를 유발시킨다.
무대 손호성, 조명 주성근, 의상 이명아, 음악 김동욱, 영상 신성환, 안무 금배섭, 분장 김근영, 소품 박현이, 음향 유옥선 등 스텝 모두의 열정과 노력이 극과 조화를 이루어, 국립극단의 이성열 예술감독, 윤백남 작, 김낙형 연출의 <운명>을 기억에 길이 남을 성공작으로 만들어 냈다.
9월 17일 박정기(朴精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