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茶) 한잔 나누시지요 / 이양섭
봄 처녀 너울처럼 안개비 펄럭이는 아침입니다
빈 가지 흔드는 나무도 부스스 일어난 흙도 촉촉하네요
떠나는 겨울이 곁눈질로 뿌리는 이별의 눈물일까요
산기슭 개울을 덮었던 살얼음 고드름은
역할을 다한 듯 영롱한 그림자마저 자취를 감추고
재잘재잘 봄맞이 노래라도 하듯이 흘러갑니다.
잔설을 미련처럼 떨군 하얀 겨울의 끝자락과
대지의 약동을 부추기는 봄빛의 만남은
꽃샘바람과 봄비가 휘파람 소리를 내며
짧은 포옹으로 대자연의 순리를 또 보여줍니다
아쉬움과 설렘이 가고 오는 흐름으로 이어지는 모습입니다.
물은 흘러 강이 되고 바다로 갑니다.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나요?
잠시도 머무름 없이 자꾸만 변해가는 세상, 살아가는 일
시공(時空)에 매달려 길을 찾는 우리는 길벗(道伴)입니다.
더러 둥지를 벗어나 대지의 기운을 따라 길 떠납니다.
여린 가지에 움이 돋는 개울가
그리움 놓인 찻상(茶卓) 하나 있습니다.
시름 어린 옷 한 겹 벗고 이리 와 차 한 잔 나누시지요.
지난 얘기 부질없거덜랑 마주 보고 그냥 웃어도 좋지요.
스치는 새 소리 바람 소리 들리면, 엇갈린 인연의 소식일까요
그저, 길 찾는 이의 그리움인 줄 알지요.
첫댓글 모닝차 한잔 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